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존재하는 세상에 주시는 말씀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존재하는 세상에 주시는 말씀
  • 하창완
  • 승인 2017.12.13 0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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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완목사의 목소리큐티 - 미가 2:1-5
미가 선지자(미켈란젤로, 로마 바티칸 시스틴성당벽화)
미가 선지자(미켈란젤로, 로마 바티칸 시스틴성당벽화)

경제 정의가 무너진 이스라엘의 민낯과 심판의 말씀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각 지파별, 가정별로 땅을 분배해주셨죠. 토지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소유였고, 개인적으로 부의 수단으로 삼지 못하도록, 희년제도를 통해서 또 가족 친지 중 가까운 사람이 빚으로 넘어간 토지를 사서 다시 되돌려주는 제도(기업 무를 자) 등의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셨습니다.

가나안 정착 초기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룻기에서는 이 제도가 잘 지키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에 나오는 것처럼,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희년제도는 제대로 지켜진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왕정시대에 아합 왕이 나봇의 밭을 탐내다 결국 손에 넣고 마는 경우(왕상21:2,3)처럼 점점 무너져 갔던 거죠.

미가 선지자가 지적하는 상황도 하나님이 꿈꾸시던 경제적 정의가 완전 무너진 모습이네요. 밤에 침상에서 악을 궁리하고 날이 새면(법정이 열리면)’ 그걸 실행하고 마는 사람들, 법적인 전문성과 권력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라는 얘기죠. 그들이 실행하는 구체적 얘기는? 바로 탐나는 밭이나 집은 무조건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 임자를 속이든, 권력으로 밀어붙이든, 그게 유산으로 받은 것이라 법적 자격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뭔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빼앗고 만다는 것입니다!

농업사회에서는 땅이 경제와 자본의 핵심이라. 경제와 사법 정의가 완전 왜곡된 모습인 것이죠. 이들이 탐내는 것은 뭐든지 다 손에 넣고 만다(v2) cf. “탐내지 말라”(20:17 십계명 중에서)... 이렇게 하나님의 꿈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들을 심판하시겠다고 말합니다. “지금 그 나쁜 부자들이 폭삭 망해서 알거지가 되게 만들 거다는 말씀. 주님의 총회에서 다시 세상을 재편하실 때에 그들의 몫은 없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판적으로 봐서 그렇지, 지금 자본주의 경제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친숙한 이야기가 바로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살고 싶은 집에 사는 것을 다 맘대로 하고 살 수 있는 삶을 꿈꾸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자본주의 정신 자체까지 뒤집어엎기에는 우리가 넘 힘이 없다는 절망감을 느낍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자본주의적 삶을 영위하고 있고 이걸 포기하기엔 대안이 넘 없다는 난감함도 한 몫을 하네요.

사실, 더 심각한 건, 내 속에 존재하고 있는 이 자본주의적 욕망, 잘 살고 싶은 욕망,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싶은 욕망이 너무 커서 매번 하나님 말씀과 충돌하는데, 이것을 자본주의사회를 살고 있으니 어쩔 수 없잖아요?’ 라고 항변하고 합리화하고 있고, 또 그러는 나 자신을 내가 보고 있다는 거죠.

겸손하게 나 자신을 주게 내어드리고, 주님이 꿈꾸시는 세상, 사랑과 정의가 함께 가고, 서로 간에 공평과 평화가 넘치는 공동체적 삶을 위해서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흐름 속일지라도 조그만 파문, 거슬러 올라가는 용기 있는 삶을 도전해보는 무모함이 필요합니다.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게 바로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은 우리의 소명임을 단단히 붙잡고, 오늘도 주님을 부르고 힘차게 나가보는 거죠. 내안에 일어나는 갈등은 주님과 매번 풀어가면서 말이에요. , 이런 꿈을 같이 나누고 공유하는 공동체가 있으면 더욱 힘이 나겠죠? 바로 우리 교회 말이에요.

물론 자본주의 안에서도 대기업의 독과점,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처럼 갑질의 한도가 넘어버린 가진 자들의 횡포, 우병우처럼 사법적 권력을 맘대로 이용하는 나쁜 자들, 권력 있을 때 교묘하게 남용해서 자기 배를 엄청 불려놓고 지금은 모든 법망 다 피했다고 낄낄 거리고 있는 MB 등등 비판하고 바로잡고 자본주의 안에서의 정의를 실천 할 일들은 수두룩하게 널리 있기도 합니다. 이런 걸 하는 게 바로 교회가 할 일, 교회의 사명 중 하나인 거죠. 그래서 큰 것은 못해도 작은 거라도 바로잡아보자는 마음을 다져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은 사법적 정치적 권력과 경제력을 갖추고 갑질 해대는 사람들을 언젠가는 반드시 폭망하게 하시고 정의를 바로 세우실 거라는 믿음을 갖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나님을 따라 살아가는 게 필요한 거죠. 비록 내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지라도 주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반드시 그 일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에요.

때때로 내가 건물주의 입장이 된다면, 조물주의 자리를 넘보는 갑질은 좀 참고, 때로 내가 어느 정도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경제력이나 권력이 있다하더라도 욕심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좀 더 나아가 이웃을 같이 생각해서 나눌 줄 아는 삶을 사는 것도 하나님나라의 꿈을 갖고 사는 삶이 될 것이고요. 아무튼, 오늘 미가선지자를 통해 주신 하나님의 현실 고발과 심판의 메시지. 자본주의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정말 깊이 묵상하고 살아가야할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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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완목사는 부산의 맑은물교회 담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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