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의 한국인 친구가 되는 것
이주민들의 한국인 친구가 되는 것
  • 김영준
  • 승인 2017.11.05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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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의 민들레교회 이야기
까페 '민들레와 달팽이'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이주민 여성들
까페 '민들레와 달팽이'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이주민 여성들

 

캄보디아에서 오신 '소리야', 태국에서 오신 '니타야', 베트남에서 오신 '', 한국 사람 선생님 '김은형' 이렇게 네 분이 주말 저녁에 '민들레와 달팽이'에서 검정고시 기출문제를 풀고 있다.

11월 차가워진 바람을 담요로 가리고, '바람직하다'의 뜻을 배우는데, '바람'은 알겠는데, '바람직하다'가 도대체 '바람'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어려워하시며, 도덕 문제집에 나오는 시험용 전문 용어들을 익히고들 있다.

바람직하다는 바람과 관계가 없는 말이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바람직하다는 바름직하다가 모음조화를 부려 바람직하다가 됐을까.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한국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서로 다른 억양으로 말을 섞으며 라즈베리 차로 목을 축이며 오랜 지기처럼 앉아 있는 게, 바람직하다.

모음조화를 이해하기 어려워도 바람 때문에 춥고, 바람 때문에 헷갈리지만,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바람직하다. 사우동 김포명성교회당에서는 베트남 여성 네 분이 중등과정 검정고시를 공부하고 있다. 과학, 수학, 영어를 공부하는 날이다.

이주민 일곱 명과 검정고시 문제집을 함께 공부하기는 이주민들에게 한국인 친구가 되는 것이다. 옛날 전태일이 대학생 친구가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일기장에 쓰며 기도했던 것의 응답이다.

기도는 이루어진다.

 

글쓴이 김영준목사는, 김포에서 발달장애인과 이주여성들이 함께하는 카페 민들레와 달팽이를 운영하는, 민들레교회의 담임목회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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