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 최은
  • 승인 2017.12.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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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 2017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2017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 2017

 

다스베이더를 보았다. 어둠의 수장 스노크의 표현에 의지하자면, 사실은 다스 베이더가 되기를 원했으나 까만 마스크를 쓴 꼬맹이가 되었을 뿐인 카일로 렌을 보았다고 해야겠지만.

한 솔로와 레아의 아들로, 태생이 빛에 속했으나 아버지를 죽이고 어둠을 택했던 카일로 렌(애덤 드라이버)은 어둠에 거하는 중에도 그 속에 아직 빛의 불씨가 남아 있어 스노크(앤디 서키스)에게 늘 의심을 받는다. 그는 외삼촌인 마지막 제다이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를 스노크 앞에 데려오는 것과 같은 궁극의 미션을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자신의 악을 악에게 증명해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카일로의 처지는 흥미롭게도 애덤 드라이버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2016)에서 배교한 포르투갈 신부들의 경우와 닮았다. 배교가 끝이 아니라, 그들은 배교 이후에도 자신의 배신을 계속해서 증명하면서 살아야했지 않던가. 결국 그들에게 여생은 끝까지 믿음을 지킨 동료들의 순교, 즉 단번의 죽음보다 길고 고된 죽음 상태 또는 죽음의 반복이었다.

스타워즈, 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스타워즈, 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반면 악의 편에 있다가 선으로 돌아선 또 다른 배신자(존 보예가)의 경우는 자신이 여전히 선의 자리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카일로의 경우만큼 어려워보이지는 않는다. 선이란 본디 다그치거나 증명하지 않는 것, 또는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핀을 구하기 위해 대포를 향해 날아들었던 로즈(켈리 마리 트란)는 핀에게 증오하는 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둘은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이례적으로 아프리카계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커플이어서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한편, 비밀스럽고 위대한 영웅의 혈통(“내가 네 애비다”)이라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모티프는 레이에게서 변곡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레이의 존재와 더불어 시작되는 새로운 세대에는 타고난 미덕과 가치, 그리고 과거의 부채와도 같은 유산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자각으로 보아도 좋겠다.

한 세대를 마감하고 시리즈의 지속과 단절이 교차하는 이 시점에, 전쟁과 무관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마스터 코드브레이커일당을 통해 대두되는 영화의 근본적인 질문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거대한 우주전쟁의 와중에 성대한 파티와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그들은 무기를 파는 일을 한다. 악의 편에 무기를 팔며 돈을 챙기는 그들이 선의 편에도 동일하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급되는 짧은 순간, 은하계와 제국의 운명을 건 그 오랜 전투가 다 부질 없는 일인가 싶어진다.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1977년 첫 <스타워즈> 이래 영원한 레아 공주일 것 같았던 생전의 캐리 피셔(201612월 사망)를 실사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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