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신(新) 기후체제, 그리고 교회의 전환’
‘기후위기와 신(新) 기후체제, 그리고 교회의 전환’
  • 황명열
  • 승인 2020.11.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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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2020 기독교 환경회의' 개최
'2020 기독교환경회의' 행사 포스터
'2020 기독교환경회의' 행사 포스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 환경부서와 기독교 환경운동단체들이 기후위기와 신() 기후체제, 그리고 교회의 전환을 주제로 지난 5‘2020 기독교환경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신한열 수사(프랑스 떼제공동체)와 떼제의 벗들이 준비한 떼제 기도로 시작했고, 여는 강좌로 장석준 기획위원(전환사회연구소)과 신익상 소장(한국교회환경연구소)이 특강을 했다. 이어서 온라인 줌을 통해 단체별 활동과 2021년 계획을 공유하고, 마지막 순서로 ‘2020 기독교 환경회의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떼제 기도회 장면 (영상 갈무리)
떼제 기도회 장면 (영상 갈무리)

여는 강좌 첫 순서는 장석준 기획위원이 기후위기와 신() 기후체제에 요청되는 대안 사회 및 경제를 주제로 강의했다. 장 위원은 지난 100년간 지구 온도는 1도나 상승했는데 이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처음 겪는 사태이고,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우려를 표명함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널리 알려진 대로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늘어난 온실 가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는 데 있다고 한다. ‘기후 예측 불가능성의 증대는 당장 농업 위기와 직결되는데, 이때 수입에 의존해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우리나라도 가장 어려움을 당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장 위원은 전망했다.

1988년 지구환경 가운데 온실화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 검토를 목적으로 UN 산하 각국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인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2도 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기존 질서가 붕괴하는 상황, 즉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IPCC는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이내로 잡기 위해서 2050년 까지 탄소 배출 순제로(net zero)’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2030년까지는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어느 정도 실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면 이 목표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장 위원은 불길하다고 전망한다. 그 이유는 먼저 정치. 정치가들이 현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있고,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들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그 자체도 문제지만 예상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되먹임 효과때문이라 했다.

탄소 배출 순제로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 화석에너지에서 태양열, 바람, 물 등을 활용하는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생가능 에너지로 바꾼다고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 수 있을까. 장 위원은 자원 사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면 제품 가격이 싸지는데 반해 수요는 증가하기에 오히려 자원 사용 총량이 늘어난다는 제번스 역설을 근거로, 녹색 성장과 탈성장에 대한 고민을 계속 이어갈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 위원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으로는, ‘문제 해결을 소수 엘리트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이 정책 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전체가 제한된 민주주의나 신자유주의체제의 자본주의 지향과 다른 방향으로 삶의 전반적인 전환을 이룰 것을 촉구했다.

 

장석준 기획위원 강의 장면 (영상 갈무리)
장석준 기획위원 강의 장면 (영상 갈무리)

 

두 번째 강의는 () 기후체제, 교회의 전환을 위한 생태신학이라는 주제로 신익상 소장이 맡았다. 1929, 1차 기후회의를 시작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 세계적 협의체가 출범했으나 실효적인 대응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정부들마다 기후위기 문제보다 당장 시급한 경제 성장을 우선하는 탓이다. 신 소장은 이 문제가 기후 협약의 딜레마라고 한다. ‘UN 기후변화협약이나 교토의정서에도 ‘기후변화를 저지하는 방안으로 채택된 모든 수단은 국제 무역에 대한 제약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아예 못을 박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깨어서 정부나 기업, 국제기구 등에 압력을 행사하고,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기후위기의 문제는 한계 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체제로부터 비롯되었고, 자본주의는 유한한 생명이 영원히 불멸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한다면 그것에 대한 실천적인 방법은 지속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것은 죽음을 통해서 가능하다. 그게 십자가와 부활에 나타난 기독교 복음이라고 했다. 기후위기 극복에 한국교회가 큰 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생태신학에 대한 진전된 논의와 연구, 실천이 필요하다는 당부로 강의를 마쳤다.

 

신익상 소장 강의 장면 (영상 갈무리)
신익상 소장 강의 장면 (영상 갈무리)

2020-2021년 가장 핵심적인 환경 이슈로 기후위기와 신()기후체제 4대강 재자연화 핵발전소와 고준위 핵폐기물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방류 산황산 골프장 반대 투쟁 하동 알프스 프로젝트사업 반대 투쟁 새만금 해수 유통 양수발전댐 건설 제주 제2공항 제주 난개발, 10가지를 선정하고 해결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2021년 단체별 주요 계획으로는 한국교회환경연구소에서는 ‘Green Exosus'기후위기 대응 집중 사업을, ncck 생명문화위원회에서는 기후위기 비상행동, 마지막 10을 선포하고 비상행동을 촉구할 계획이다.

다음은 2020 환경회의가 채택한 선언문 전문이다.

 

<2020년 기독교환경회의 선언문>

지금은 그리스도인들이 생태적 전환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이런 때에 왕후께서 입을 다물고 계시면, 유다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라도 도움을 얻어서, 마침내는 구원을 받고 살아날 것이지만, 왕후와 왕후의 집안은 멸망할 것입니다. 왕후께서 이처럼 왕후의 자리에 오르신 것이 바로 이런 일 때문인지를 누가 압니까?” (에스더 4:14)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하늘 높이 쌓아올린 바벨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은 박쥐에게서 비롯된 바이러스는 인공지능과 유전자 조작, 양자 기술과 우주 개발의 번영을 꿈꾸던 21세기 인류 역시 지구 생태계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명체일 뿐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달콤한 꿈에서 깨어 현실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의 세계는 위태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구의 생태계는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 인간의 착취로 스스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손으로 함께 창조된 우리의 형제자매인 생명들은 인간 문명이 만들어놓은 쓰레기 더미에서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음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기후변화로 인한 거대한 위기의 쓰나미가 모든 예상보다도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밀려오고 있습니다하지만 우리의 현실이 암울할지라도 다시 바벨탑을 쌓는 꿈을 꾸기 위해 골방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귀를 닫아서는 안 됩니다. 이 모든 일들은 우리가 지구의 생태적인 한계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무한한 성장과 번영을 약속했던 자본주의 경제는 지구 생태계의 눈물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피를 쥐어짜내어야 지속가능한, 그리고 우리 인간들의 상호의존하며 창조세계를 돌보는 본성을 거슬러 무자비한 경쟁과 지배의 삶을 강요하는 거짓과 불의로 가득한 사탄의 빵일 뿐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지구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아닌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모색해야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사회체제에서 경제는 무엇보다 상처 입은 지구 생태계를 지키고 돌보며, 지구 생명체의 일원으로써 살아가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선한 도구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전환은 우리의 어긋난 욕망을 조절하며 바로잡는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요구할 것입니다. 하지만 좁고 험한 길이어도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길에 다른 길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에너지 전환, 그린 뉴딜 등 최근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들 역시 기후위기를 야기한 한국의 사회체제의 전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없이는 모래위에 집을 짓는 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사회체제는 생태적 전환이라는 단단한 반석 위에 세워진 새로운 집이 되어야 합니다. 때문에 이제는 정의와 평화와 생명의 길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생태적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세계 교회는 정의, 평화, 생명의 경제라는 이름으로 생태적 전환을 위한 경제체제에 대한 고민을 오랜 시간 이어왔습니다.

이제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한국사회와 교회 안에서 정의, 평화, 생명의 경제에 대한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며, 생태적 전환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시도들이 이어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가 지금 여기 존재하는 이유는 멸망을 앞둔 지구 생태계와 생명체들의 위기 속에서 생태적 전환을 향한 창조주 하나님의 부르심을 듣기 위해서 것입니다. 기후위기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간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이 땅에 생명을 풍성케 하시려는 하나님의 거룩한 부름에 진심으로 응답하여 빛의 자녀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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