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논란, 갑자기 새삼스럽게 불거진 문제일까?
세습 논란, 갑자기 새삼스럽게 불거진 문제일까?
  • 김선일
  • 승인 2017.11.13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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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한국교회 지도자들만의 문제일까?
김하나 목사 3년 전 발언 "명성교회 세습 안 한다" (뉴스앤조이 동영상 화면 갈무리)
김하나 목사 3년 전 발언 "명성교회 세습 안 한다" (뉴스앤조이 동영상 화면 갈무리)

대형교회 담임목사 세습으로 인해 교회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많다. 그런데, 이게 과연 한국교회 지도자들만의 문제일까? 갑자기 새삼스럽게 불거진 문제일까? 교인들은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는 과정의 책임에서 자유로울까? 그동안 교회생활을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의존해서 수동적으로 해오고, 특히 교회내의 사역을 공유하기보다는 자신들의 필요를 전적으로 채워주는 목회자의 책임과 권한을 인정해오지 않았는가?

규모와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대형교회의 울타리 안에서 익명적으로 안주하며, 그리스도의 몸 된 공동체와 선교적 소명을 외면해오지 않았는가? 오직 교회는 목회자 한 사람의 설교와 영력에 달린 것처럼 취급해온 교인들의 팔로워십(followership)은 부패한 탐욕적 리더십이 자랄 수 있는 굳건한 토양을 만들어오지 않았는가?

세습이 봉건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앗아가는 부당한 특혜요, 관행이라면 우리 사회, 아니 한국 교회 내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각종 연줄에 의한 특혜에 대해서도 평소에 고민하고 투쟁해왔으면 한다. 세습 문제가 불거졌을 때만, 유독 생사를 걸고 싸우겠다는 것은 자수성가형, 엘리트형 리더들의 신경증적 반응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학벌 때문에, 혈연 때문에, 연줄 때문에, 심지어 (실제로) 외모 때문에 공정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우는 늘 일어난다. 아무리 세습지도를 만들어서 배포해도, 세습 현상은 대부분의 사역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제 한국교회에도 2세들은 교회 뿐 아니라 학교 등 곳곳에서 우월한 배경을 갖고 포진해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부모의 후광을 업은 2세들이 더욱 눈에 띠고, 호의를 얻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누군가를 얘기할 때, 누구누구의 자녀, 형제, 친척이라는 사실부터 들먹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워졌다. 또한 불공정한 기회의 가능성은 혈연뿐 아니라, 학벌과 출신교회를 통해서도 만연하게 퍼져있다.

 

글쓴이 김선일 교수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대학교의 실천신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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