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하고 평이한 영웅물
평이하고 평이한 영웅물
  • 이진호
  • 승인 2018.02.16 0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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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팬서(black panther). 2018년

개방과 폐쇄, 약자가 지닌 혐오와 구원의 힘, 약자가 지닌 잠재력, 민족주의와 코스모폴리터니즘, 평화와 갈등을 서사로 나타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 결은 블랙 팬서(Black Panther)<캡틴아메리카 : 시빌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에서 왜 빌런을 죽이지 않았는지?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를 왜 구했는지 등등의 설명을 덧붙이고 앞으로 히어로들과 어떤 역할로 섞일지의 정체성과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 영화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아주 짙게 드러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주제를 풀어내는 서사성이 빈약하거나 진부하다. 저자가 나타내려는 캐릭터가 전형적인 히어로물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너무나도 예측되는 다음 내용은 영화를 진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히어로물의 특징이 성장이라고 볼 때, 영화가 지니는 갈등과 해결, 인물의 특징과 성장에 있어서 나타나는 각각의 요소들이 너무나도 평이하다. 저자가 말하려는 의도를 전달하기에 그리 적합하거나 흥미롭고 재미있게 표현되지 않았다. 평이한 스토리 라인에서 벗어난, 좀 더 다른 연출과 이야기, 갈등으로 풀어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의미에 대한 과도한 설명이 많다. 마블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블랙 팬서가 어떤 역할과 인물일지, 대략 예측할 것이다. 백인 위주의 히어로물 속에서 흑인 영웅 특히,<캡틴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나온 그 의미를 염두에 둔 채 영화를 본다면 서사를 설명하고 주제의 강조가 너무나도 잦게, 그리고 많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첫 영화에서의 배경 설명과 중심잡기를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 그 서사가 설명이 아닌 상황에 대한 연출로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욕망이 이끄는 힘을 높게 평가하는 내 입장으론 너무나도 많은 부연설명에 재미가 반감되었다.

와칸다. 비브라늄. 과학 등등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블랙 팬서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가 지닌 나라와 장소의 매력은 앞으로 개봉할 영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나온 매력을 잘 살리지도 못하고 한낱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배경으로 소비된 측면이 너무나도 크다. 여기서 똑같이 소비로 볼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비교했을 때, <닥터 스트레인지>(Doctor Strange)는 세계관의 확장과 우주적인 빌런과 영웅의 등장이라는 측면을 설명과 연출로 구현했고, 다음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블랙 팬서>는 세계관보다 곧 개봉할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로 끼워 넣기 위한 소비로 작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없다. 캐릭터성이 부재한 채, 전개될 내용은 보이고, 눈에 읽혀버리는 인물들의 성향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에 그다지 맞지 않은 면모를 보인다. 히어로물의 대표적 인물상은 <아이언맨>(Iron Man)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최근 개봉했던 <토르: 라그나로크>(Thor: Ragnarok)의 토르가 보여준 캐릭터, 반전, 성향에 비하면 캐릭터의 매력이 없어서 재미없다고 느껴질 뿐이었다. 주인공보다 빌런이 더 매력 있었다.

마지막 쿠키영상은 정말 별로였다. 이전의 쿠키가 기대심을 일으켰다면 이번 쿠키는 정말 소비였다.

첫 편은 다 재미가 없었고, 배경이나 이야기, 세계관을 까는 정도가 대부분이라 이해하겠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은 이유는 곧 개봉할 마블의 축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때문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이전과 같이 진행된다면 히어로물의 총합은 그 전의 캐릭터들이 뛰어나 이후의 캐릭터가 죽거나, 타당성을 잃거나, 그냥 액션의 총합으로 끝날 것이다.

이제 나오는 영화에서 캐릭터는 어쩔 수 없이 그 매력을 극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벌써부터 질려가는 히어로 물 사이에 언제까지 관객이 이후에 작품을 기대하고 지루함을 버틸지는 잘 모르겠다. 데드풀(Deadpool, 2016) 같이 쌈박한 영웅이 필요하다.

그나마 재미를 찾으며 볼 수 있는 방법으로, 1) 영화가 감명 깊은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떠 표현하는 오마주(Homage)한 여러 내용들이 있다. 내가 제일 깊이 느낀 것은,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68)과 말콤 x(Malcolm X, 1925~65)의 오마주가 있다는 것이었다. 2) 영화음악도 잘 들어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를 포함한 흑인 아티스트와 아프리카 음악의 조화,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이다. 3) 주인공이 잘생겼고 몸이 좋다. 빌런은 정말 생각해볼만하고 매력 있게 연기했다. 평점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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