임종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임종진,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 임종진
  • 승인 2018.07.1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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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이 담은 평안의 일상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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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북녘땅 여기저기를 나름 돌아다닐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였으니 참 먼 옛날 얘기다처음 평양에 도착해서 만난 안내원들에게 했던 말.

"남쪽에는 꽃제비류의 사진들이나 체제비판적인 사진들밖에 없어서 북쪽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모자람이 있으니..당신들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을 내 느낌대로 찍으려하니 나를 통제하지 말아주시오"

다음날부터 나는 거리낌없이, 제재를 받을 일도 없이, 도처에 깔린 우리의 동질적 형상들을 말 그대로 주워 담기 바빴다. 다르지 않거나 거의 같은, 우리 민족끼리면 통할 수 있는 어떤 기운이 강하게 가슴으로 밀려든 탓이었다.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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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는대로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몇몇 공감해준 이들 외엔 그다지 알려지지는 않았다. 세상에 온전히 받아들여지기에는 정서적 균열에 따른 상반된 평가들이 일부 들썩거렸을 뿐, 그다지 전달력이 없었다.

최근의 체제전환적 상황을 보면서.. 옛생각들이 자꾸 머리를 맴돈다. 안내원 형님들과 대동강에서 토론을 벌이다가 필름을 집어던지면서 싸운 적도 있었다. 이럴거면 나 다시는 안온다고....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며 림동무가 안오면 누가 오냐고..형님들이 투정부리기도 했었다.

그들은 자기네 인민군장교를 굳세게 찍지않고 동네아저씨처럼 찍었다고 득달이었고.. 나는 그 장교가 동네아저씨처럼 웃는 걸 어쩌냐고, 그래서 너무 좋아서 찍었다고 대들었었다.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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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웃고 울던 시간들이 방북때마다 아주 많았다세상이 기억해주지는 않지만 나는 내가 보고 담고 품으며 전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히 있었다.

오늘 분단체제를 넘어 한반도내 평화교육을 위한 한 포럼에 참가자가 아닌 행사촬영을 이유로 내내 함께 했다. 토론자들의 열린 생각들이 귀하게 떠다니는 동안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나또한 머리에 떠다녔다. 한때는 내가 강연이든 기고문이든 꽤 떠들었던 비슷한 얘기들이기도 했고..한결 속이 깊은 순도높은 발제문들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허하기도 하고.. 이제 오랜 과거의 기억들일 뿐이거나 다시 그때처럼 다닐 일도 그다지 가능성이 안보이는 터이기도 하고... 내 오랜 꿈중 하나가 남쪽사진가가 바라본 북녘사람들이라는 주제로 평양에서 사진전을 여는 것이었는데 이제 꿈으로만 이마저도 묻어두게 될 듯 싶다. 이 귀한 시기에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게 부질없이 아쉽기만 하다.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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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으로 보관중인 수만 장의 사진들을 그냥 두면 뭐하나이제 슬슬 하나씩 꺼내서 옛기억들 포개 담아 이 자리에 풀어볼까하는 생각이다필름박스가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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