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얼 운동은 '성직자중심주의'와 '교회중심주의'로의 복귀와 강화?
미션얼 운동은 '성직자중심주의'와 '교회중심주의'로의 복귀와 강화?
  • 김재영
  • 승인 2018.01.04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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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J. Roxburgh, Joining God, Remaking Church, Changing the World: The New Shape of the Church in Our Time, CPG, 2015
Alan J. Roxburgh, Joining God, Remaking Church, Changing the World: The New Shape of the Church in Our Time, CPG, 2015
Alan J. Roxburgh, Joining God, Remaking Church, Changing the World: The New Shape of the Church in Our Time, CPG, 2015

오늘날 미국의 미션얼 운동의 선두에서 이 운동의 한 갈래를 이끌고 있는 롹스버 교수가 롹스버 스타일의 중요한 책을 냈다. 이 책의 중요성은 그 동안 미션얼 운동이 주로 학자들의 탁상논의에서 나온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답변하는 혁신적인 미션얼 실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다롹스버 교수의 이 책을 읽으면 그가 지난 30여 년 동안 몸담았던 미션얼 운동에서 중요한 생각과 실천의 전기(轉起)를 맞이했고 진정으로 중요한 새로운 방향으로 교회를 이끌어가기를 원한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고와 실천의 기조는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98)"선교하시는 하나님"이라는 명제를 삶의 현장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데서 나온다. 그가 이해한 미션얼의 하나님은 그의 본질 자체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출애굽 때에 이스라엘보다 앞장서서 나가시면서 미래를 열어나가셨듯이) 교회가 자리 잡고 있는 동네 이웃들 속에서 이미, 그리고 먼저, 하나님 자신이 가 계시다는 것이며, 가 계시면서 벌써 일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롹스버의 미션얼에서 교회의 선교는 이미 가 계시면서 일하고 계신 하나님의 일하심에 교회가 동참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지금 현재 대다수의 교회들이 자기들보다 앞서 나가신 하나님보다 뒤쳐져 있고 하나님이 얼마나 앞서 나가 계신지조차 모르는 형편이 되었다는 것이다.

롹스버의 미션얼 이해를 따라가 보자. 우리가 미션얼을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할 때 그 말 자체가 '사명'(missions)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션얼을 추구하는 우리 (교회) 공동체가 현장에서 하나님의 사명을 확인하고 추구하면 된다는 목적 공동체, 혹은 사명공동체로 서나가는데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롹스버의 비판에 따르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이 잘못인가? 롹스버가 볼 때 그것은 미션얼 운동이 벗어나고자 했던 과거의 '성직자중심주의''교회중심주의'로의 복귀와 강화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디폴트'(defaults)라고 부른다. 원래대로 복원되도록 해놓은 기본 값 혹은 기본 모드다.

종교개혁의 신학과 신앙, 및 교회생활이 성직자중심주의, 교회중심주의로 기본 값을 만들어놓아서 주변문화가 변해가고 있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음에도 무엇인가를 해보려면 그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안 이 운동을 이끌어오면서 했던 그의 경험상 하나님을 사실상 배제해 놓고서 자기들이 미션얼의 사명감에 불타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것으로는 다시 곤경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도 목도하다시피 미션얼 운동이 자칫 잘못하다가는 무슨 사회개혁운동처럼 사람이 개혁운동 주도하듯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사실상 "선교하시는 하나님"은 현장에서 배제되고 찾아보기 힘들게 되는 이상한 모순을 겪는다. 바로 그 점에서 롹스버의 경계심과 지적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몸에 체득되어 있고 습관화된 잘못된 기본모드(defaults)로의 복원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또한 사역자들이나 교회 주도의 인간중심적인 사명적인 사업들의 진행도 아닌 미션얼 운동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롹스버는 그 길을 찾는 방법을 이 책에 수록해 놓았다. 간단히 말해서, 그 길은 이미 동네 이웃, 현장 가운데 가 계시면서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자취 혹은 흔적들을 찾아내는 길이다. 거기에서 롹스버는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우선성 및 주도성을 확보하고 존중한다.

하나님의 세상인 이웃 속에서 먼저 나가 일하고 계시는 "선교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발견하고 그 하나님에게 동참할 수 있는가? 그것은 누가복음 10장에서 예수께서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서 여러 동네로 보내셨듯이 예수를 따르는 우리들이 동네 속으로 들어가 이웃들로부터 그들의 말과 삶과 일과 형편 가운데서 언뜻 언뜻 내비쳐지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고 탐문하는 길고도 짧은 과정들을 통해서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확인과 성찰과 결정 과정이 그 일에 참여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신자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단 한 차례, 단 한 팀의 탐문이 아니라 여러 차례의 탐문, 또 여러 팀의 탐문을 통해서 이런 면 저런 면으로 또 이런 자리 저런 자리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면서 나중에 교회가 하나님의 일하심의 현장에 어떤 식으로 동참할 것인지를 결정해 나가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롹스버는 이 탐문과 성찰(짚어보기)과 동참의 결정 과정을 아주 공들여서 기록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상 롹스버의 이 새 책의 엑기스다. 그리고 이 엑기스는 또 놀랍게도 실제로 그의 제안대로 나가서 실천해 보지 않는다면, 단팥 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 이 점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제안이 비록 간단하지만 매우 심오하며 실천적(practical)인 것이기 때문에, 이 책을 꼭 구해서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Alan J. Roxburgh의 저서들 Google 이미지
Alan J. Roxburgh의 저서들 ⓒGoogle 이미지

롹스버가 이 책을 쓰면서 기조에 깔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중요한 점을 부기하고 마치고자 한다. 롹스버가 제시한 이 운동은 하나님이 앞서 나가 일하고 계신다는 점에 대한 철저한 믿음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사명을 찾는 게 아니라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앞서 나가 일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해야 하고 그 하나님에게 동참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현존 혹은 임재하심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하나님의 현존을 개인의 영혼이나 교회 안에서만 찾는 게 아니라 구원하시고자 하는 대상인 사람들의 세상 속에서 찾는다. 이것은 (죄인들의) 세상을 하나님의 일하시는 현존의 현장으로 동시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이다. 롹스버가 이 책에서는 발전시키지 않았지만 이 관점은 사실상 선교하시는 하나님의 보내심으로서의 "아들의 성육신"에 대한 롹스버 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성육신은 구체적으로 동네 가운데, 이웃 가운데 현존하시는 "일하시는 하나님"으로 현장에서 만난다. 그 자리에 성령이 함께 하신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는 성직자중심주의와 교회중심주의는 "선교하시는 하나님이 보내시는 아들의 성육신"을 교회에 가두고 목회자들이 예수 대신이 되는 경우를 목도한다. 이것이 사실상 현대의 포스트모던사회에서 교회의 작동불능 상태를 초래한 기본모드다. 그러나 사실 직분자들이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로 하여금 세상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동네 이웃들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에게 동참하도록 분별하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롹스버는 이제는 포스트모던 사회 속의 교회가 이 새로운 분별과 동참을 통해서 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하나님은 뒤쳐진 교회, 절망에 빠진 교회, 망연자실한 교회를 통해서 그 일을 하신다고 이해한다. 후진 교회들을 그냥 비판하고 버리는 게 아니다. 성경 스토리들을 확인해 보면, 하나님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에 처했던 절망적인 사람들을 통해서 일하시고 그들을 구하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중심주의로의 복귀나 성직자중심주의의 재확인이 아니다. "선교하시는 하나님" 중심이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묻는다. "여러분은 진짜 하나님을 믿고 있는가? 하나님이 진짜 일하고 계신다고 믿는가?" 여기에 능동적이며 역동적으로 "아멘"이라 대답하고 주권적인 하나님의 사랑의 역사에 동참하는 사람들만이 진정으로 "미션얼"을 지니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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