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다" 6일 오후(현지 시각) 벌어진 트럼프의 선언으로 (중동에) 지옥문이 열렸다고들 말한다. 미디어는 새로운 중동 전쟁, 중동에 전운이 감도는 것을 예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중동 전쟁 가능성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지만, 전혀 현실과 다르다. 언론에서, 아니면 말고 격하게 반발하는 중동의 정치권력 집단은 그냥 말의 성찬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실상은 짜고 치는 게임으로 다가온다.
이 선언 이전에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빈 살만(Mohammad Bin Salman Al Saud, 32)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친이스라엘 노선에 서있고, 그를 위시하여 중동이 재편되고, 줄서기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중동에서의 이란의 고립과 이스라엘의 약진이라는 큰 그림은 이미 시행중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자극에도 불구하고 크게 반응하지 않는 시리아나 레바논의 헤즈볼라의 분위기도 특이했다. 지난 11월 10일(금) 레바논의 헤즈볼라 지도자 하싼 나스르 알라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에 레바논을 공격하도록 요청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4일(월) 저녁(현지 시각) 이스라엘군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 북서쪽 5킬로미터 지점의 자므라야(Jamraya) 군사 시설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 사이에 두 차례 이상의 공격이 있었다고 알-마야딘과 이를 인용한 이스라엘 하-아레츠 등이 보도하였다.
아마도 가자 지구를 중심으로 한 하마스 정권과 압바스의 파타 진영의 연합정부도 눈에 가시였던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탄야후(Benjamin Netanyahu, 68) 정부였던 것 같다. 네탄야후 총리는 부패혐의로, 그의 아내는 공금횡령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트럼프발 이벤트를 통해, 가자지구를 옥죄고, 팔레스타인을 더욱 통제하는 준전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혹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7일(목)에만도 3발의 미사일이 가자지구에서 날라 오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대응 형식으로 지난 7일(목) 저녁과 9일(토) 아침 시각,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군사 작전이 벌어졌다.
그런데 마흐무드 압바스(Mahmoud Abba, 8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미 임기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수년전 가자 전쟁을 핑계로 선거를 치루지 않은 채 통치를 하고 있는, 친 팔레스타인으로 보이지 않는 인물로 평가된다. 압바스 수반은 2005년 4년 임기로 자치 정부 수반에 취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정치적 대립, 가자 전쟁 등을 이유로 선거를 치르지 않는 채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선거 국면이던 지난 2008년 12월 27일,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내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명분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2009년 1월에 예정되었던 선거는 연기되었다. 이후 하마스와 파타 두 정파는 2009년 9월 수반 선거와 총선 일정에 합의했으나 시행되지 않았다, 2011년 11월 중순에도, 파타와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위한 선거(수반 및 의회)를 2012년 5월에 실시하기로 동의했으나 이 또한 시행되지 않았다. 이 모든 상황이 다 안보의 부재 또는 위기 상황을 앞세운 특별한 조치(?)였던 것 같다.
빈 살만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하는 신 중동 정치 질서의 재편이 벌어지는 가운데 트럼프의 선언이 이뤄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아랍 국가들도 응원하지 않는 가운데, 매주 금요일이면 주변 아랍 국가에서 금요 예배를 마친 무슬림들이 항의 시위를 한동안 이어갈 것이지만, 그뿐일 것이다. 중동국가의 지도자라 하는 이들도 성토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 국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런데 말리는 척하는 시누이 같은 존재들이 중동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스라엘군의 공격의 명분을 안겨주곤 하던 가자지구의 미사일 공격 배후로 지목되는 하마스 무장세력도 문제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복지와 인권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도 문제이다.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이들은 모두 다 멀리 있는 존재들 같다. 가자지구와 서안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삶만 더욱 곤혹스러워진다. 그들에게 명분과 실리, 권한도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