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배우는 훈련” - 사랑하는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하나님을 배우는 훈련” - 사랑하는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 이진영
  • 승인 2017.12.03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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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목사의 복빛단상

7년쯤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인, 장모님께서 미국에 오셨을 때 가족이 모두 함께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엘 갔었습니다. 가는 곳마다 모양새는 여행 가이드라도 된 것처럼 장인 장모님께 이런 저런 설명을 드렸지만, 사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저 역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교과서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매체를 통해 듣고 보았던 것을 실제로 찾아가 보는 일이 그렇게 즐겁고 기대에 찬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이아가라 시에 도착해서 실제로 폭포의 모습을 보고, “Maid of the Mist”라는 작은 배를 타고 폭포 바로 앞에까지 바짝 다가섰을 때 느낄 수 있었던 그 장엄함과 거기 압도된 느낌은 제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경험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하나님께서 빚으신 거대한 자연 앞에 나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절감하면서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C. S. 루이스, 인간폐지, 홍성사, 2006년
C. S. 루이스, 인간폐지, 홍성사, 2006년

제가 매 달 한 번씩 참석하는 C.S. 루이스(Clive Staples Lewis, 1898~1963) 연구회가 지난 주 월요일에도 열렸습니다. C.S. 루이스와 그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이런 저런 토론도 하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나누는 아주 작은 모임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인간 폐지(C. S. 루이스, 홍성사, 2006)라는 루이스의 책 첫 번째 챕터인 가슴 없는 사람에 대해 발제를 했고, 루이스에 대해 박사논문을 쓰신 박성일 목사님께서 좌장이 되어 토론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늘 그렇듯이 참석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심도 있는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이 책의 처음도 폭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영국의 시인 콜리지(Samuel Taylor Coleridge, 1772~1834)가 폭포에 대한 여행자 둘의 인상에 대하여 말합니다. 같은 폭포를 바라보면서도 한 사람은 장엄하다”(sublime)라고 말했고 다른 한 사람은 볼 만하다”(pretty)라고 서로 다른 어휘를 사용하여 느낌을 말했습니다. 물론 콜리지는 장엄하다라고 말한 이의 표현이 적절한 것이라고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루이스는 여기서 다른 두 사람을 소개합니다. 그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문학교과서를 저술한 현직 교사들입니다. 그들은 그 교과서에 폭포를 장엄하다라고 말한 한 여행객과 거기 동의한 콜리지의 견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루이스의 의도는 이 두명의 저자의 견해와 이 교과서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데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은 그들이 쓴 교과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저것은 장엄하다라고 말할 때, 언뜻 보기에는 폭포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폭포에 대한 말이 아니라 자기의 느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언가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자신의 느낌에 대해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인간 폐지, 홍성사, pp. 12-13).

이 두 저자들은 사물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한낱 감정의 상태를 말하는 것에 불과하고 따라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루이스는 저자들의 이러한 교육 철학이 어린 학생들로부터 전통적인 가치관과 역사적인 유산들을 교묘하게 빼앗아 제거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C. S. 루이스의 저작들
C. S. 루이스의 저작들

저도 루이스의 글에 크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며칠 전 딸 서연이가 제게 이렇게 묻더군요. 
"아빠 하나님은 왜 예수님을 보내셨어요?”
갑작스런 서연이의 질문에 저는 잠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목사로서 늘 이런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긴 하지만 서연이가 제게 이런 질문을 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나 봅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그 사이에, 서연이가 또 말했습니다.
"우리를 너무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셨죠?”
그제서야 정신이 차려졌습니다. 서연이의 말을 받아서
"
, 그런데 우리가 자꾸 하나님께 죄를 짓는데, 우리 죄를 완전히 용서하시려면 예수님이 꼭 오셔서 우리 죄를 대신해서 죽으셔야 했거든
이렇게 대답을 해 주고 나니, 이녀석 벌써 답을 잘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주일학교 교사들의 얼굴이 하나 하나 떠올랐습니다. 고마움으로 마음이 벅찼습니다.

루이스는 앞서 말한 책에서 아직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진리와 사물에 대한 질서 있는 애정정당한 감정을 갖도록 돕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나님과 그가 지으신 사물을 향해 올바른 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참 사람의 모습이 갖추어져 가는 것이라고 말이죠. 서연이가 믿음 안에서 올바로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좋은 길을 닦아 주고 있는 주일학교의 교사들에게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이 드는 오늘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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