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란트 받은 이, 갑에게 맞서는 을일까.
한 달란트 받은 이, 갑에게 맞서는 을일까.
  • 김재수
  • 승인 2018.01.07 07:0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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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과 을이 계약 관계를 맺고 있을 때, 갑의 이익에 반하는 을의 행동을 도덕적 해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을이 갑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다면 이것도 도덕적 해이일까요. 내부고발처럼 갑에게는 해가 되지만 을이 정의로운 일을 한다면 이것도 도덕적 해이일까요. 제가 논문으로 쓰고 싶어서 항상 생각하는 이슈들 중 하나입니다. 경제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기독교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을이 갑에게 맞서는 것은 모세와 출애굽의 이야기이고, 예언자들의 이야기이고, 예수의 이야기이고, 바울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예수의 비유 하나는 갑에 맞서는 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섯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다섯 달란트를 더 벌어서, 주인으로 부터 칭찬을 받습니다. 두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두 달란트를 더 벌어서 칭찬을 받습니다. 그러나 한 달란트를 받은 사람은 땅에 숨겨 두었다가 있는 그대로 돌려줍니다. 주인은 한 달란트를 빼앗아 열 달란트를 가진 이에게 건넵니다. 주인은 그를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고 부르고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습니다.

달란트 비유의 영웅은 분배적 정의라는 성서의 정신을 지키려했던 한 달란트 받은 사람입니까. 당시 사람들은 땅주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성전체제의 대제사장들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이들은 몰락한 농민들의 토지를 사들였고, 이를 통해 대지주가 되었습니다. 제사에 쓰는 제물 판매와 성전화폐의 환전에 대한 독점권을 통해서도 막대한 수익을 얻었습니다. 다섯 달란트 받은 이와 두 달란트 받은 이처럼 두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토지 거래와 종교적 착취뿐입니다. 그렇다면 한 달란트 받은 이는 부당한 방식의 사업을 거부하고, 갑에게 맞서기를 선택한 것입니까. 그의 싸움은 처절한 실패로 끝나고 마는 것입니까.

주인은 토지를 사들이고 제물을 팔아서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습니까.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합니다. “너는 내가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느냐?” 그는 계속해서 그렇다면 돈놀이 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이자라도 받았어야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합니다. 주인도 이자를 받는 일만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율법에 따르면 동료 유대인들에게 이자를 받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이자는 예외 없이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됩니다. , 주인은 율법을 잘 지키고 있지만, 경제적 착취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습니까. 모두가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인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까.

예수님으로 부터 비유를 직접 듣는 당시의 사람들은 우화가 담은 폭로와 도전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런 식의 우화는 수수께끼를 맞추라는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정연한 논리로 무엇을 설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폭로와 도전으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달란트 비유는, 수수께끼에 대한 퍼즐 맞추기식 설명으로 설교됩니다. 달란트를 받은 종들은 우리들입니다. 주인은 하나님입니다. “가진 사람에게는 더 주어서 넘치게 하고, 갖지 못한 사람에게서는 있는 것마저 빼앗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주인이 과연 하나님일 수 있을까요. 이런 식의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교회 일에 충성하는 이들을 칭찬하고, 게으른 이들을 벌하십니다. 출신보다 능력에 따라 보상을 받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사회질서를 긍정합니다. 월스트리트(The Wall Street)의 복음을 하나님 나라 경제학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 갑에게 맞서는 을의 용기와 그가 맞닥뜨린 무거운 현실에 눈을 감고, 갑의 이윤추구를 축복하며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성서의 본래 의미를 축소시키고 순치시키는 비윤리적인(deradicalize) 일들이 세상 도처의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까.

 

글쓴이 김재수 교수는, '99%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로, 미국 중부 인디애나-퍼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밥벌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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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부 2019-01-31 12:41:39
번역투의 글을 바로잡아야 좋은 내용이 더 정확히 전달될듯합니다. 예: 이런 식의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는 "..하실리가 없습니다."가 되야 하지 않을까요

선진부 2019-01-31 12:39:46
등록이 안되는 듯하여 연습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