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행군에 가까운 책, 로마서 산책
로마서 행군에 가까운 책, 로마서 산책
  • 최소연
  • 승인 2017.12.13 2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연경, 로마서 산책 바울을 사로잡은 복음의 능력, 복있는사람, 2010년
권연경, 로마서 산책 바울을 사로잡은 복음의 능력, 복있는사람, 2010년
권연경, 로마서 산책 바울을 사로잡은 복음의 능력, 복있는사람, 2010년

책 이름은 '로마서 "산책"'이지만 사실은 '행군'에 가까운, 읽다보면 치밀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잠이 깨는 책이다.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이 나의 구원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믿음, 칭의, 행위는 어떻게 따로 또 같이 나의 구원과 연결되는가?
'무엇''어떻게' 믿고, '어떤' 순종을 하는가(해야 하는가)?.
성령의 역사라는 것이 일상생활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윤리적 삶()으로도 구원이 가능한가?
그리고 이런 질문을 시작한다면, 어떤 대답을 찾아야 내게 납득이 되고 만족이 될까?

저자는 각 장의 끝부분마다 이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치밀한 논리를 따라 가는 것이 나한테는 다소 힘들기는 했지만 질문의 힘에 끌려 행군을 간신히 끝냈다. 성서 주석/주해서를 읽는 건 처음이라 이런 종류의 책들이 비슷한지 모르겠는데.. 저자는 바울이 강조하고 의미했던 단어 혹은 표현들을 새롭게 (저자가 이해하는 바울의 의도대로) 풀이한다. 그래서 책 전체적인 언어는 익숙하거나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편안하지만 (현대적 언어로 풀이), 저자가 새롭게 풀이하는 표현들은 등장할 때마다 다시 그 의미들을 되새기고 기억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익숙한 '복음'의 정의(?)는 은혜, 구원, 십자가, 등이겠지만 바울이 강조하는 복음의 측면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능력 또한 '죄에서 구원하는', '악을 멸하는',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이라기보다는 바울은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임을 강조하며, 그래서 부활은 칭의와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율법의 행위들'이라는 표현은 율법을 완벽하게 실행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순종이 제거되고 껍데기만 추구하는 위선 혹은 외면적인 조건들을 가리키는, 결국 '행위의 부재'를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의로움의 해답이 되는 믿음"이란 행위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순종이라는 행위가 반드시 수반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통해서만 성령의 '역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연경 교수와 함께한 오렌지카운티 독서모임
권연경 교수와 함께한 오렌지카운티 독서모임

가장 신선했던 부분은, '구원'의 미래성이다. 구원이 현재에 이미 완전히 결정된 condition이 아니라 미래에 받을 것을 '소망'하며 확신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라고 설명한다. 권교수는 어제, 당신의 이런 해석을 많은 이들이 투박하게 여긴다고 하였지만 난 차라리 속이 시원했다. 왜 그리 '구원의 확신'에 집착하는지, 그 구원이 당장 무엇을 주길래 그렇게 확신하고 싶어하는지, 그 집착에 따라오는 온갖 discrepancy를 풀어내는 기존 설명의 무게도 마뜩치 않았고 마태복음을 비롯한 다른 복음서에서 행위를 강조하는 부분과 연결도 잘 되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구원'이 어떻게 일어나고 완성되는지 설명하는 mechanism을 인간이 다 이해할수 없다는 전제하에, 투박하더라도 오히려 소망과 환란과 성령의 역사에 깔끔하게(!) 연결되는 구원에 대한 설명이라면 I am willing to open myself up to it.

우리를 구원하는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 그리고 생명을 창조하는 일에 동참하는 일에 성령이 우리로 하여금 순종하게 하는 '복음' 이야기. 실존적 선택, 보편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윤리, 하지만 다는 알수 없는 구원의 결과, 이 지점들을 어찌어찌 조금씩 연결해가며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성령''순종'의 의미와 기능을 다시금, 혹은 새롭게 받아들인 그만큼 편안하고 자유로워진 듯 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글쓴이 최소연은, 카운티정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1.5세 직장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