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이질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부활의 이질감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 권영진
  • 승인 2018.03.31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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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 그리스도인들이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이 믿는 신앙 - 후대의 기독교(Christianity)라 명칭 되는 - 이 자리 잡을 때, 당시 그들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유대교의 멤버들은 이들을 '이질적인' 존재로 취급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믿고 주장하고 살아가는 패턴이 자신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같은 하나님을 믿지만, 자신들이 믿고 고백하는 하나님과는 매우 다른 하나님, 그리고 자신들이 믿고 이해하고 있던 메시아와는 전혀 다른 메시아의 모습을 보인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믿고 따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곧 로마 제국 내에서도 '별종'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로마제국의 기준과 시스템과도 다른 세계에 살았기 때문입니다. 로마의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로마의 정치, 종교, 사회, 문화 제도를 그리스도인들은 좀처럼 따르지 않고 그리스도와 사도들에게 받은 독특한 기준과 질서에 따라 살았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인들이 이질적이고 별난 사람들 취급을 받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저는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라 확신합니다. 이것이 없었다면, 사도 바울의 말마따나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로마 제국 내에서도 별문제 없이 섞여 살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 어려움 없이 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을 경험하고 참여하게 된 그리스도인들은 예외 없이 모두 매우 특이한 삶의 전환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당시의 사람들에게는(유대인이든 로마인이든) 매우 괴상하고 일반적이지 않고 이질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독교의 독특한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당시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이질감'이 그것입니다.

함께 살지만, 유대인과도, 로마제국의 사람들과도 융화되지 못하고 자연(natural) 상태의 사람들과는 다른 부자연스러운(unnatural) 위화감은 참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반드시 소유하던 특징이었고 그리고 그 원천은 바로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자연스럽지도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는 세상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이고 융화됩니다. 아니, 오히려 세상보다 더 세상의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돈과 권력, 명예, 형통, 건강에 대한 욕심과 탐욕은 세상 사람들도 혀를 휘두를 정도로 집요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이는 교회는 그리스도의 부활이 초기교회의 성도들에게 가져다주었던 강렬한 체험과 변화를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부활의 이질감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자연 상태의 사람들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 말입니다. 성도님들은 부활 기념 주일을 기다리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세상에 잘 융화된 존재인지, 세상과는 도무지 섞이지 않는 존재인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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