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 합동, 총회장 전계헌 목사)이 주최하고 있는 제55회 전국 목사·장로기도회(서울 충현교회)가 지난 8일 열렸다. 그 이튿날인 9일, 오전, 이정훈 교수(울산대)가 전체 특강을 했다. 강연 주제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였다.
‘크리스천투데이’(2018.05.09. 11:36)가 그 내용을 보도했다.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것도 있었고, 인식 차이도 느껴졌다. 새로운 궁금함이 커지는 면도 있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짚어본다. 보도 내용과 그가 실제로 강연한 것 사이에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생각한다.
그는 "프로테스탄티즘에 기반한 서구 근대 전통의 권위를 부정하던 유럽의 젊은이들이 문화혁명이란 기치 아래 모든 권위를 파괴하던 마오이즘에 열광한다"며 "그러면서 '모든 금지된 것을 금지하라'라고 부르짖던 68혁명이 탄생했다.
중국 공산당은 1945년 9월의 제7차 전당대회에서 당규에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이념과 중국 공산혁명의 실천을 통일한 사상, '모택동사상'을 당의 모든 지침으로 한다."고 선언했다.
68혁명은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벌어졌다. '금지함을 금지하라(Il est interdit d'interdire)’, ‘구속 없는 삶을 즐겨라’, ‘혁명을 생각할 때 섹스가 떠오른다’ 등의 구호도 내세웠다. 당시의 기존 정치체제와 도덕 관습에 대한 전면적인 저항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마오주의;와 68운동의 연결이 어떻게 이뤄졌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그의 강연을 듣는 이들이, 기독교, 프로테스탄주의의 적으로서의 공산주의를 떠올리고, 동시에 이 언급에 뒤이어지는 ‘젠더주의’의 배경에 공산주의가 깔려있다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이 새로운 문화혁명에 사로잡혔던 젊은이들은 이후 모든 권위에 맞서면서 교회와 하나님의 권위를 해체하려 했고, 젠더(사회적 의미의 성)는 현대의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체계화되면서 하나님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고 했다.
68혁명이 반기독교적인 성향을 보인 것과 그 이후 프랑스의 기독교 인구가 급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것이 얼마 정도의 밀접성이 있는지는 평가가 필요하다. 또한 프랑스 구교에 대한 거부감이었는지 구교, 신교를 포함한 기독교와 모든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인지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또한 68 혁명 과정에서도 여전했던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넘어서려는 운동으로서의 여성주의 운동이 이어졌다. 이 시기에 주창했던 것이 젠더 이데올로기였던 것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남자의 상대 주체로서의 여자에 대한 차별을 반대하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젠더가 사회적 의미의 성을 뜻하는 것으로서 '젠더'가 자리잡은 것도 아니었다.
이 교수는 "젠더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신좌파는 동성애를 인권으로 포장하고 정치투쟁의 도구로 활용해 동성혼을 법제화 했고, 차별금지법으로 교회의 입을 닫게 만들었다"면서 "그러자 그토록 굳건해서 무너지지 않던 유서 깊던 종교개혁 전통의 교회들이 일제히 쓰러졌고 이를 목격하면서 젠더 이데올로기의 강대한 파괴력을 깨달은
강사는 ‘젠더 이데올로기 + 신좌파 + 동성애 + 동성혼 + 차별금지법 + 교회의 무너짐’을 연결시키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점이나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각각의 개념 정의도 불분명하거나 오해한 상태에서 그 모든 것을 결합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주장을 대하면서 청중들은 어떤 종류의 위기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저들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GM(gender main streaming; 성주류화) 전략으로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GM 전략은 성평등(gender equality)을 목표로 하는데 여기서 성은 여성, 남성을 의미하는 섹스(sex)가 아니라 50개 이상으로 인간이 분류한 젠더"라며 "50여 가지로 성을 분류한다는 것은 결국 성의 구별을 의미없게 만들고 성별을 해체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주류화 (gender mainstreaming)의 개념은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열린 1985년 제3차 세계 여성 회의에서 처음 제안되었다. '성주류화'의 핵심은 남녀차별이 아닌 남녀평등을 의미한다. 법과 제도, 공공정책 등에서 남자든 여자든 동등하게 평가받고 혜택을 누리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은 전통적인 개념과 부분의 '여성'이다. 넓은 의미에서의 여성주의운동인 것이다.
또한 이 운동이나 개념은 동성혼 합법화 이후에 동성애자들이 들고 나온 전략이 아니다.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것은 2001년 네덜란드가 처음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 23개국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였다.
짧은 강연 내용중에 담긴 개념어가 많았다. 마오주의, 68혁명, 젠더 이데올로기, 성주류화, 성주류화 전략, 젠더, 50개 이상의 젠더 등 하나만으로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 이슈들이다. 강연을 듣는 이들이 이런 전제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선 이해를 갖고 있을까? 의견을 말하는 것과 주장하는 것 사이의 구별을 다시 생각한다. 쉽게, '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 조심스러움을 생각한다. 누군가의 주장에 대해 그 판단 근거를 요청하고, 진지하게 다시 묻고, 토론하는 그런 문화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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