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하는 믿음을 가졌는가?
부끄러워하는 믿음을 가졌는가?
  • 강호숙
  • 승인 2018.01.21 0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켈란젤로, 에스라, 로마 바티칸 시스틴성당
미켈란젤로, 에스라, 로마 바티칸 시스틴성당

학사 에스라는 아론의 십 육대손이며 모세 율법에 익숙한 학자이다. 아닥사스다 왕에게 구하는 것은 모두 다 얻어낼 수 있는 엄청난 인정과 특권을 지닌 제사장이기도 하였다. 오늘날로 말하면, 종교뿐 아니라 정치권력과도 맞닿은 막강한 실세정도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에스라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최고 권력자 왕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했던 지도자였음을 보게 된다. 그 근거는 첫째, 에스라는 연구한 말씀을 그대로 실천했던 진정성 있는 학자였다.

오늘날 교회지도자들은 신학을 하고 성경을 연구하며 가르치고 설교하는 걸 특권으로 여긴 반면에, 그 말씀대로 '준행하는' 삶의 진정성은 놓쳐버린 것 같다. 삶이 없는 설교나 성경교육으로 얼마든지 교회의 크기를 키웠을진 몰라도,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둘째, 에스라는 자신의 믿음 때문에 현실적인 필요조차 구하기를 부끄러워한 믿음의 소유자였다. 그는 왕 앞에서 "우리 하나님의 손은 자기를 찾는 모든 자에게 선을 베푸시고 자기를 배반하는 자에게는 권능과 진노를 베푸신다"고 고백하였다. 바벨론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동안 적군을 막고 도울 보병과 마병을 왕에게 요청하길 부끄러워하였다(8:22-23).

그래서 그는 길에서 겪게 될 적군의 위험과 두려움을 위해 백성들과 함께 금식하면서 하나님께 간구했던 지도자였다.

또한, 에스라는 자신의 하나님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하나님을 인정해주는 열려있는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를 위해 금식하며 우리 하나님께 간구하였더니"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 에스라는 자신의 하나님으로만 독주하며 밀어붙이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 하나님'으로 열려있는 믿음의 지도자였다.

오늘날 한국 교회지도자들은 강단에서 외치고 신학교에서 가르쳤던 믿음의 소신과 고백 때문에 부끄러워했던 신앙적 양심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주님의 사랑을 말하면서 교인들을 함부로 대한 건 아닌지 자신의 옹졸함과 교만함을 부끄러워했던 적이 있는지!

한국교회에 에스라처럼 믿음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배경과 능력을 거부하고 하나님께 간구하는 양심과 뚝심을 지닌 지도자가 많아지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