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 살아가야 할 참된 모범을 제시하는 책
그리스도인이 살아가야 할 참된 모범을 제시하는 책
  • 박주신
  • 승인 2017.12.04 19: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 하워드 요더, 예수의 정치학,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07년
존 하워드 요더, 예수의 정치학,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07년
존 하워드 요더, 예수의 정치학,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 2007년

조금 어려운 책 한 권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존 하워드 요더는 오늘날 기독교 윤리를 배우고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있어 거의 요다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그렇습니다, 저도 아재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준 그의 대표적인 저서가 바로 이 책 <예수의 정치학>(The Politics of Jesus)입니다. 이 책은 사실 정치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경제나 문화, 윤리와 더 관련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윤리책도 아닙니다. 이 책은 결정적으로 예수신앙인의 삶에 깊이 천착한 저작입니다.

저자는 예수가 보여준 삶, 예수가 추구한 삶에 철저하게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 예수의 삶은 오늘을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의 윤리적인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자 합니다. 다시 말해, 예수의 삶은 그냥 하나의 신화적 모범으로서 일반 범인들이 따라할 수는 없는 것이며, 오늘날의 상황과 당시의 상황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예수의 삶의 방식 자체를 우리 현실에 대응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딱 그 반대의 이야기를 던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예수가 보여준 삶이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되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의 제목이 정치학(politics)’인 이유는 정치라고 하는 것이 본래,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자신이 속한 시대의 사상들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사상적 입장을 드러내고, 삶의 방식으로 그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예수가 보여준 모든 삶의 모습은 결과적으로 매우 정치적이었으며, 그 삶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윤리적, 정치적, 사회적 모범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는 그냥 좀 특이한 개인의 삶을 산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늘날에도 혼자 산 속에 들어가서 타인들이나 사회와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며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예수가 이 땅에서 보여준 삶은 그런 그냥 특이하거나 독창적인 삶이 아니라, 시대와의 끝없는 대화 속에서 명확하게 자기의 생각과 삶을 보여줌으로서 자신이 살았던 세상과, 그 이후 오는 모든 시대 속에 하나의 삶의 모형을 제시해 준 것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러한 모형을 따르는 삶을 일컬어 성경적 현실주의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저자가 처음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지만, 저자에 의해서, 특히 바로 이 책에 의해서 기독교 윤리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용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The Politics of Jesus
The Politics of Jesus

1968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이미 출간된 지 50년이나 되었고, 위에서 보듯이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설명조차도 쉽게 쓰기가 어려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2천 년 전에 사셨던 분이라는 점, 그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들이 지나치게 급진적이거나 이상적이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수님은 하나님이라는 점 등의 이유들로 인해 우리는 성경이 풍성하게 그려주는 예수님의 삶의 모습들과 가르침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거의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고, 그저 예수의 십자가 죽으심과 부활로 인한 구원에만 의미를 두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기독론은 너무 철저하게 구원론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땅에서의 사역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하나님 나라가 임했다고 선포하신 예수의 가르침을 너무나 쉽게 간과하는 것입니다.

예수는 하나님 나라를 사는 삶이 무엇인지 의도적으로 끊임없이 가르치셨습니다. 그 가르침은 죽어서 가는 천국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땅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래서 예수는 몸소 그 삶을 계속해서 보여주셨습니다. 요더는 바로 거기에 착안한 것입니다. 그래서 역자인 신원하 교수는 책 말미의 해설에서 요더가 철저하게 기독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그 기독론은 단순한 예수에 대한 교리가 아니라, ‘기독실천론’(Chrostopraxis)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예수의 가르침 속에서, 성경이 보여주는 예수의 삶의 모습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살아가야 할 참된 모범을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적극 추천합니다. 그것은 신앙인의 삶의 옵션이 아닙니다. 이 땅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빛과 소금이라고 하는 주님의 가르침은 그냥 듣기 좋은 소리가 결코 아닌 것입니다.

 

글쓴이 박주신 목사는, 성림교회 사역자이며, 청년사역네트워크에서 실행위원으로도 섬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