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 이제 이별할 수 있을까?
한동대, 이제 이별할 수 있을까?
  • 김재수
  • 승인 2018.01.03 0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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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옥 교수 재임용 거부를 접하고

몇해 전, 후배들의 초청을 받아 모교인 한동대에서 강의를 하였습니다. 한동대는 극우적 정치성과 퇴행적 신학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하였습니다. 학내 대다수 구성원들은 한동대가 온누리 교회 대학부 2중대 정도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을 만족해 합니다. 열린 질문과 의심을 통해 학생들의 지성을 키우고, 역사적 예수의 길을 따라 을의 편이 되는 신학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좀 더 균형을 갖추는 정도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동대 구성원들이 믿는 하나님은 우향우만 할 줄 아는 신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전망은 아직까지 틀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장순흥 총장이 선출되던 과정은 수많은 잡음과 문제를 낳았고, 결국 당시 이사회 측은 총장직에 지원했던 이들의 지원서와 추천서 모두를 공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학의 총장 및 교수 임용과정에서 개인 정보를 이처럼 공개하는 것은 유례가 없습니다. 사실상 막장과 같은 절차를 통해 총장이 선출되었습니다. 당시 공개된 장순흥 후보자의 지원서를 보고, 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지원서의 대부분이 교회에서 흔히 듣는 간증이었기 때문입니다. 제 한 줄 촌평은 흥해읍 곡강리에 있는 교회 전도사 지원서였습니다. 대학에 대한 모독이라 느꼈지만, 교회 대학부 수준인 이 대학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장순흥 총장의 정치성과 신학적 지평도 김영길 전 총장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학내의 교수 임용과 인사를 좌지우지 하는 삼류교수 집단도 여전합니다. 이들이 신임 교수를 채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보수적 신앙을 가지고 있는가’, ‘철저하게 권력에 순종적인가입니다. 모두다 그런 것은 아니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한동대 교수들은 전반적으로 보수적이고 순종적입니다.

한동대에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기 어렵습니다. 적폐라 부를 수 있는 퇴행적 리더들과 이들을 통해 선발된 착하고 말랑말랑한 교수 집단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교육받는 학생들은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는 순한 양처럼 길들여지지만, 성소수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데 있어서는 전사로 변신하여 자신들의 스승과 친구들의 징계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대학 측은 김대옥 교수에게 해고 통지를 하였습니다. “한동대학교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가르침으로 학생들에게 많은 혼란을주었다는 것이 공식 사유입니다.

오래 동안 모교에 대해 많은 말을 쏟아냈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제 이별합니다.

 

글쓴이 김재수 교수는, '99%를 위한 경제학'의 저자로, 미국 중부 인디애나-퍼듀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며 밥벌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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