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총신대 여성 이사 선임' 거부, 법적 대응 시사
예장합동, '총신대 여성 이사 선임' 거부, 법적 대응 시사
  • 황명열
  • 승인 2021.02.25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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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 총신 정이사 명단 15명 공개, 교육부 추천 여성 3명 포함
총신대학교 전경 / 사진 갈무리

지난 5년여간 진통을 겪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소속의 총신대학교(이하 총신대)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정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교육부가 추천한 3명의 여성 이사 선임 문제로 또 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총신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지난 24개월 동안 임시이사 체제로 비정상적인 경영을 해오다 지난달 13일 정이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사분위는 총신대정상화추진위원회 등 교단 내 4개 주체에 새롭게 구성할 재단이사(정원 15) 후보를 추천하라고 했다. 이때 추천 권한이 있는 각 주체에게 성비 균형을 고려하고, 정원 2배수인 30명의 후보를 선정하도록 헸다. 예장합동 총회, 총신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총신대 개방이사추천위원회에 각각 8명씩, ·현직이사협의체에 2명을 추천하라고도 했다. 교육부 몫으로는 4명을 배정했다. 사분위는 이 중 15명을 뽑겠다고 했다.

이에따라 총회와 학교 측이 후보들을 추천하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았다. 후보자들이 특정단체에 편중됐고, 남여 성비 균형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장 합동 측에서는 단 한명도 여성을 추천하지 않았고 모두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장로들뿐이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4명의 후보 추천 몫 중에서 3명을 여성으로 추천했다.

22일 전체 회의에서 사분위는 15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선임된 이사들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총회장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김기철 목사(정읍성광교회),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이규현 목사(수영로교회), 화종부 목사(남서울교회), 장창수 목사(산돌교회), 김장교 목사(서성로교회), 강재식 목사(광현교회), 심치열 교수(성신여대), 김이경 교수(중앙대), 정수경 변호사(법무법인 지혜로), 이송 장로(서울성심병원 원장), 이진영 장로(이정컨설팅 대표 공인회계사), 류명렬 목사(대전남부교회), 이광우 목사(전주열린문교회)이다.. 이 중 교육부에서 추천한 3(심치열·김이경 교수, 정수경 변호사)만이 여성이다.

정이사 명단이 발표되자, 소강석 총회장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 선임 거부를 비롯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 총회장은 "사분위가 총신대 정관과 설립 이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선임한 나쁜 선례"라고 비판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여성 이사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을 소집해 대응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신대 제39대 원우회도 총신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 하는가라는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사분위 결정은 총신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결정이다. 김영우 목사가 훼손하기 전 우리 학교 정관에는 '이사와 감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되 본 총회에 소속한 목사 및 장로 중에 선임하여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 취임한다'고 되어 있다. (중략) 우리가 배우고 지향하는 신학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 타 교단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은 우리 신학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침해하고 무너뜨리는 행동"이라며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총신대학교 원우회 성명서
총신대학교 원우회 성명서

 

반면, 그동안 여성 목회자 안수를 끊임없이 요구해 온 총신대 동문 여성들은 사분위의 이번 발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강호숙 박사(기독문화연구원)<뉴스앤조이>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에 들어간 여성 이사들이 비록 외부인이기는 하지만, 너무 잘되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는 총신에서 공부하고 총신을 사랑하는 여성들도 이사가 되어야 바람직한 학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박사는 "여성이 이사로 선임됐다고 반발하는 사람들은 시대 분위기를 모르는 거다. 계속 그럴 거면 4년제 사립대학 지위를 내려놓고,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도 다 포기하기를 바란다.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교육부는 총신대를 더 괘씸하게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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