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림'을 읽고 찔리다
'찔림'을 읽고 찔리다
  • 김동문
  • 승인 2017.11.05 0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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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필, 찔림, 시커뮤니케이션, 2017년
신동필, 찔림, 시커뮤니케이션, 2017년
신동필, 찔림, 시커뮤니케이션, 2017년

<찔림>, 책을 열고 끝까지 쉼 없이 한 번에 읽었다. 곱씹음이나 생각하지 않고 읽는 것에만 10분 정도 시간이 걸렸다. 다시 한 번 읽었다. 책 에는 174개의 짧은 꼭지글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여운이 짧지 않았다. 때때로 뭇사람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재개그스러운 저자의 해학 코드도 편했다.

나는 지식과 정보만을 전해주는 책은 그 책의 두께에 상관없이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것도 이것저것 짜깁기한 책에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필요할 경우 단순하게 그 책에 담긴 아주 일부의 내용을 참고할 뿐, 그 책을 사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간단히 메모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찔림>10분 만에 후다닥 보고 끝낼 책이 아니다. 때때로 다시 펴들고 다시 되새김질 하고픈 책이다. 짧으나 긴 저자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하는 책이다. 또한 책 밖, 책에 담긴 한국 교회와 교회 안팎의 그리스도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도전하는 책이다. 이 책 안에 교회가 있고, 교회생활이 있고, 기독교인의 삶의 자리, 그리고 일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혁하여야할 교회를 향한, 교회 구성원으로서의 비판이 다가온다. 그 소리에는 저자의 안타까움이 배어있고, 어떤 경우는 그의 촉촉함이 느껴진다. 교회 개혁의 예언자인양 가시돋힌 을 내뱉는 그런 책과는 너무 다른 책이다. 유체이탈 화법이 아닌 저자의 고백과 아픔, 기쁨과 꿈으로 범벅이 된, 내뱉음과 푸념, 상념, 돌아봄과 곱씹음이 있다.

그렇지만 몇 몇 표현들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나의 한계도 느꼈다. 저자가 독자인 나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아래 꼭지였다.

#ootd : ‘오늘은 뭐 입나고민되나요 우리는 매일 새사람입어요 - 찔림, 169

책에 담긴 몇 몇 꼭지는 아무래도 세대별 감성 코드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책 내용 중 어떤 부분에 대해 크고 작은 낯설음을 느낄지 모르는 독자를 위한 아주 조금의 도움이 있었다면 좋았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물론 독자들은 다 아는 표현일 것만 같다. 버킷리스트(42쪽), SNS(56)CSI(61), 유체이탈(69), 요지경(78), 프리젠테이션, 피티(82), 멀티 플레이어(85), 트랜스포머(113), 휘슬(116), 리 바이블(137), 아수라(139), 솔트 앤 더 시티(149), 올인(170), 미션, 미션 임파서블, 낫싱 임파서블(173), 비포 & 애프터(180)

한 번 읽을 때 금방 눈치 채지 못하고,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면서 찾아낸 저자의 표현도 좋았다.

저울질 이랬다 저랬다 해요 - 찔림, 84

항상 도하라 : 이래서 기쁘고 저래서 기쁜가요 이래 기쁘고 저래 기뻐야죠 - 찔림, 177

꼭지 제목과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 것처럼 내가 생각한 경우도 한 번 있었다.

통독 :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 찔림, 101

 

저자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이 다시금 편안하게 다가온다.

둘째 아들이자, 당신의 형제입니다. 우쭐대며 써 왔던 세상 이력, 백지 위 한 줄 낙서만도 못합니다. 주님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그렇기에 모든 걸 가진 참 복된 사람입니다. 참으로 좋으신 하나님의 그 크신 은혜와 사랑을 교회의 머리 되신 주님의 모든 지체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그 마음 하나만으로 오늘도 또 펜을 잡습니다.”


다시 책을 펼쳐본다. 찔림이 기분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이 찔림은 가시돋힌 채 다른 사람의 아픔을 모르는채 가학적으로 찔러대는 것으로 인해 느끼는 그런 아픔이 아니다. 그 안에 길게 울리는 울림을 듣는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보람차게 맞이했다고 오해하는 이들에게 저자의 절제된 감정과 외침을 들려주고 싶다. '당신을 위로하지 않은 책'이라 선언한 이 책을 통해 위로를 얻을 이들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찔림>에서 마주한 몇 몇 소리를 모아본다.

찔림, 쪽
찔림, 86쪽
찔림, 쪽
찔림, 82쪽
찔림, 쪽
찔림, 70쪽
찔림, 146쪽
찔림, 139쪽
찔림, 147쪽
찔림,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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