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mo, NBC & 그대 그리고 나
Ramo, NBC & 그대 그리고 나
  • 송병주
  • 승인 2018.02.15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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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tune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던 NBC의 해설자 Ramo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있다.

"이번엔 일본을 소개합니다. 일본은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을 강점했던 국가입니다. 그러나 모든 한국인들은 여러분에게 일본은 문화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그들 자신의 변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된 모델이라고 말할 겁니다.“

"Now representing Japan, a country which occupied Korea from 1910 to 1945. But EVERY Korean will tell you that Japan is a cultural and technological and economic example that has been so important to their own transformation"

그냥 문맥을 무시하고, "한국인들은 여러분에게 일본은 문화적으로 기술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그들 자신의 변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된 모델이라고 말할 겁니다."는 표현만 떼어 놓고 보면, 어차피 외국인들의 이런 식의 말에 대해 그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그렇게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른 나라 따라 잡으려고 모방자(copycat)가 되는 것을 정당화 했던 후발국가로서의 우리의 처지가 있으니 어쩌겠나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맥으로 볼 때, 앞 문장 '한국을 강점했다(occupied Korea from 1910 to 1945.)', 그 뒤에 "그러나(But)"'모든 한국인(Every Korean)'이 이어진다면 이건 아주 부적절한 표현이다.

"일본은 한국을 1910년부터 1945년까지 강점했다. 하지만, 모든 한국인들은 여러분에게 일본은 그들의 변혁에 아주 중요한 모델이 되었고 문화적 기술적 경제적 모델이라고 말할 것이다"고 한다면...

과거의 한국에 대한 일제 강점이 결국은 잘 된 일이라고 모든 한국인이 말한다는 의미가 내포되는데, 이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발언이다. 마치 일본이 우리를 정복한 것을 고마워해야 하는 듯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다. 이건 마치 "강제로 보쌈 당한 여성이 강제 결혼하고 살았지만, 지금은 날 보쌈하여 강제 결혼한 남편이 자기 발전의 중요한 모델이라고 그 여성이 고백하게 될 것이다"는 말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

이를 두고 한국에서 감정적 반응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가 된다. 그렇지만, Ramo의 말이 크게 잘못된 말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 또한 이해가 잘 안 된다. 이런 발언은 일본인들이 한국인 친일파 발언 앞세워서 완곡하고 세련되게 자국인들과 외국인들에게 식민지 통치 정당화시킬 때 하는 말과 결을 같이 한다. 세련되지만, 결국은 일본 역사 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하는 논리이고 이게 식민지 근대화론의 기본적 정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에는 1세계 사람들이 역사에서 자신들의 식민지 정복을 정당화 시켜온 정서도 그대로 묻어있다. Ramo의 그 발언을 들으면서 "역시 식민지를 만들고 쟁탈전 벌인 나라 사람들은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구나" 고 읊조렸다. 미국에 와서 한 백인에게서 한일관계에 대해 Ramo 와 비슷한 말을 들었을 때 그랬다. “영국에 대해 독립 운동을 벌였던 당신들의 선조들이 영국을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그건 영국의 지배 논리였겠죠?”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에 남는 찜찜함이 있다. 친일 역사를 청산 못한 우리가 Ramo 발언 하나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도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다. 그것보다 더한 말과 행동을 하고도 멀쩡한 사람들이 많은 우리 역사에, 잘 모르면서 괜히 아는 척하다가 해고까지 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란 질문과 ", 우리는 Ramo 에게 더?"란 질문 또한 던지며 우리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NBCRamo 의 발언에 보인 반응이 더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리 안에 있는 Ramo 와 결을 같이 하는 발언에 대해 보이는 우리의 비정상적인 반응을 생각해본다. 그래서 화나면서 부끄럽다. 그리고 한편 화나면서 미안한 속내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Ramo 의 발언 부적절했다. 변론해 줄 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피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더 남았다. "왜 우리는 Ramo 에게만 이렇게 화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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