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정도가 깊은 남성 개신교인, 보수적 성향 강한 것으로 조사돼
신앙 정도가 깊은 남성 개신교인, 보수적 성향 강한 것으로 조사돼
  • 황명열
  • 승인 2020.10.2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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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통계 분석 발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영상 캡처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영상 캡처

지난 1014일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크리스챤아카데미’·‘기독교사상이 공동으로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통계 분석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들 가운데 개신교계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는 주제를 선별하여 개신교인의 인식 현황을 비개신교인과 비교하고, 일부 개신교 진영으로부터 촉발되고 있는 사회적 갈등 현상의 원인 분석과 대안 모색을 목적으로 했다. 설문조사는 정치/경제/생태·환경/통일·안보/사회·젠더/신앙 5가지 분야를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연령, 성별, 지역, 소득/계층, 종교 및 신앙의 정도에 따른 비교가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정치 분야는 이상철 박사(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경제 및 생태·환경 분야는 신익상 박사(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 통일·안보 분야는 김상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사회·젠더 분야는 송진순 박사(이화여대 외래교수), 신앙 분야는 이민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책임연구원)가 발제를 맡았다.

 

각 분야별로 눈여겨볼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정치 분야 / 개신교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질문에 자신을 진보적 성향이라고 밝힌 비율은 31.4%, 보수는 28.8%, 중도는 39.8% 로 나타났다. 특이점은 신앙 정도가 깊어질수록 보수적 성향이 강했고, 특히 여성(25.8%)보다 남성(32.6%)이 더 보수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20대 개신교인의 보수화 현상(보수 22.3% 중도 49.1%, 진보 28.6%)도 주목할 만 하다. 2019년 통계(보수 12.7%, 중도 47.5%, 진보 39.8%)와 비교해도 자신을 진보라고 밝힌 숫자가 현저히 줄고, 보수가 늘어났다. 이상철 원장은 그 원인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로 취업과 알바시장의 붕괴, 정부의 잇단 부동산 정책이 집값을 잡기는커녕 부추기는 현상, 사실 여부를 떠나 조국과 추미애 장관의 경우에서 부모찬스를 통한 특혜가 공정에 대한 불신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나는 한국 개신교의 시민성에 대한 분석 가운데 개인윤리와 사회윤리 사이에 발생하는 부조화다. 한국 개신교는 공동체 우선주의,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면모를 드러내 보이면서도, 사회문제에 있어서는 개인의 책임으로 환원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한국의 개신교인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회피하는 방안으로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고, 이는 공동체에 대한 잘못된 사랑임을 지적했다.

경제 분야 / 가난의 책임에 대한 물음에서 35.2%는 사회의 책임이라고 답했고, 45.2%는 개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변했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은 연령,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정규직일수록, 대형교회 교인일수록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가난을 극복하는 방법도 근면 성실한 노력’(61.6%)이나 자기계발’(51.8%)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공평한 조세 제도 마련’(44.9%), ‘복지정책 확대’(43.9%) 등이 나왔다기본 소득제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 43.2%, 반대 46.7%로 오차 범위 내에서 반대가 조금 많은 결과가 나왔다.

경제 분야에 대한 한국 개신교인의 의식은 대다수 가난의 문제를 개인주의적인 접근을 취한다. 그리고 개신교인은 교회 내 위치와 경제적 수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가난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지, 신앙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에 따라 가난에 관한 생각이 달라지지 않았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태·환경 분야 / 개신교인들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 97%심각하다는 응답을 했고, 코로나19의 원인을 74.5%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기는 사회적 재난 현상이라고 응답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는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47.6%)1순위로 꼽았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교회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 운동’(41.1%), ‘지구온난화 방지 위한 사회운동 참여’(24.3%) 등의 응답이 나왔다.

또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관점에 대한 질문에서는 여전히 청지기론에 토대한 창조 세계의 보존이라는 전통적 입장이 66.3%를 차지했다. 하지만 25%의 개신교인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과 자연은 동등한 피조물이므로 자연도 인간과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갖는다는 지구의 권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안보 분야 /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물음에 73.7%신뢰한다는 응답을 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52.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개신교인의 상당수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제의식에서 북한을 위협요소로 여기고 있고,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에게 안보란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의 방법, 즉 전통적 안보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의 통일 및 대북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잘 하고 있음33.7%, ‘잘 못하고 있음46.4%로 나타났다.

사회·젠더 분야 /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차별과 불평등의 심화 정도와 국가 권력이 강화되는 가운데 개신교인의 공동체 의식의 변화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혐오도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코로나 상황에서 직정에서의 감봉, 무급휴직, 실업에서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더 불리해졌다라는 질문에 36.9%그렇다’, 40%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동의한 응답자 중에 여성 응답자는 48.8%, 남성은 22.2% 였다.

장기간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교와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프로그램들이 거의 멈추게 되면서 여성의 가사 및 돌봄 노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질문에 72.4%가 인정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남성들(56.4%)에 비해 여성(85.3%)들이 체감하는 온도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코로나19상황에서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은 강화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의 진원지였던 신천지, 해외입국자, 이태원 클럽에 대한 혐오는 두드러졌다. 71.6%가 이들에 대해 경계하거나 혐오했다는 응답을 했다. 이태원 클럽 감염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반감 정도도 65.3%커졌다고 답했다. 혐오도의 심화 경향은 연령이 높고, 교회 출석하고, 신앙이 깊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동성애자 축복한 목사의 징계 여부에 대한 답변 결과는 축복은 목사의 권한이므로 누구를 축복하든 징계해서는 안 된다29.5%, ‘축복은 목사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동성애자를 축복한 것은 잘못이므로 목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27.3%, ‘축복은 목사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동성애자를 축복한 것은 잘못이므로 목사 자격은 유지하되 징계는 해야 한다25.3%로 나왔다.

신앙 분야 / 코로나19 초기 상황인 329일과 대면 예배 재개가 이루어진 719일을 비교했을 때, ‘출석하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는 응답은 3월이 13.6%였고, 7월이 39.3%3배 가까이 늘어났다. ‘출석하는 교회의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는 응답은 3월이 52.2%, 7월이 26.0%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예배 형태와 관련된 응답 중에서 주목할 지점은 예배를 드리지 않은 개신교 인구의 증가(7월 응답률 18.2%)이다. 이 결과에 대해 이민형 박사는 매주 드리는 주일예배가 갖는 신앙적 의미가 약해졌다는 것이고,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된다면 규칙적인 주일 예배에서 이탈하는 개신교 인구수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롭게 나타난 신앙적 변화는 온라인 예배가 일시적인 대안을 넘어 새로운 예배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교회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나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에 대한 소중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했고, 현장 예배 대체 경험의 만족도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박사는 시공간을 공유하는 신앙 공동체성의 의미가 점차 퇴색되는 상황에서 예배 특히 설교에 과한 무게중심을 두었던 예배 공동체로서의 교회에서 벗어나, 진정한 신앙인, 혹은 신앙공동체란 무엇인지를 생각할 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일예배가 가지고 있었던 교회 공동체의 응집력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교인들의 신앙 성숙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고 교회 중심의 신앙보다는 가정 중심의 혹은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할 때 더욱 성숙한 신앙생활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2020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 분석생중계 영상과 자료집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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