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구원에 대한 인식은, 구원파스럽다?
박진영의 구원에 대한 인식은, 구원파스럽다?
  • 김선일
  • 승인 2018.05.03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진영씨가 반박을 통해서 자기는 구원파 전도집회를 한 것이 아니었고, 다만 자기가 주도한 성경공부에 구원파 교인들 몇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조치까지 예고한 당사자의 해명이니 그 말이 맞으리라 본다. 그런데 작곡가 김형석의 박진영 '구원 축하' 트윗을 접한 뒤 그의 간증 전문을 다 읽어보았다. 그런데 그의 글에서 구원파의 영향이 비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또한 그가 처한 삶의 정황상 이해가 된다. 아마도 본인은 세월호와 연루된 구원파와 자신의 이미지가 엮이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다만 구원에 관한 교리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 분별이 필요하기에 한번 살펴 보는 게 좋으리라 싶다. 왜냐하면 그의 간증문에서 그가 공식적으로 구원파에 속했는지 안 속했는지 여부보다, 구조와 문맥상 구원파와 연관되는 단서들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박진영 자신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7427일 밤 10시 히브리서 1010(이 뜻을 좇아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을 읽다가 드디어 구원의 확신이 찾아왔다. 디스패치가 공개한 그의 강연에서 나온것처럼, 지난 5년간 탐구해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구원의 확신이 택배처럼 선물로 그에게 배달된 셈이다. 구원파가 구원받은 정확한 일시를 강조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알것이다.

그가 열심히 성경을 공부하며 믿음과 구원을 탐구한 결과로 성경의 논리를 '간단히' 9가지로 정리했는데, 대체로 정통한 편이다. 비록 요즘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성경의 역사적 내러티브에 관한 언급은 없고 성경을 개인구원을 위한 우주적 원리로만 이해하지만, 그것이 그의 주 관심사였고 개인의 구원 확신 여부에 집중했으니 이해할만하다. (그게 또한 한국교회의 현실이고 수준이니).

그가 제시한 9가지 중에서 마지막 2가지가 눈에 띤다.

8) 하나님은 지금으로부터 몇 천년 전에 기록된 성경책에 인간의 과거와 미래 특히 유대인의 미래를 다 미리 예언해놓으심으로써 자신이 시간 밖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한다.
9) 미래를 다 아시는 하나님은 인간이 죽음의 길을 선택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을 구원할 방법을 처음부터 만들어놓으셨고 그게 예수이다.

그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그가 어떠한 경로로 성경을 공부했는지 추측이 가게 하는 대목이다. '미래', '예언' 등의 단어들이 자주 쓰이며, 신학적 사변에 속하는 구원결정론도 나온다.

그가 전에 이스라엘에 갔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성경 예언의 정확성을 따져보기 위한 것이었다. "성경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해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성경책에 씌여있는 수많은 예언들 중에 한 개라도 틀린 것이 있는 지 보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는 유대인의 대한 예언들과 실제 유대인의 역사를 비교해보기 시작헀다.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결국은 예루살렘으로 가서 세상과 단절한 채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성경을 파헤치며 살았다."

믿음과 구원에 대한 진지하고 치열한 그의 탐구는 칭찬할만하다. 100명 이상의 성직자들을 만나서 물었는데 그는 답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확실한 구원의 지식을 찾는 그의 집착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말씀은 구원이 뭔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또 자신이 구원을 얻었는지 안 얻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 지에 대해 정확하고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고 약간 두리뭉실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고 또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눈 분들은 모두 나 정도로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또 그에 맞게 삶이 바뀌었으면 이미 구원을 받은 거라고 말씀해주셨다." 경험에 의해서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확실하고 앞뒤가 딱딱 맞는 구원의 비밀에 관한 지식을 추구하는 이들이 이단적 가르침에 쉽게 노출된다.

어쨌든, 그가 그리스도의 은혜에 의한 구원 확신을 갖게 됐다면 그건 좋은 일이다. 그 믿음이 더욱 자라나고 굳건해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구원의 확신'을 받은지 1년밖에 안된 사람이 100명을 모아놓고 성경을 가르친다는 것은 교회의 질서 상 납득하기 힘들다. 비록 지난 5년동안 신학대 졸업자 이상으로 성경을 공부했고 심지어 구원의 확신이 없던 자신의 가르침을 통해서 구원받은 이들이 있었다해도 말이다. 그의 믿음이 순전히 개인적인 확신 과정만 거치고 특정한 기독교 공동체에 의해서 검증되고 지원되지 않았다면 더욱 위험한 것은 당연하다.

그의 간증과 강연에서 '말씀', '깨달음' 등의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일반적인 교회생활에서 자주 쓰이지만, 이단들에서는 더욱 결정적인 기능으로 쓰이는 단어들이다. 신천지와 같은 곳에서는 바른 말씀을 얻고 깨닫는 것을 구원의 결정적 의미로 강조하고 따라서 자신들에게서 바른 말씀과 깨달음을 얻어야만 한다고 한다. 박진영은 강연에서 "지구가 7만 킬로미터로 움직이는데도 부딪히지 않는 것은 말씀이 우주안에 꽉 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짧은 녹음이라 앞 뒤 문맥을 파악해봐야 하지만 예사롭지 않다.

간증문에는 더욱 의심스러운 말이 나온다. "히브리서, 베드로전후서, 야고보서, 요한일서, 요한계시록 등은 우리 이방인 주수신자로 위해 쓴 글이 아니라 7년대환란에 복음을 전할 유대인 144,000들을 주수신자로 해서 쓴 글임을 명심해야한다. 이 편지들도 우리가 열심히 읽고 공부해야하지만 여기에 구원을 우리의 노력으로 얻거나 우리의 잘못으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는 구절들은 예수님의 아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위해 쓴 글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유대인들이 처한 상황은 우리와 달라서 구원에 관한 한 우리는 사도바울의 편지를 참고해야한다." 7년 대환난, 복음을 전할 유대인 십사만사천에 관한 단정적 언급도 문제이지만, 그가 구원을 위한 교리가 이방인과 유대인에게 각각 다르며, 우리의 구원을 위해서는 바울의 서신만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확실히 교리적으로도 성경이해에서도 상당한 결핍이 있어 보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가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더 가까이 나아가고 자기성찰과 이웃사랑에 더욱 헌신하게 되었다면 기꺼이 축하하고 칭찬할 것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나서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성경에 관한 검증되지 않은 강의를 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대중 앞에 서고, 가르치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종교라는 무대로 바꿨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각에서는 무엇을 덮으려고 디스패치가 이런 영상을 공개했을까 라는 의심도 있던데, 나는 개인적인 회심과 문화신학에 관한 관심으로 그 사건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그동안 박진영씨가 성적 불평등 해소와 몸의 해방이라는 메시지를 품고 음악을 만들때 내 취향은 아님에도 그의 음악을 즐겨보려 했고, 신앙에 대한 고민을 들으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됐고 '놀만큼 놀아봤어'라는 노래에서는 그의 진솔함을 느끼고자 했다. 하지만, 그뒤에도 계속되는 그의 음악적 연출(특히 '어머님이 누구니?'와 같은 경우)은 의도는 어찌됐든 여성과 여성의 몸을 성적대상화하는 풍조에 일조한다는 의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게다가 그는 막강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체의 대표가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