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까지 더해진 좋은 과학교양 입문서
재미까지 더해진 좋은 과학교양 입문서
  • 정한욱
  • 승인 2018.06.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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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03년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03년
빌 브라이슨,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03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양성자가 무엇이고 단백질이 무엇인지 몰랐고, 쿼크와 준성을 구별하지도 못했고, 지질학자들이 협곡의 바위 층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어떻게 알아보는지도 몰랐던”, 한마디로 과학에 대해서 완전한 문외한이었던 한 여행 에세이스트가 우연한 기회에 ‘자연’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되면서 3년간에 걸쳐 관련된 책과 잡지를 읽고 전문가를 찾아다닌 끝에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서 알고 싶어했던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써낸 과학교양서이다.

저자는 정말 재미없게 씌어진 과학 교과서를 접하며 과학에 흥미를 잃고 말았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과학의 신비로움과 성과에 대해 너무 기술적이거나 어렵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피상적인 수준을 넘어서서 이해하고 동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는 없는 것일까”를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2003년 첫 출간 당시 영국 아마존 1위 미국 아마존 2위에 오르며 “과학적 글쓰기에 대한 현대의 고전”(뉴욕타임스), “우주의 역사를 다시 쓰는 재능”(시애틀타임스) 등의 찬사를 받았으며, 현재는 과학교양서 분야의 스테디셀러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총 6부로 구성된 이 책은 고전 및 현대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질학, 기상학, 해양학, 유전학, 고고인류학, 진화학, 생명과학에 이르기까지 현대과학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으며, 해당 분야의 과학적 진보에 큰 족적을 남긴 과학자들과 그들이 남긴 업적뿐 아니라 그 업적의 과학적 중요성과 우리의 삶에 끼친 영향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과학상식을 쉽고 명쾌한 필치로 친절하게 소개한다.

또한 과학적 사실에만 집중하는 여타 과학서들과는 달리 천재적이고 매력적이며 때로는 괴퍅하기도 했던 과학자 개개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의 와중에서 여러 이유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잊혀져 간 불운한 과학자들까지 복권해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한때 과학 분야의 문외한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과학적 사실에 충실할 뿐 아니라, 간결하고 정확하면서 특유의 유머까지 곁들인 매력적인 글쓰기로 읽는 재미까지 더해진 좋은 과학교양 입문서이다.

이 책의 서론에 나오는 한 부분을 살펴보자. “이 책은 그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일어났는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서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곳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고, 아주 조금에 불과했던 그 무엇이 어떻게 우리로 바뀌게 되었으며, 그 사이와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너무나도 방대하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붙였다.” 서구 중세인들과 현대의 일부 신학 덕후들이 위의 인용문을 본다면, 이 일이야말로 바로 기독교 신학의 임무이며 이 거창한 제목이 붙은 책은 한 야심만만한 기독교 신학자가 지은 방대한 기독교 개론 내지는 조직신학책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신학책이 아니고 과학교양서이며, 과학은 근대 이후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이라는 참람한(?) 용어를 차지할 만한 자격이 있음을 꾸준히 그리고 효율적으로 입증해 왔다. 과연 오늘날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강변하는 또다른 분야인 신학은 과연 스스로를 어떤 방법으로 입증해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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