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죽여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꼭 읽어야 할 책
시간을 죽여야 할 일이 생겼을 때 꼭 읽어야 할 책
  • 김정현
  • 승인 2018.06.0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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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더퀘스트, 2018년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더퀘스트, 2018년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트렌드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더퀘스트, 2018년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저자가 이야기 해 주고 있는 빅데이터의 분석과 적용 사례들은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마치 여성잡지에서 다룰 법한 섹스와 관련된 내용들이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목회자라는 내 신분상 그런 내용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소개하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그러니 서평의 내용이 건조하게 느껴지더라도 용서하시기 바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빅데이터의 효용 가치를 빅데이터의 네 가지 힘(특징)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빅데이터의 첫 번째 특징은 그것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 누구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데이터세트를 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그것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좋게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지 않게 보게 할 만한 본심은 절대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설문조사는 데이터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을 수 있다. 그러나 빅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본심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유일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특징은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 대해 저자가 붙인 사전 설명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작은 집단도 클로즈업해서 볼 수 있다'는 말만 가지고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네 번째 특징은 사람들이 무엇을 선호하는지를 인터넷 상에서 충분히 조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온 세상이 실험실'이라는 장 제목은 적절하다. 하지만 '인과적 실험의 실행 가능성'이라는 사전 설명 또한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

어찌 되었건 2장에서 저자가 간략하게 설명해 준 사전 설명의 난해함과는 달리, 빅데이터의 특징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각 장의 내용들은 이해하기 쉬운데다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례들로 가득하다.

특별히 관심이 갔던 부분은 바로 5장과 6장이었는데, 빅데이터의 특징 가운데 3번째 특징과 4번째 특징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5장에서 저자가 들어준 사례 중에서 도플갱어 조사라는 것이 굉장히 의미가 있어 보였는데, 이 방식은 분석대상자와 가장 비슷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이 보여 준 행동이나 성적을 근거로 분석대상자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례로 어떤 야구선수의 전망을 예측하는 데에 있어서 그와 비슷한 데이터를 가진 사람들의 사례를 분석하여 성공적인 예측 결과를 얻었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와 같은 도플갱어 조사방식을 통해 특정 데이터를 가진 사람들의 질병취약점과 노화 시기까지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마음에 좀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러한 데이터가 부자들에게 악용된다면 자신의 병든 장기를 대체하기 위해 비슷한 데이터를 가진 가난한 사람들을 납치해서 강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범죄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저자가 간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6장에서 저자는 무작위적 선호도 조사방식을 사용해서 얻은 결과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 인터넷 사이트나 인터넷 쇼핑, 또는 게임에 중독되도록 만들 수도 있고, 또 이미 그렇게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은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것이 저자가 설명하는 것만큼 지독하고 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저자의 설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특히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고객들의 그러한 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용해 놓은 1000명의 전문가와 싸워야만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끔찍하다고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빅데이터로 할 수 없는 일들과 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후자, 즉 윤리적 측면에 대한 설명 중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돈을 빌리려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분석을 통해서 그 사람이 돈을 갚을 사람인지 아닌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을 안 갚을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다섯 가지 단어 중 첫 번째가 바로 '하나님'이라는 단어였다는 것이다.

그 외에 '갚음, 병원, 약속, 감사'라는 단어가 그 나머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감사'라는 단어와 '약속'이라는 단어 역시 '하나님'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기독교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라는 점에서, 기독교에 주는 시사점이 작지 않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즉 기독교인들은 돈을 잘 갚지 않는,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빅데이터의 분석 결과에 대해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빅데이터라는 유용한 도구를 목회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었다. 그것은 아무래도 목회자인 내가 스스로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 된다. 저자가 밥을 떠 먹여 주는 것까지 바랐던 것은 아마도 내 욕심이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지금껏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빅데이터 분석의 놀라운 결과와 효용가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읽은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이 책은 빅데이터 분석가가 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나, 아니면 빅데이터를 이용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은 평범한 일반인들도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 읽는 소설만큼이나 재미있을 뿐 아니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려 주는 유익한 책이다. 시간을 죽여야 할 일이 생겼을 때 반드시 읽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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