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기도를 벗어나며
사사로운 기도를 벗어나며
  • 방영민
  • 승인 2017.11.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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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한, 지렁이의 기도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실한 여정, 새물결플러스, 2017년
김요한, 지렁이의 기도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실한 여정, 새물결플러스, 2017년
김요한, 지렁이의 기도 삼위일체 하나님과 함께하는 신실한 여정, 새물결플러스, 2017년

성령으로 변화받은 사람은 누구나 기도에 소원을 품는다. 말씀에 은혜를 받고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싶어지는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다. 주지하듯이 그리스도인은 기도로 부름받은 사람이다. 그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고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교제하며 동행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기도 없이도 신앙생활 할 수 있고 기도를 통한 자기부정과 자기깨어짐 없이도 충분히 믿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당신의 백성들이 기도하며 살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하나님이 무엇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자기를 향한 사랑이 갈급해서도 아니다. 바로 당신의 자녀가 이 땅에서 하늘의 능력을 가지고 살게 돕기 위해서이다. 또한 그리스도인을 넘어뜨리고 타락시키려는 무수한 어둠의 세력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넉넉한 승리를 주기 위해서이다. 또한 하늘의 뜻을 이 땅에서 이루어 갈 때 우리의 기도를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기도는 이처럼 그리스도인에게 절대적인 은혜의 방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도의 효과를 앎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도에 시간과 마음을 쏟지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인데, 기도의 방법과 기도의 목적과 기도의 필요성과 기도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기도는 많은 정신적 육체적 영적 에너지가 소비되는 활동인데 여기서도 희생하지 않고 얻으려고만 하는 인간의 타락한 본성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평소에 존경하는 목사님께서 쓰신 기도에 대한 책이다. 페이스북이나 지인들을 통해 그분의 마음과 삶에 대하여 듣고 아는 부분이 있고 그리고 실제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나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해주신 경험도 있기에 필자는 이 책을 기다렸고 마음으로 읽었다. 책을 보며 여러 가지가 은혜가 되었는데 필자에게 제일 감동이 되었던 것은 책장을 덮으며 왜 이 책이 “지렁이의 기도”가 되었는지를 알았을 때이다.

저자는 자신을 향해 ‘지렁이’라고 한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여러 기적을 베풀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고 성도에게는 힘과 위로를 주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하나님 앞에 고개 숙일 때마다 벌레이고 지렁이고 미물이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하나님의 영광 앞에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하나님의 존엄 앞에 그분의 크심과 거룩을 아니 그렇게 고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기도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문제는 잘 해결하지 못한다. 그는 기도를 통해 타인의 몸과 영혼과 삶의 고통과 문제를 풀어준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게 있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은 늘 몸의 가시처럼 달고 다닌다. 지금도 눈과 어깨와 여러 피로로 무거운 몸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타인을 향한 큰 긍휼과 아픔의 마음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고통이 타인의 아픔을 끌어안은 흔적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스쳤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의 기도에 하나님이 살아서 역사하신다는 것이다. 신기할 정도로 세밀하게 간섭하시는 하나님을 보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기도를 하나님과 나만의 관계 유지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기도를 통해 이 땅에서의 복을 구하고 심리적이고 경제적인 것을 구하며 열광적이고 기복적으로 기도하지는 않았지만, 내 기도가 그 전제로 인해 무능했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실로 우리의 기도는 사사로운 기도가 되어서는 안된다. 개인의 번영과 욕망을 위한 성취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동안 기복주의와 신사도에 반하여 기도는 ‘하나님과의 관계’라고 배운 것이 문제를 돌파하고 악을 제거하고 하늘까지 올라가야 할 기도들이 많음에도 그 전제 때문에 우리의 기도가 역으로 사사로운 것이 된 것 같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런 부작용을 보았다. 적진을 뚫어야하는 화살과 대기를 통과하여 하늘로 올라가는 미사일이 되어야하는 기도가 그런 바르고 조심스러운 선제성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친밀을 넘어 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며 현실적이여야한다.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고 자기 전달이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사셨던 모습을 보면 그분은 하나님께 기도하며 아버지와의 사랑과 연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셨을 뿐만 아니라 병든 사람들과 썩어가는 교회와 부패한 사회를 끌어안고 눈물로 기도하셨고 몸소 하나님 나라를 이루며 살아가셨다.

이렇게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의 생애만 보아도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의지가 약한지 반성하게 된다. 책에는 저자의 기도의 간증과 함께 다른 기도자들의 역사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며 우리의 기도가 지향해야 될 목표를 다시 재조정하게 된다. 기도는 운동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하나님은 기도자에게 소원과 감동을 주시고 그는 하나님께 간구하며 하나님은 그 일을 성취하신다.

필자는 목회자다. 책을 보기 전부터 ‘지렁이’라는 말이 내 마음을 계속 울리고 눈물이 나게 하였다. 책을 접하기 전까지 나는 기도하면서 ‘하나님 나는 지렁이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책을 보고 매일 기도하면서 나의 첫 마디가 ‘하나님 나는 지렁이입니다’라고 속에서부터 진심으로부터 고백하게 되었다. 그저 그 한 마디에 마음이 녹아지고 눈물이 그렁거리고 하나님만을 붙잡았다.

그래서 나에게는 기도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목회자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유지 정도의 기도로 살아갈 수 없다. 나에게는 맡겨진 공동체가 있고 아프고 상하여 돌봐야 될 영혼들이 있다. 내가 그들에게 다가갈 때 현존하시고 생생하게 동행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만나고 싶다. 그래서 자신의 아픔과 한계와 고통을 말해줄 때 능력있는 기도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여주고 더욱 주님을 사랑하고 의지하며 사는 복된 길을 제시해주고 싶다.

필자는 그래서 오늘도 기도의 자리에 엎드린다. 그리스도인이기에 목회자이기에 하늘의 능력을 담은 기도의 권세를 위해 간구한다. 땅속에 있는 지렁이가 꿈틀 거릴 때 빛이 들어오고 공기가 통하며 유기물이 이동하고 물이 흘러 그 땅이 변하고 회복되듯, 내가 땅바닥에 엎드려 꿈틀거리고 몸을 비빌 때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땅을 변화시키고 회복시킬 것을 믿음으로 바라본다. 종말론적인 하나님 나라가 지금 여기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게된다.

기도에 대한 신학과 성경본문과 간증과 체험이 엮여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부족하고 빈약한 내 기도와 기도생활을 보여주는 책이다. 하나님 앞에 안일했던 기도를 반성하고 다시금 능력있는 기도가 되기를 갈망한다. "기도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다"(막 9:14)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기도함으로 하늘의 뜻을 펼쳐가길 다짐한다. 교회를 지키는 사람, 이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사람, 하나님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 누구일까? 그는 신학 지식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심정으로 기도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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