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없는 이성으로 읽을 수 있나요?
감성 없는 이성으로 읽을 수 있나요?
  • 이진영
  • 승인 2018.02.13 0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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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shington Post

저는 아래의 문장을 어떻게 감정 없이 읽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But every Korean will tell you that Japan is a cultural and technological and economic example that has been so important to their own transformation"

금껏 일본식 경제발전 모델을 따라한 것에 대한 반성의 터에서 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분노를 국민들이 삼키고 있는 마당에 어떤 식으로 저 문장을 감성 없는 이성으로 읽을 수 있나요? 원래 이성과 감성이라는걸 떨어뜨려서 해석할 수 있는 서구의 해석방식 자체가 비정상인거죠...

지금껏 기존 부와 권리의 체계가 일본을 벤치마킹 해왔다는 것이, 그 구조적 병폐가 오도와 오독의 교육과 왜곡된 정보 재생산의 틀을 통해서 철저히 주체를 소외시켜왔는데, 어떻게 모든 한국의 국민들이 일본이 문화와 기술과 경제의 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본적으로 Example이라는 말 자체가 그런 식으로 논의되어도 되는 거라고 옥교수님은 보시는 것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한 의사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사에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때 그 통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의사 개인의 의학적 지식으로는 전혀 아프지 않아야 할 상황이고 통증을 느낄 수 없는 의학적 소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환자가 상황 자체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시민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본과 관련한 역사적 현장 속에 있는 "당사자"로서 모든 정치적 이슈들을 주체적으로 해석하는 하나의 기관입니다. 위의 글을 보니 옥교수나 오선생님이나 라모의 언급에서 "But" 앞에 나온 아베의 모습에 대한 언급이나 "일본이 한국을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점령했다"라는 언급은 쏙 빼고 해석하셨는데, 이런 식의 해석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일본의 강점에 대해서 언급한 후에 그 알량한 접속사 But 하나로 분위기를 역전시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민들은 일본이 한국의 문화, 기술, 경제의 본보기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한국의 국민들은 일본의 표본적 역할 앞에 언급한 훨씬 더 짧은 일본의 강점에 대한 한 문장을 더 길고 고통스럽고 분노에 찬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고, 심지어 그 폐해를 극복하고자 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 일본의 본(example)이라는 것이 얼마나 한국의 정치,문화,기술,교육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를 와신상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일본이 한국의 문화, 기술, 교육 전반에 미친 중요한 표본이라는 것이 오늘날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얼마나 해악이었는지, 그 해악이 얼마나 뿌리 깊은 총체적인 부패와 빈부 격차와 계급문화의 씻어내기 힘든 구조악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적어도 아시아 통이라면 알텐데 지식인으로서의 라모의 역사인식이라는 게 겨우 몇 문장에도 "" 드러나는 것이라고 봄이 정당하지 않을까요?

특히 아베는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이고 그 정신을 이어 일본 극우파의 수장으로 한국과는 현재 진행형인 수다한 정치적 이슈들을 생산해 내고 있는 장본인이지요. 그가 한국의 대통령과 만나러 온 사실과 일본의 수십 년간의 강점에 대한 사실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는 문장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거라 라모가 여겼다면 그는 정말 비논리적인 사람이거나 정말 나쁜 사람이겠지요. 이른 바 "아시아 통"이라고 하는 이 사람이 자기 머릿속에 든 먹물 자랑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 한국 사람들이 무감정하게 이성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거만이고 폭력입니다.

저는 옥교수님의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기대처럼 이성과 감정이 분리된 상태로 이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 자체가 매우 순진하게 들리는 일인입니다. 국민들이 무슨 논문을 쓰는 학자들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의 성정 자체가 서구 사람들과 다른데, 그 다름을 무슨 서구적 사고와 이해를 하면 우수한 것이고 한국적으로 감성적으로 휘둘리는 것은 열등한 것 인양 말한 것에 대해서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학자로서 그 순진함을 드러내고 만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한국에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스타벅스의 이사에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이 안 이상 대중적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필요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사람 때문에 기분이 나빠 하루에 두잔 이상 마시던 별다방 커피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떤 바이어스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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