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컨퍼런스 2017: 화해
킹덤 컨퍼런스 2017: 화해
  • 이인엽
  • 승인 2018.01.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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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엽 교수의 킹덤 컨퍼런스 2017 참가 후기
이인엽
ⓒ이인엽

금년에도 한해의 마지막 주를, 동부에서 열리는 크리스챤 청년 집회인 킹덤컨퍼런스에 참석하며 보냈다. 이번 킹덤에 더 기대가 컸던 것은 화해라는 주제가 참 좋았고, 주제와 관련해서 가장 적합한 분들, 동시에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이 강사로 모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인격적인 존재라, 같은 하나님 앞에 기도하고 찬양하더라도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마음과 생각이 통하고, 포옹하고 함께 울 수 있는 그런 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축복이었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는 분노와 짜증이 많았다면, 킹덤 기간에는 마음의 방어기제들이 해제되고 눈물이 많아졌다. 강사모임에서의 나눔이 참 즐거웠고, 한 사람 한 사람 참 소중하고 멋진 분임을 느꼈다. 부부가 함께 참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지는 것도 좋았다. 킹덤에서는 무엇보다 겸손하게 뒤에서 섬기시며 다른 분들을 세워주는 목사님들과 이사님들을 보며 큰 감동을 받는다.

ⓒ이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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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더 좋았던 것은 참가자들과 좀더 가깝게 교제를 나눴던 점이다. 이제 총 세 번 째 참석이라 기억하는 형제자매들이 많았고 친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최용하 목사님의 제안에 따라, 강사들도 메시지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조와의 식사교제, 상담 등으로 참석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진정한 영향력은 메시지만이 아니라 관계형성을 통한 개인적인 대화 속에 이뤄진다는 걸 다시 느낀다. 좀 어려운 주제임에도 진지하게 경청하고 고민한 청년들이 고마웠고 사랑스러웠다. 악수례 시간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포옹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킹덤의 매력이 좋은 강사님들과 차별적인 메시지도 있지만, 이렇게 동부지역에서 오랜 시간 동안 청년들을 사랑으로 품고 가족 같은 관계를 이어오면서 매년 다시 보고 싶은 고향 같은 공동체를 만들어 왔다는 것임을 느낀다. 몇 년간 중간 리더십의 약화, 행사 장소를 옮기면서 조금 어려웠었고, 이번에는 참석자 감소 등으로 조금 위기의식도 있었는데, 걱정한 것보다 참 좋은 집회가 된 것 같다. 이번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고, 동부 지역에서 다시 차곡차곡 기초를 쌓으며 더 많은 이들을 섬길 수 있는 자리가 되리라는 기대가 생긴다.

나 자신도 그렇고 주로 만나온 청년들이 유학생들이었다면, 킹덤 참석자들이나 간사님들은 미국 사회의 현실속에 좀더 발 붙이고 살면서, 어려움도 많고 마음이 가난하고 도움도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청년기에 신분, 진로, 연애와 결혼 문제로 많이 힘들고 외로워하는 이들을, 좋은 공동체나, 멘토, 동역자들이 지지해 주고, 이들이 힘든 시기를 통과해 자신의 부르심을 찾고 좋은 가정을 이루고, 그 과정에서 느슨하지만 끈끈한 공동체가 형성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 통일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이번에는 아내와 같이 선택특강을 진행했다. 작년에 아내가 패널에 참석하면서 좋았던 것도 있고, 이제 부부가 함께 강사로 초대를 받아서 감사했다. 나는 현재의 북미간의 갈등과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것이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이고 신앙적인 문제라는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아내는 자신의 삶에서 경험한 화해와 여성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도하는 마음에 대해 나눴다.

첫날 저녁에는 손태환 목사님이 화해, 얼굴 하나 보는 것이라는 제목과 야곱과 에서 이야기를 중심으로 화해에 대한 생각들을 잘 풀어주셨다. 감히 평가해 본다면, 말씀에 대한 깊이있는 연구, 전달력, 삶과 이웃에 대한 따듯한 통찰,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 등, 모든 면에서 근래에 듣기 힘든 탁월한 설교였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손태환 목사님, 시를 읽고, 세월호와 우리 사회의 정의를 고민하는 이런 목사님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둘째 날에는 킹덤에 처음 참석하신 최진영 교수님이 메시지를 전해주셨는데, 여성 사역자가 주강사로 오신 것이 킹덤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서 큰 의미가 있었다. 성서신학자로서 여성의 관점으로 말씀을 묵상하는 것의 중요성, 그리고 최근 미국에서 용감하게 자신이 당한 성추행을 폭로하는 ‘Me Too 캠페인을 비롯하여 세상의 벽을 넘어 서는 여성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 주셔서 참석자들에게 큰 위로와 도전을 준 것 같다.

셋째 날에는 메노나이트 목회자로 평화와 화해에 대해 수년간 고민해 오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고 사랑하는 허현 목사님이 화해, 목을 끌어안다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해주셨다. 탕자의 비유로 시작해, 갈등이 있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현이 왔냐하면서 팔을 벌리셨을 때, 자기도 모르게 서로 목을 끌어안았다는 이야기, 세째 아들이 기도가 막혀서 죽을 뻔 한 순간, 세상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안고 있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절감하고,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사역을 시작하신 이야기 등, 목사님의 절절한 나눔이 마음을 두드렸다.

아침강해를 해주신 박성일 목사님은 정말 신학적 기초가 견고하시고, 설명을 탁월하게 잘하신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다. 교회는 AlreadyNot yet사이에서 미래의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미리 보여주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들으며, 잃어버린 교회에 대한 소망이 회복되는 듯 했다. 노진산 목사님은 모두가 피곤한 폐회예배에서 위트와 유머로 참석자들을 깨어있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 아닐까 싶다. 성찬을 진행하시기 전에, 무뚝뚝하시던 본인의 아버지께서 부자 관계가 안 좋아지면, 말없이 짜장면을 사주시면서 자기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셨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는다.

작년에 이어서 찬양이 너무 좋았다. 단순히 연주와 노래, 분위기 띄우기가 아니라, 주제를 깊이 묵상하고 그것을 찬양인도와 나눔으로 전달해주는 이런 찬양팀은 거의 처음인 듯 하다. 작년에 세월호에 대한 나눔을 노래로 표현해 주어서 너무 큰 위로가 되었었는데, 이번에 찬양의 밤 시간에도, 박수진 전도사님이 나눠주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노래, 세월호에 대한 노래 등을 통해 큰 감동과 공감이 있었다. 찬양사역에서 음악과 연주 뿐 아니라, 말씀과 세상에 대한 고민을 메시지로 풀어내는 사역자를 보기 힘들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김상훈 목사님과 찬양팀 멤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런 부분에 대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얘들아 (Children or Friends)’라고 하신 성경 구절이 문득 생각난다.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못 잡았습니다.”) 성경이 구구절절 묘사하지는 않지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보이신 사랑과 관심, 애정을 다시 묵상해 본다. 탕자의 비유에 나타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들과의 대화와 메시지 속에서, 마음을 두드리는 것은 역시 진실한 사랑임을 느꼈다.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고 우리를 인간되게 하는 것도 역시 사랑이고한때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하고 오만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해보고, 이제는 사람에게 관심 많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사랑의 힘으로 일어나는 화해의 에너지가 우리를 새롭게 하고 한반도를 뒤 덮기를 기도해 본다.

ⓒ이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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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뉴스가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과 남북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신년사를 발표한 것이어서 더 감사했다. 부디 북미 대립과 전쟁의 위협이 다시 대화와 교류로 전환되는 한해가 되길 기도한다. 개인적으로 작년에 한국에서 일어난 긍정적인 변화들은 조국에 대한 희망을 회복하는 한 해였다. 우리에게 희망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조심스레 기도하고 기대하는 2018년이다.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2018, 믿음을 회복하고, 소망을 붙잡고, 사랑을 충만히 누리는 새해가 되시길,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고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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