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노숙인이 된 목사 이야기 - 가짜 뉴스
[팩트체크] 노숙인이 된 목사 이야기 - 가짜 뉴스
  • 김동문
  • 승인 2018.03.3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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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에서 가공, 왜곡 조작된 가짜뉴스 삼가해야

'오래 전, 한 나라에, 한 도시에, 한 사람이 있었다'는 식으로 시작되는 예화가 설교 시간에 자주 등장한다. 마치 실화인 것처럼, 은혜를 끼치기 위해, 은혜가 된다며 설교에 예화나 가짜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은 극복해야할 과제이다. 게다가 실화처럼, 자신이 목격자인 것처럼 꾸며내는 이야기는 더욱 문제이다.

최근에 온라인에서 많이 공유되는 이른바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교인수 1만명의 어느 미국 교회의 목사가 노숙인이 된 이야기가 그것이다.

예레미야 스티펙이라는 목사는 어느 일요일 오전 자신이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는 한 교회 근처에서 노숙자로 변신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하지만 교인 가운데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온 사람은 불과 세 명에 불과했다스티펙 목사는 교회로 향하는 교인들에게 '음식을 사려고 하니 잔돈 좀 달라'고 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예배 시간이 되어 교회에 들어간 스티펙 목사는 맨 앞자리에 앉았지만 예배 위원들의 저지를 받고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맨 뒷자리에 겨우 착석했다.

드디어 새로운 목사가 부임했다는 광고시간이 됐다. 맨 뒷자리의 스티펙 목사는 노숙인 차림 그대로 강단에 올라갔고 교인들은 경악스러워했다. 그는 곧장 성경 마태복음 2531절부터 40절까지를 읽어 내려갔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양과 염소' 비유로 누가 양과 염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매일종교신문(2016.02.11.)

그러나 이 이야기는 사실과 진실, 조작이 뒤엉킨 이야기이다. 먼저 이 야기기의 주인공 Jeremiah Steepek 목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 비슷한 사연을 가진 1만 명 넘는 미국의 대형교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2013617()~21() 사이에 45일간 노숙인 체험을 한 미국인 목사가 있기는 했다. 그는 Willie Lyle 목사로. 20134월 미국 테네시주 Clarksville에 있는 Sango 연합감리교회의 담임 목사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회람되는 그 이야기와는 전혀 맥락이 다른 이야기일 뿐이다.

또한 노숙인으로 위장한 Jeremiah Steepek 목사로 소개되는 사진 속 주인공은 미국인도 아니고 노숙인으로 위장한 목사도 아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진짜 노숙인, 일명 Surrey로 알려졌다. 영국의 사진작가 Brad Gerrard201110월 초에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 노숙인 사진은 영국 런던의 리치몬드 거리(Richmond, London)에서 촬영했다.

Tumblr 의  Brad J Gerrard 계정

이야기도, 그 이야기속 등장인물도, 무대도 다 조작된 이야기이다. 게다가 영어권에서 이 이야기가 돌던 2013722일 직후에도 이미 가짜뉴스라는 것이 확인이 되었음에도 그것이 한국어 버전으로 재가공(사실 2013년 7월 하순에 이미 한국어 버전이 회람되고 있었다)되어 실화인 것처럼 한국 교회 안팎에 공유되는 것은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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