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국가주의
종교와 국가주의
  • 옥성득
  • 승인 2018.04.0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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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한교연 주최 3.1절 구국기도회

고려의 불교, 조선의 유교, 일제시대 불교와 유교, 해방 이후의 기독교와 불교의 '호국' '구국' '애국' 성격은 오래된 역사이다. 동아시아 전통이다. 독일 나찌 하에서 교회가 '민족'에 충성했는데, 아시아에선 모든 종교가 제국/왕국에 충성을 요구받았다. 이 배경에서 기독교만 국가주의에 매몰된 게 아니다. 사실 국가/제국이 국가주의/제국주의에 매몰되어 왔다.

동아시아에서 종교가 국가/정부의 권위를 극복하고 보편주의로 나아가도록 허락된 적이 별로 없다. 일제 식민지 하의 삼일운동을 보라. 인도주의에 입각한 종교인들의 운동은 국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고 정치 탄압을 받는다. 중국에서 신종교 세력이 언제나 반란 세력으로 낙인 찍힌 이유이다. 북한의 종교가 전형적인 동아시아적 유형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국가나 정부 권력이 종교를 탄압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교들은 생존을 위해서 호국이나 구국을 내세우거나 덧씌워졌다.

그런데 현대에 오면 기독교가 유독 '구국'을 내세웠다. 구국과 반공이 함께 갔다. 구국십자군과 구국선교회가 조직되고 구국기도회가 열렸다. 그들에겐 1920년대 이후 사회주의자들의 반기독교운동에 대한 기억, 1940-50년대 북한 정권의 탄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분단 상황에서 국가 권력을 업고 종교 권력을 차지하려는 소수 그룹이 더 친정부 십자군 구국 운동에 나섰다. 최태민의 경우가 그 예였다.

한기총·한교연 주최 3.1절 구국기도회

그것이 1990년대 후반에 오면 성격이 바뀐다. 다원주의와 반기독교운동이나 '좌파 정권'에 저항하고 소위 '복음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기독교 우파 운동이 시민운동의 이름으로 일어났다. 이를 보수 우파 정치 세력이 이용해 왔다. 이 부분이 집중 토론하고 비판할 부분이다.

남북 정부도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종교도 민족주의를 내세운다. 사실 그 민족주의는 국가주의이다. 정부나 종교나 민족주의/국가주의의 신화를 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종교 폭력 못지 않게 국가 폭력이 문제이다. 국가신도를 강요한 일제 말부터 한반도에선 국가 이데올로기가 시민 종교의 역할을 자임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진정한 의미의 정교 분리가 중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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