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심 간호사, "1달러 옷에 만족하는 사랑의 빚진 자"
백영심 간호사, "1달러 옷에 만족하는 사랑의 빚진 자"
  • 황명열
  • 승인 2020.10.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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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위의 나이팅게일, 백영심 간호사
2020 성천상 수상하는 백영심 간호사 / JW
2020 성천상 수상하는 백영심 간호사 / JW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올해 성천상 수상자로 백영심 간호사를 선정하고 지난 819일 시상식을 개최했다. 성천상은 중외제약 설립자 고 성천 이기석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여 의료 봉사 활동을 통해서 의료 증진에 기여하고 사회적 귀감이 되는 참 의료인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수상자로 선정된 백영심 간호사는 한 번 사는 인생, 가장 최선의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다 19909, 28세의 나이로 고려대 의료부속병원 간호사직을 그만두고 의료 선교의 길을 떠났다. 정식 선교사 파송을 받은 것도 아니기에 안정적인 지원도 없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건 고작 교회 청년들이 모아준 300달러와 병원에서 받은 퇴직금뿐이었다. 가장 열악하고 힘든 곳이지만 자신을 더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돌아올 기약도 없이 아프리카를 향했다.

케냐에서 4, 나머지 26년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보냈다. 전기도 물도 없는 곳이지만 현지인들과 함께 간이진료소를 세웠다. 의료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하루 100명이 넘는 환자를 혼자서 돌봐야 했다. 그러고도 저녁이면 구급상자를 들고 진료소로 오기 어려운 환자들을 찾아다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백 간호사는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월급을 아껴 말라위에 유치원, 초등학교, 진료소를 세웠다. 한국에 있는 한 회사의 도움으로 200병상 규모의 최신식 종합병원 대양누가병원과 간호대학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백 간호사의 섬김과 헌신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2012년에 이태석상, 2013년에 나이팅게일기장, 호암상을 수상했다. 처음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고 수상을 거절했다.

거듭 수상자로 결정되자 수상자에게 주는 상금이 현지에 필요한 시설을 구입해야 하는 금액과 맞아떨어져서 받기로 했다. 그 상금으로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고, 도서관을 짓기도 했다. 이번 성천상 상금으로는 현지에 중고등학교를 짓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정도 수고를 하고 상금을 받았으면 자신을 위해서 얼마쯤은 쓸법도 한데 백 간호사는 자신을 위해서는 1달러짜리 국제 구호품 시장에서 산 옷으로도 만족한다.

 

2001년 당시 환자를 진료하는 백영심 간호사 /JW
2001년 당시 환자를 진료하는 백영심 간호사 /JW

 

이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그를 말라위의 나이팅게일이라 부른다. 백 간호사가 간호사로 열정을 갖게 된 계기는 언니의 권유로 입학한 간호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여수 애양원을 방문하면서부터였다. 그곳에 사는 분들을 보면서 자신이 사는 이유가 사랑이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도구가 간호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간호를 공부해서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가장 어렵고 힘든 곳에서 쓰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이 지금까지 이 길을 걷게 된 계기였다.

백 간호사는 기약 없이 떠난 길이었기에 언제 돌아올지 자신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것처럼 언제까지나 사랑에 빚진 자로, 받은 사랑을 전달하는 자로, 세상에 보답하며 자신의 달려갈 길을 계속 갈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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