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받는 처지의 예방주사
후원받는 처지의 예방주사
  • 김태정
  • 승인 2018.04.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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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구세군(1959년 1월)
시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구세군(1959년 1월)

가출한 청소년들을 돕는 기관의 센터 이전 예배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사무실과 상담실을 갖춘 센터가 깔끔하고 밝은 톤으로 꾸며져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하고 인사하자 센터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믿음 좋은 인테리어 업자를 만났어요. 저희가 가진 예산만큼만 공사를 부탁했는데 재료비도 안 되는 비용으로 요청하지 못한 부분도 챙겨서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 주셨어요.”

우울한 아이들이 오는 곳인데 환한 분위기인 센터가 너무 좋았고 어렵게 운영하는 기관에 천사 같은 업자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런데 그 대표님의 말씀이 내 맘을 아프게 했다

후원받아 운영하는 센터를 이렇게 사치스럽게 꾸며놓았다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럼 ... "

공사과정에 대한 대표님의 부연설명은 은혜에 대한 간증이기도 하지만 잘 꾸며진 센터를 보고 기관의 재정 상황이나 운영방식에 대하여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염려에서 들려주는 예방주사였다.

선교사 집을 방문한 파송교회 장로님께 선교사는 설명한다. “이 에어컨은 지난번 방문했던 단기 팀이 돌아가면서 선물해 주고 간 거라 감사하게 쓰고 있어요

후원자를 만나는 자리에 동행한 선교사의 아이가 최신 핸드폰을 꺼내 사용하자 불안한 선교사는 미리 설명한다. “우리 아이 휴대폰은 입학선물로 삼촌에 선물해 주신 거예요

이사 가는 이웃이 주고 간 중고소파를 방문객이 좋다고 칭찬하자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에, 소파가 그 자리에 있게 된 역사를 설명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캠퍼스 간사의 부인.

후원받아 생활하는 사역자들은 두렵다.

자기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시설이나 물건들 하나 때문에 자기의 생활형편이나 사역자의 책임에 대한 오해를 받고 자질에 의심을 받을까 봐.

하나님 앞에서 떳떳하면 괜찮지, 왜 그리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는가! 얼마나 숨 막히는 일인가? 그러나 한두 번 그런 오해로 인한 후유증을 겪어본 사람은 묻지도 않는 설명을 미리 하거나 속으로 불안해한다.

구체적인 진실을 설명할 기회도 없이 판단 받을까 하는 염려, 후원받는 사역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기대에 실망을 줄까 봐 불안감, 그 후유증에 대해 두려움..

성도들의 헌금으로 생활하는 사역자들은 검소한 청지기적 삶으로 덕을 세워야 하는 책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모든 사연을 알지 못한 채, 그날 그 순간 겉으로 보이는 자극적인 모습 한 조각으로 그 사역자의 삶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평소에 사역자의 인격을 신뢰한다면, 혹시라도 나의 피상적인 기대보다 다른 모습이 보이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알 필요도 없는 이유가 있으므로.

말해주지 않는 오해가 두려워서, 묻지도 않는 설명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역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하다

이들에게 자유의 길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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