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으로 여겨야할 것들?
똥으로 여겨야할 것들?
  • 엄경희
  • 승인 2018.06.0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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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성경이 빌립보서. 요즘 우리 가정 예배 주요 본문이다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인하여 이전에 유익했던 모든 것을 배설물, 즉 똥으로 여기라는 말씀을 아이들과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포기(?) 혹은 내려 놓고 오직 그리스도만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 엄마도 너희 다섯을 배설물로 여길 것이다. 너희에게도 그리스도보다 더 우선하는 게 있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게 될 줄 알았으나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다. 늘 그런 류의 메시지로 들어왔고 그래서 그리스도 외에 다른 목적이나 삶의 계획 갖는 자체를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다. 급기야 신앙 아닌 다른 인생의 목표를 가질 엄두도 못 냈다. 내가 한창 젊었을 때 말이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스도를 목표로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로 나누기보다 (그리스도께 속하지 않은 일이 있기나 한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모든 일 속에서 그리스도를 목표로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우리가 목표하는 일 속에서 그리스도가 주신 푯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바울이 구약 율법을 완벽하게 지키려고 애쓰고 노력한 것이 꽤 높은 산을 정복한 정도의 성취라면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부활을 알고자 푯대로 삼은 것은 최고로 높은 산,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한 것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종류가 달라졌다기 보다 그 차원이 달라진 것이요 이전의 목표가 배제된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초월하고 넘어서는 더 깊고 높고 큰 목표 말이다.

그리스도를 목표로 삼은 사람은 다른 이들과의 경쟁을 멈춘다. 오직 자신에게 주어진 푯대에 어떻게든 이르려고 전력질주할 뿐이다. 어떤 목표나 기대도 그리스도보다 더 높고 클 수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하고 절대적인 목표점이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는 그 목표점에 전력질주할 힘이 되신다.

성하의 대학에 가려는 목표에, 수하의 공부하는 목표에, 준하의 컴퓨터 코딩을 배우려는 목표에, 슬하의 발레리나가 되려는 목표에, 그리고 남편의 비즈니스를 향한 궁극적 목표에 그리스도라는 푯대가 서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홈스쿨 엄마인 나에게도 이것은 너무 중요한 가르침이다. 다섯 아이를 홈스쿨 하기 위해 엄마로서 쏟아 부어야 할 수고와 헌신은 다른 인간적인 기준이 아닌 그리스도께서 내게 주신 푯대를 기준으로 정해야 할 것이다. 다른 엄마들보다 더 수고 하냐 안 하냐 비교할 필요가 없다. 다섯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하는 교육적 방향 역시 세상의 보편적 흐름이 아닌 그리스도의 푯대에 따른 부르심을 잘 따라야 할 것이다. 홀로 고립되어 외롭다 불평하지 말고 말이다.쿨은 정해진 길이 없기에 그리스도를 푯대로 삼는 것이 유일한 이정표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단 하루 살, 즉 그리스도의 푯대를 향해 딱 하루 살 수 있는 최대한의 내 열정을 불태워야 한다. 하루 살 힘을 그날그날 자급자족해야 하는 내게 그리스도는 푯대이자 유일한 힘이다.

가정예배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성경 말씀이 참 좋다. 아이들 들으라고 하는 말이 내 가슴에 고스란히 박힌다. 아이들은 앞으로 적용해야 할 말씀인 반면 우리 부부는 지금 한창 싸워야 할 말씀이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정표도 길도 잘 보이지 않는 사막에서 사업하는 남편과 홈스쿨 하는 나에게, 그리고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그리스도를 푯대로 삼으라는 말씀은 명령이나 당위이기 이전에 지극한 위로요 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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