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선택하면, 평화는 가능하다!
평화를 선택하면, 평화는 가능하다!
  • 구교형
  • 승인 2018.04.0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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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사진관 / 청와대경호실

평화체제를 향한 대전환이 시작되었다.

지금 한반도와 동북아가 요동치고 있다. 1990년대 냉전 시대가 끝난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세계는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새 판짜기를 모색해 왔지만, 한반도와 동북아는 잠깐을 제외하면 끊임없는 압박과 도발의 악순환이었다. 바로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핵과 미사일 실험은 계속되었고, 이를 빌미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위협도 도를 넘어갔다그런데 2018년이 들어서자마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갑작스레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발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평화의 잔치로 만드는 승부수를 띄워 최근 미국을 비롯해 주변국 모두가 한반도 평화체제에 함께 타도록 만드는 대반전이 벌어지고 있다.

너무 뜻밖의 반전이라 지금 정치지도자들이 처음 만들어낸 탁월한 구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결국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일 뿐이다. 냉전 시대가 끝나면서 남도, 북도 서로 적대적이던 상대방체제 국가들과 수교하고 공동번영을 모색하기로 하여 UN에도 함께 가입하고, 화해와 불가침 합의서도 함께 발표하였다(1991). 그러나 공동번영의 합의 정신은 사라져 한국(남한)은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과 수교하였지만, 조선(북한)에 대한 미국, 일본 등 주요 서방국가들로부터의 외면과 고립은 계속되었다.

ⓒ효자동사진관 / 청와대경호실

그럴수록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커져만 갔고, 조금만 더 압박하면 곧 무너질 것이라는 한국, 미국, 일본 등 서방측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제 분명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뿐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수교하여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북한 역시 핵 동결을 시작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야 하며,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6자가 참여하는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20년 전에도 이것이 핵심이었고, 지금도, 앞으로도 이것만이 함께 살길이다. 다만 의지가 없었고, 용기가 없었고, 시도하지 않았을 뿐이다.

 

백성들이 나서야 할 평화의 선택

그러나 그것이 맞는다면 당사자인 우리 백성들이 할 역할이 있어야 한다먼저 통일보다 평화다. 우리는 지난 70년 분단시대 내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러왔지만, 남북한이 엄연히 별개의 나라로 UN에 가입한 현실에서 섣부른 통일의 강조는 상대방에게 적화통일, 흡수통일의 두려움만 갖게 한다. 뭐든지 의심하고 툭하면 서로 없애버리려고만 하면서, 서둘러 한 나라, 한 체제로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좋으니 자꾸 만나보고, 함께 뭔가를 해보면서 부단히 가까워지고, 제법 믿을 수 있게 되면, 그때야 한 핏줄, 한 나라의 꿈을 이야기해 볼 것이다. 정치적인 통일은 평화의 열매로만 기대할 수 있다. 평화시대를 살지 못하면, 통일시대는 불가능하다. 나아가 평화야말로 남북을 넘어 동북아의 주변국 모두를 함께 묶을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며 열쇠다.

ⓒ효자동사진관 / 청와대경호실

두 번째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정서적인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다. 얼마 전 감동 속에 막을 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남북단일팀 구성이 결정되었을 때 특히 적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이를 반대했다. 4포 세대, 5포 세대라는 말처럼 지금도 살아가기 힘든 젊은이들의 현실인데, 북한과 교류하고, 통일한다는 건 결국 가뜩이나 적은 우리 몫을 더 퍼주는 것 아니냐는 일리 있는 염려일 것이다. 소위 설득력을 얻어가는 통일비용론이다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평화와 통일을 위해 우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염려하기보다 지금과 같은 대립과 분단 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남과 북이 쏟아붓고 있는 분단과 적대 비용이 훨씬 크고, 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분단비용이 무엇인가?

우리 경제, 사회 역량에 지나도록 오직 북한과 맞서 싸우기 위해 무조건 투입해야 하는 막대한 군비를 우리가 그토록 기대하는 출산과 육아, 교육과 사회복지, 환경개선, 경제와 노동조건 개선 등에 투입할 수 있다면 우리 삶의 질은 훨씬 향상될 것이다. 서로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가진 창의력과 능력들을 억지로 숨김으로써 사라지는 엄청난 가능성과 기회의 낭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대통령감이 아닌 것을 처음부터 알면서도 이명박, 박근혜 같은 위인들을 대통령 자리에 앉혀 떠받든 것도 모두 분단체제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언제는 신자유주의가 지상 최고의 축복인 것처럼 선전하더니 형편이 어려워지자 다시 국익을 앞세워 말도 안 되는 경제보복을 자행해도 미국에 꼼짝없이 당하기만 해야 하고, 아직 성능을 장담 못 해 실전배치도 안 되고 가성비도 형편없지만, 한미동맹 때문에 무조건 미국 무기를 사줘야 하는 한국의 처지도 분단 때문에 벌어진 현실이다. 이 모두가 대한민국의 분단비용이다.

ⓒ효자동사진관 / 청와대경호실

그러나 막대한 분단비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있다. 3세대로 넘어간 전체주의적 독재 속에 대다수 인민이 헐벗고, 굶주리며 반인권에 시달리는 현실도 분단이 아니었다면 70년 동안이나 이어질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넓게 보면 한반도를 넘어 중국, 러시아를 거쳐 중앙아시아와 유럽까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엄청난 대륙문화의 가능성을 버린 것도 70년이 넘도록 분단이라는 깊은 함정에 빠져 남북 모두가 날려 먹는 막대한 분단 비용이다.

ⓒ효자동사진관 / 청와대경호실

그러나 우려를 넘어 일단 남북 젊은이들이 만나기만 하면, 현실은 달라지고 역사는 일어난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현정화-리분희, 같은 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단일팀, 이어 올해 평창에서 보여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공동응원, 그리고 남북 여자 축구팀이 각종 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보여주는 뜨거운 우정그러므로 우리의 평화, 우리의 통일은 오직 정치권과 위정자들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라, 기회가 닿는 대로 우리들이 자꾸 만나고, 방문하고, 교류함으로써 분단체제의 장벽은 밑으로부터 허물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금강산과 개성, 그리고 백두산과 평양 방문까지도 기대하자. 우리가 평화를 선택하면, 평화는 가능하다!

 

글쓴이 구교형 목사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을 함께 하며, 2010년 3월부터 집에서 시작한 찾는이광명교회에서 목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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