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좋은 책인가?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좋은 책인가?
  • 홍동우
  • 승인 2017.11.12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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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뱅크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17
로버트 뱅크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17
로버트 뱅크스,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17

이번에 IVP에서 재출간된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뜨거울 수밖에 없는 책이다. 신학도와 목회자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책이다.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 문제의식, 해결방안들 또한 무수히 쏟아질 수 있는 책이다. 꼭 신학도와 목회자가 아니라도 괜찮다. 현대교회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 예배 혹은 교회에 대한 로망을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 책이 소비되는 방식은 썩 맘에 들지 않는다. 먼저는 초대교회 예배에 대한 Fiction이라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현대교회의 예배와 교회형식에 대해서도 Fiction이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본 책과 같이 미화가 충분히 가능하다. 현대적으로 철저히 기획되고, 무수한 인원이 투자된 예배를 상상해보시라. 처음부터 끝까지 동원과 홍보의 목적이 달성한 예배, 고로 기획자의 의도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회중들의 마음에 감흥을 울리는 예배. 충분히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책이 있다면 중형교회 목회자들이, 마치 <새들백 교회><목적이 이끄는 삶>을 소비하는 것처럼 소비하지 않을까?

정리하자면 본 책은 초대교회 예배에 대한 몇몇 단서를 두고 초대교회 예배를 미화하고 있다. 미화했기에, 하지만 서술형식은 마치 현장감을 살리는 필체로 기록되었기에, 본 책은 모호한 지점에서 소비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현대교회에 대한 비판적 스탠스에서 소비되는 책이기에 그렇다.

현대교회는 초대교회와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교회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점으로 머나먼 거리를 두고 찍혀있지 않다. 오히려 현대교회와 초대교회 사이에는 무수한 역사가 흐르고 있다. 2000여년의 간극은 왜 초대교회를 현대교회로 바꿔놓을 것일까? 초대교회때 약동했던 성령의 역사가 중단되고, 2000여년의 세월을 악령이 채워놓았던 것일까? (본 책을 읽으면서 절감하게 되는 사실인) 왜 오늘날의 현대교회는 괴물이 되었는가?

달리 말하면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현대교회에 대한 갈증 때문에 초대교회는 미화될 수 밖에 없으며, 딱 그 지점에서 본 책은 소비된다. 실제 초대교회는 그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교회의 기획과, 홍보와 동원이 때때로 성공하는 것처럼, 초대교회의 초대교회스러움도 때때로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기획과 홍보와 동원이 무수히 실패하는 것처럼 초대교회의 초대교회스러움도 무수히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교회가 본질을 잃지 않았다거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본질을 잃고 훼손했던 그 부분이 1세기에도 여전히 있었으리라는 말이다. 1세기에도 무수히 본질을 찾으려는 고민과, 교회를 교회되게 만드려는 노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무수한 역사는 오늘날의 현대교회란 괴물을 만들었다. 따라서 본 책은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며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1세기 당시의 시대와 현대는 어떤 지점에서 다를까? 저자는 어떤 지점에서 1세기의 독특한 초대교회스러움에 꽂혔을까? 더 나아가 현대교회가 지향하려고 했으나 닿지 못한 지점은 어디일까?

본 책은 치열한 비판적 재구성과 비판적 질문과 함께 곁들여 읽어야 좋은 책일 수 있다. 단순히 초대교회를 찬미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교회를 전유하기 위한 책이라면 더더욱 비판적 재구성과 비판적 질문이 요원하다. 아니, 적어도 왜 우리는 초대교회가 아닌가?’라는 질문만 던져도 책이 소비되는 방식에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좋은 책은 비로소 좋은 독자의 좋은 읽기를 만났을 때에야 좋은 책일 수 있다. 그렇다면 <1세기 교회 예배 이야기>는 충분한 비판적 재구성이 가능한 독자와 만났을 때, 현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고 질문하는 읽기를 만났을 때, 좋은 책일 수 있다.

 

글쓴이 홍동우 전도사는 아내에게 잡혀 살고 신대원에 잡혀 살고 지역교회에 잡혀 사는, 광인 전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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