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서 일상: 침수
선교지에서 일상: 침수
  • 심윤미
  • 승인 2021.01.2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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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로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13년째 살아 내게 하고 있습니다. "선교는 선교지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다."

첫 일 년을 선교사로  살아 내고 난 후 우리 목사님이 정의한 선교에 대한 정의였습니다. 중국에서 3년, 한인교회의 부 교역자 생활을 마치고 다음 사역지로 허락하신 아프리카 선교사로서의 삶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 하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의 감동하심을 받으신 분들을 통해 공급되는 기도와 물질로, 하루하루를 은혜로 살아가는 가운데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살게 하시는 선교사의 삶이 쉽지만은 않지만 주님 때문에 행복한 삶임을 고백하게 됩니다.

오늘은 침수라는 제목으로, 저희의 선교지의 일상나눔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희가 사는 이곳은 아프리카의 중남부에 있는, 잠비아라는 곳의 수도 루사카입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하늘이 이곳을 한번 다녀간 분들에게는 인상 깊게 남아 그리움을 갖게 하는 곳입니다. 저희 사역지에서 한 달을 함께하고 돌아간 후 삶이 180도로 바뀌어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고자 몸부림치는 조카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가 이곳에 왔었을 때, 하늘이 너무 이쁘다며 나에게 했던 말이, "고모는 이렇게 동화 같은 나라에서 사는구나!" 였습니다 .

그런데 이렇게 이쁜 하늘은 우기가 되어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일 년이 우기와 건기로 나누어져서 우기 6개월은 비가 내리고 건기인 6개월은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우기가 되면 건기 때 시들었던 풀들과 나무들이 초록 옷으로 갈아입고 푸르름을 맘껏 뽐내며 주님을 찬양합니다. 그림 같은 하늘도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곳의 우기.... 

그런데 이 우기에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비가 한번 쏟아지고 나면 도로가 침수되어서 보행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가 온 후 도로를 걷다 보면 봉이 김선달 같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침수로 물이 찬 곳에 판자를 가져다 임시다리를 만들어 놓고 통행료를 받는 것입니다. 이 정도 우기 침수는 애교로 봐줄 정도의 침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을과 집들이 잠기는 것입니다. 저희는 잠비아에 온 지 일 년 만에 주님의 은혜로 교회 땅을 샀습니다. 그리고 건축을 시작했는데 그때 동네 사람들의 집을 둘러 보면 집들이 문턱이 너무 높았습니다. 저 혼자 생각하기를, "이 사람들은 참 지혜가 없다. 이렇게 집 문턱을 높게 만들면 청소할 때도 힘들고 넘어 다니기도 힘들 텐데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동네의 집들 기초도  땅에서 위로 꽤 높여서 지어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우기를 지내고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배수 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우리 교회 쪽 마을은 비가 올 때마다 마을이 잠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의 집들의 문턱이 높았던 것입니다. 집 기초를 높이 해서 집을 지었던 것입니다.

첫 번째 우기 침수로 물이 잠기던 때 그때는 우리 아이들이 함께 하던 때였습니다. 중학생 아들딸과 함께 가난한 현지인들이 사는 집처럼 천장도 없이 그냥 양철 지붕만 올려 칸을 막아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벽돌로 칸이 막힌 각자의 공간이 있어서 행복해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우기가 되어 비가 좀 많이 내리자 교회가 호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은 물에 둘러싸인 다윗의 성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성의 기초가 튼튼치 않았나 봅니다. 물들이 스멀스멀 스며들더니 집안에 물들이 차기 시작했습니다. 잠도 못 자면서 물을 퍼내며 조마조마했던 그때도 지금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물과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10년 동안의 기도 응답으로 교회로 들어오는 도로가 포장되어서 이제는 도로가 침수되지 않아 편하게 교회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도로공사의  부작용으로 도로가 물이 내려가는 길을 막아서 교회 쪽 마을 배수에 더 큰 문제가 생겨서 마을에 물이 더 많이 차게 된 것입니다. 퍼낼 수도 없을 만큼 물에 잠긴 교회와 사택을 그냥 저절로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정부에서 배수로 공사를 시작하고 기대를 하며 올해의 우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배수로 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오히려 적은 강수량에도 마을이 온통 침수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감사 한것은  교회와 마을을 잠기게 한 물이 예전보다 일찍 빠져나간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우기 비가 많이 오는 내내 잠겨있어 꽃들이 다 죽고 물에 약한 과실수가 쓰러지고 모든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 했기에 일찍 물이 빠져줘서 꽃들이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그래도 계속되는 침수로 하나님께 묻게 됩니다. 하나님 왜 우리를 이렇게 물이 넘치는 땅으로 보내셨는지요? 라고. 그 응답을 우리 목사님에게 해 주셨습니다. 남편 목사님과 함께 왜 하나님이 우리를 이렇게 침수되는 땅으로 보내셨을까? 라고 하고 기도한 다음 날 아침 우리 목사님이 밝은 얼굴로 그러십니다. 하나님이 그러시는데, "그것은 내 일이다. 너는 너의 일을 해라."라고 하셨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실수 함이 없으시니, 우리는 다만 그의 선하심을 믿고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을 기대하며 또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들을 주님과 함께 감당해나가야겠습니다. 이때도 또한 지나갈 것이기에... 이곳에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이곳의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 주님을 더 알아가고 주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습니다. 

날마다 영원한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기에 지금 이곳 허락하신 땅에서 내게 주신 일들을 기쁨으로 감당하며 걸어 갈 것을 오늘도 결단해봅니다. 주님이 함께 계신 곳은 그 어디나 하늘나라입니다.

잠비아 루사카에서 주님과 함께 허락하신 일상을 살아내며….

2021.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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