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하나되는 날
남과 북이 하나되는 날
  • 임종진
  • 승인 2018.06.2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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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진
ⓒ임종진

오래전 어느 날 평양의 한 거리에 잠시 서 있던 적이 있었습니다남과 북 모두 서로 앎의 시간을 버린 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흐른얼굴 마주할 일 없이 서로를 증오하고 거부하며 오로지 나쁜 면면들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너무도 많이 쌓인, 그런 때였습니다.

깊어가는 가을햇살에 어깨를 데우며 동행중인 북측 안내원들과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데, 문득 길 건너편 인도 위에서 정겨움 가득한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열 한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귀여운 소녀들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그 모습에 취해, 잠시 시선을 고정했습니다카메라를 들어 한두 컷을 누르는 동안에도, 소녀들은 노래를 불렀고, 겅중겅중 뛰며 고무줄을 타고놀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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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순간갑자기 나타난 까까머리 소년이 고무줄 끊기를 시도하며 한가운데로 뛰어들었습니다. 개구진 얼굴표정의 소년과 대책없이 놀이에 훼방을 당한 소녀들이 한데 엉키더니 난리법석이 났습니다

나 잡아봐라, 소년은 멀리 뛰어가려다 붙잡히고 소녀들은 꿀밤을 연신 던지며 얼굴을 붉혔습니다장난꾸러기 꼬마녀석의 얼굴표정은 내내 웃음이 가득했습니다다를 바 없이 똑같은 그 모습이 정겹고 아름다워 한동안 거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남과 북의 최고 지도자가 만나고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는 대전환의 시기에 이르러울컥거리는 감동이 다시 가슴에 퍼집니다.

오래 전 고무줄놀이에 뒤엉킨 아이들의 모습이 부쩍 그립고그런 기억의 순간들을 다시 꺼내어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보게 됩니다이제 우리가 하나가 되는 그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혹여 우리 하나되는 그날을 위해 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묵은 필름으로 그날을 준비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경계없이 위 아래를 오갈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걸음을 다시 잇고 싶습니다.

8월에 새로운 시작이 될 걸음 하나 딛게될 듯 합니다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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