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 "보수 교인들의 (반동성애)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손봉호 교수, "보수 교인들의 (반동성애)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 김동문
  • 승인 2020.07.22 13: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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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이슈가 커지고 동성애 관련 논쟁이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기독교계의 원로인 손봉호 교수의 목소리에 주목해 본다. 보수적인 입장에 서있는 손 교수는 동성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담았을까? 차별 금지법을 반대하는 교회와 기독교인은 이런 그의 생각에 어떤 반응을 갖고 있을까? 그 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이들에게, 이런 접근은 어떤 틈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이나 한국 보수교인들의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 "라고 손 교수는 말한다. 그 두 번째 이야기로 "동성애 반대도 과유불급"이라는, 2017년 12월 하순에 나온 그의 책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CUP)에 담긴, "동성애 반대도 과유불급" 제하의 꼭지 글에 담긴 그의 생각을 옮겨본다.(158-162쪽)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기독교적이라 하기는 어렵다. 모든 사람의 기본권과 모든 민족의 평등은 기독교가 인류 사회에 도입한 가장 중요한 이상 가운데 하나였는데 트럼프는 그런 이상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야 망하든 말든 미국만 잘 살면 된다는 입장이다. 강국의 국수주의는 인류의 재앙이다. 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성경이 요구하는 정의인데, 트럼프는 난민 같이 불쌍한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를 위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애써 마련한 의료보험 제도(Obama care)를 열심히 허물고 있다. 성경은 거짓말을 마귀의 전유물로 정죄하는데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주저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느 관점에서 보아도 기독교적이라 하기는 어렵다.

지난 해(2016년) ‘올해의 단어’(word of year)가 ‘탈진실’(post-truth)로 정해진 배경에는 거짓말을 통한 트럼프의 당선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건국 초기부터 미국이 내세웠던 인류 보편적 가치들을 트럼프는 하나씩 허물고 있어 전 세계가 미국에 가지고 있던 신뢰와 존경심을 떨어트리고 있다. 국내외 지성인들의 비판과 조롱이 커지고 있고 미국인들의 지지도 바닥으로 떨어져서 탄핵조차 거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혼한 경력이 있고 예배에 참석한다는 소식은 전혀 없다. 미국의 기독교 매체들은 그가 그리스도인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80퍼센트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한다. 물론 백인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당선했기 때문에 복음주의자들의 그런 지지가 없었다면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뉴욕 타임스의 칼럼들에 의하면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G.LB.T., 즉 남자동성애자, 여자동성애자, 양성애자, 성 전환자들의 권리를 옹호했기 때문이라 한다. 즉 성소수자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역겨워 함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즉 성소수자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역겨워 함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복음주의자들 덕으로 당선한 그가 지금 가장 기본적인 기독교적 가치를 대대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유럽의 교회들이 식민지주의를 옹호함으로 도덕적 권위를 상실하여 서양 지식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난 것과 비슷하게 이번에 복음주의자들이 달성한 작은 목적 때문에 미국인들, 특히 지성인들이 기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형적인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겠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성소수자들에 대해서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의 비판과 항거가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사회 일각에서 헌법 제 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에서 ‘양성의 평등’을 ‘성 평등’으로 고치자는 움직임이 있어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 성경이 동성 성관계를 분명하게 정죄하므로 한국 기독교인들이 세계 최초의 그런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것은 당연하다.

한때 술, 담배를 하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처럼 지금은

동성애를 찬동하면 기독교의 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반대에도 올바른 평가와 정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낙타는 통과시키고 하루살이는 걸러내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성경은 동성애를 반대하지만 그보다 더 정죄하는 것은 거짓말과 우상숭배다. 그런데 지금 한국 교회는 번연히 드러나는 거짓과 탐심(우상숭배, 골 3:5)을 경계하고 비판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이다. 교회 돈을 횡령해서 유죄판결을 받은 목사가 설교를 계속해도, 대형교회의 목회세습이 일어나는데도, 논문과 설교의 표절이 발각되었는데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동성애는 마치 기독교의 사활이 거기에 걸린 것처럼 맹렬하게 비판하고 나선다. 한때 술, 담배를 하면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처럼 지금은 동성애를 찬동하면 기독교의 적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사기꾼은 자기가 결정해서 거짓을 저지르지만

동성애자가 모두 스스로 동성애를 택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성애와 동성애자도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동성애를 반대한다 해서 동성애자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기와 사기꾼을 구별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사기꾼은 자기가 결정해서 거짓을 저지르지만 동성애자가 모두 스스로 동성애를 택한 것은 아니다. 보수 교단 목사의 대학생 아들이 자신이 느끼는 동성애적 경향 때문에 심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사람을 정죄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동성애가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스스로 택해서 잘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보다 동성애자들을 더 심각하게 반성경적이라고 보는 것은 전혀 공정하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이나

한국 보수교인들의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동성애에 대한 미국 복음주의자들이나 한국 보수교인들의 전쟁은 승산이 별로 없다. 이미 전세는 기울어졌다. 여성 안수와 같이 될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여성 안수를 반대하여 그것을 허용한 교단을 탈퇴한 목사와 교단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 네덜란드에서 가장 보수적인 개혁교단 총회에서 여성 안수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교단과 자매관계에 있는 한국의 고신교단에서도 여성 안수를 고려할 때가 됐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충격을 받을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올 것이 온 것이다. 어떤 분들에게는 펄펄 뛰면서 분노할 소리겠지만 동성애도 그렇게 될 것같다.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그런 사소한 것에 목 멜 이유는 없다. 동성애 반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이 그렇게 중시했던 십일조를 하루살이에, 그들이 무시했던 정의와 긍휼은 낙타에 비유했다(마 23:23~24). 둘 다 지킬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낙타를 택해야 한다. 적어도 하루살이 지키느라 낙타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뉴스앤조이(2020.06.29)

 

한국 교회가 초기처럼 예수님이 낙타에 비유했던 ‘정의와 긍휼’에 힘을 기울였다면 그 때 누렸던 도덕적 권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고 하루살이 같은 동성애와의 싸움에도 쉽게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건국 후 상당기간 개신교만 군목을 보냈는데도 다른 종교나 사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만큼 기독교가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해서 기독교가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해도 “너나 잘하세요!” 야유만 받게 되었다.

지금은 도덕적 권위를 상실해서 기독교가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해도

“너나 잘하세요!” 야유만 받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낙타와 하루살이를 구분하고 낙타에 집중해야 하루살이도 구할 수 있다. 정직하고 공정해서 정의를 실천하며 하나님과 믿음을 돈, 명예, 권력 같은 하급가치를 얻는 수단으로 착각하는 우상숭배를 중단하고 하나님이 주신 복을 약한 자에 대한 긍휼에 사용하면 영적 전투에서 결코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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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2020-12-14 22:17:17
손교수님이 A의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A를 미워하는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손교수님은 동성애자를 미워하시는군요 술마시고 담배피우는 기독교인은 금연 절주를 못하는것을 애통해하지요 괜찮다고 하진 않습니다ㆍ우리가 율법을 다 지킬수 없는 존재임을 아시고 예수님이 오신것인데 다 지킬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절제하려고 노력하며 살지요 창조질서를 망가뜨려도 괜찮다고 축제를 벌이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