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책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책
  • 박주신
  • 승인 2017.11.09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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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목사의 '책'추천), 김혜리,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크로스, 2017
김혜리,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크로스, 2017
김혜리,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어크로스, 2017

혹시 책을 읽으면서 자괴감에 빠져본 일이 있나요? 이 책은 글을 좀 써 본 사람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괴감을 선사할지도 모릅니다. 출간 전부터 영화 평론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끌었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책입니다. 그 이유는 저자 김혜리 때문입니다. 김혜리는 <씨네21>이라는 영화 주간지에 오랫동안 글을 써온 영화평론가입니다. 이미 그녀의 글은 이미 특별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고, 이전에 쓴 책들도 좋은 평을 받아왔습니다.

김혜리의 글은, 뭐라 잘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글쓰기에 대한 추천들을 읽고 나서 그녀의 책을 읽어보면 한 페이지가 채 넘어가기 전에 그 추천사들이 과장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그녀의 글은 따뜻합니다. 위트가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만져주는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너무나 신선한 비유들과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은 글쓴이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그 영화를 너무나 보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보고 나면 그녀의 글이 더욱 깊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김혜리의 글은 화려하거나 붕붕 날지도 않습니다. 그저 잔잔한 호수의 표면처럼 조용합니다. 그 잔잔한 호수 표면에 노을 녘의 햇빛이 쏟아져서 수백 개의 다이아몬드를 흩뿌린 듯 반짝이는 것처럼, 그녀의 글 위에서 영화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합니다.

이 책은 세 가지 차원에서 요즘 청년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첫째는, 영화 홍수의 시대 속에서 영화를 좀 더 깊이 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만 찾는 것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영화의 중요한 존재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만들지 않습니다. 영화들은 저마다의 의미와 의도와 메시지가 있지요. 이 책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그 영화의 의미와 의도에 한 발 다가서도록 도와줍니다. 감독과 배우, 영화 제작 과정 이면의 상황들에 대해 들려주는 저자의 폭넓은 지식들은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아무 생각 없이 봤던 영화들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경험해 보는 것은 참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둘째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그냥 문장 자체가 주는 황홀한 신선함이 김혜리의 글에 넘쳐납니다. 마음에 남는 문장들, 기발한 표현들만 모아서 개인의 노트에 정리해 두면 좋은 글쓰기 연습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좋은 글을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글이든 많이 써보는 것입니다. 김혜리의 글을 읽고 그 문장들을 따라 써보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글쓰기 학교가 될 것입니다. 특히 김혜리는 긴 문장을 자연스럽게 쓰는 데 매우 탁월합니다. 긴 문장을 쓰면서도 문장의 흐름이 꼬이지 않고, 호응이 정확하며, 이해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는 문장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김혜리의 책에는 그런 문장들이 넘쳐나니,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영화 '캐롤'(Carol) 포스터. 2015년 개봉, 한국 상영은 2016년.
영화 '캐롤'(Carol) 포스터. 2015년 개봉, 한국 상영은 2016년.

이 책을 추천하는 세 번째 이유는 이 책 안에 녹아 있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 때문입니다. 이 책은 영화평론 모음집이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 책이 영화만 이야기 하는 책이 아님을 금세 느끼게 됩니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따뜻하고 연민 가득합니다.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에 영화로, 그리고 글로 사람들의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책이기에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책의 제목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는 아마도 이 책 전반부에 소개된 <캐롤>(Carol, 2015년 개봉, 한국 상영은 2016)이라는 영화에서 온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붙인 제목인 <나를 바라보는 당신을 나도 봤다>를 살짝 변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제목이 참 의미심장합니다. 우리는 모두 영화를 보지요. 그러나 동시에 영화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의 삶의 투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관에서 뿐 아니라 영화의 실존 자체가 우리를 바라보는 눈인 것이지요. 이 책의 제목은 어쩌면 영화 그 자체가 우리에게 건네는 말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영화 안에 투영된 우리의 삶을 보면서 우리가 갖는 수많은 감정의 조각들을 김혜리는 아름답고 적절하게 잘 요리해주고 있습니다.


 

글쓴이 박주신 목사는, 성림교회 사역자이며, 청년사역네트워크에서 실행위원으로도 섬기고 있다. ‘주책’, ''신목사의 ''추천을 연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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