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폭력의 본능 _ 그 극한을 보여주다
사랑과 폭력의 본능 _ 그 극한을 보여주다
  • 이진영
  • 승인 2018.01.11 0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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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 (The Oath, 2016), 1월 11일 개봉
오스 (The Oath, 2016)
오스 (The Oath, 2016)

 

아이슬란드, 감독 :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출연 : 헤라 힐마, 발타자르 코루마쿠르

 

사랑하는 딸을 구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는가?

저명한 외과 의사 피누르(발타자르 코루마쿠르 분)’는 명예와 부,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지만,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안나가 마약 딜러 오타르(기슬리 온 가다르손)’와 사랑에 빠지면서 모든 것이 흔들린다. 아버지가 보기엔 엇나간 사랑이지만, 애정 결핍에 시달렸던 안나는,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면서 헤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오타르가 마약 딜러라는 것을 알고, 피누르는 어떻게든 오타르를 감옥에 보내려고 하지만, 법에는 늘 구멍이 있는 법, 그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다. 협박과 회유도 통하지 않고, 이제 오타르는 다른 가족까지 해칠 것이라면서 피누르를 협박하자,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병원에 실려온 한 총상 환자에게서 힌트를 얻어, 즉사하지 않고,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이것은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오타르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계획으로 이어진다. 이제 피누르의 심장은 차가워지고, 언어는 거친 송곳이 되어 피누르에게 꽂힌다.

모르핀에 길들여진 인간들처럼 상처가 썩으면서 죽어가는 거야, 피부 썩는 냄새를 맡을 거고, 벌레가 꼬이게 만들거야. 파리, 구더기가 꼬이겠지. 그 녀석들이 살점을 뜯어먹거든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설원을 달리는 피누르의 사이클링은, 점점 고조되어가는 그의 절제할 수 없는 분노를 함께 상승되어 간다. 사랑에서 시작한 그의 복수는, 그 자신 안에 잠자고 있던 폭력의 본능을 화약고에 던지게 한다. 이젠 멈출 수 없는 폭력의 트랙 위에 올라선 것과 같다. 그 자신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던 바로 그 곳에서 말이다.

이런 치밀한 복수는 그가 외과 의사였기에 가능했다. 의사라는 직업에 큰 공적 도덕심을 부여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반하는 것은 아닐까? 히포크라테스 선서 몇 가지 버전 중에서 국내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루이스 라자그나(Louis Lasagna : 1923~2003 : 미국 의사 컬럼비아 대학교)1960년대 만든 선서문 중 일부가 영화 속에서 소개된다.

내가 의사로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지만
생명을 끊는 것 또한 내 권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결정할 때 인간의 한계와 책임을 인지해야 하며
무엇보다 신을 흉내 내서는 안 된다

생명을 구하는 것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생명을 끊을 수 있다는 어마무시한 구절로, ‘악인에 대한 그의 복수는 합리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한계와 책임을 인지한 의사 행위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은 북유럽 특유의 스산하고 차가운 공기처럼 관객의 폐부를 파고든다.

<오스><에베레스트(2015) : 제이슨 클락 / 제이크 질렌할 / 키이라 나이틀리 / 로빈 라이트 출연), <콘트라밴드>등으로 잘 알려진, 유럽 최고의 배우 겸 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미결처리반Q> 시리즈 제작진과 손잡은 최신작이다.

아이슬란드 개봉 당시 아이슬란드 오스카상인 제18회 에다어워즈에서 작품상 포함 총 13개 부문 노미네이션, 6개 부문 수상 및 폭발적인 흥행으로 큰 화제를 모았고, 4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71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 52회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 초청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그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헐리우드식 스릴러와는 온도와 색감이 다른 <오스>, 원제목은 'The Oath'이다.

 

글쓴이 이진영은, 20년차 영화번역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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