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창설자,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미투 운동 창설자,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 김동문
  • 승인 2020.07.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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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미투 운동 창설자의 말'이라는 제목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 타라나 버크(Tarana Burke), 미투 운동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201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말을 인용한 아래의 이미지가 돌고 있다. 이 이미지에 담긴 그의 말을 두고 몇 가지 사실 확인 질문이 있었다. 그 질문을 따라 사실을 짚어본다.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신중해야 하며,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법적인 의미와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위에 올린 이미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을 펼치고 있다. 고 박원순 시장 관련된 이야기를 다룰 때 사용한다.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라고 주장할 때 이 이미지에 담긴 내용을 앞세우기도 한다.

​그 반면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 같은 입장을 드러낼 때 사용되기도 한다.

​더불어, 성범죄 사건의 고소인에게 신분을 공개하라고 주장하지 말기 바랍니다. 강제로 신분을 노출시키는 것은 미투가 아닙니다. 고소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황교익 페이스북 갈무리

같은 이미지를 바탕으로 상반되는 주장이 등장한다. 그 주장의 타당성을 말하기 전에, 이미지에 담긴 내용은 타라나 버크의 말이 맞기는 한 것일까?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2018년 3월 7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미투 운동의 창시자 타라나 버크와의 인터뷰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 담긴 내용을 따라, 사실 확인을 해본다.

The Telegraph(2018.03.07)

사실 확인하기

​1. '미투는 여성운동이 아니다?'

​위의 기사에서 타라나 버크가 이렇게 언급한다.

​"#MeToo has been popular because of the moment we're in, but it's not really a women's movement: it's a movement for all survivors of sexual violenceYes, women are the drivers because so many are victims, but we can't erase the boys who spoke up about Kevin Spacey or the millions of men who have been subjected to sexual violence, too. / 미투 운동은 ‘우리 대 그들’의 모양이 되어서는 안 됐다”라고 강조한다. “미투 운동이 널리 대중화된 것은 여성이 그런 일을 당해왔기 때문이지만, 이건 정말 여성의 운동이 아니다. 미투 운동은 성폭력에서 살아남은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이다. 물론 여성 희생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주도하고 있지만, 케빈 스페이시에 대해 말문을 연 소년들이나 성폭력을 당해 왔던 수백만 명의 남성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남성은 적이 아니며, 바로 이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투는 성폭력을 겪은 모두를 위한 것이지 여성운동이 아니다."

​이렇게 말한 것이 맞다.

2.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 무슨 여성운동이 남자들을 적으로 가정하지?

위의 기사에서 타라나 버크가 이렇게 언급한다.

​"Men are not the enemy and we have to be clear about that." / "남자들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한 것이 맞다.

3. 타임지에 안 나온다?

"타임지의 2017년 Person of the Year 기사 어느 부분에도 나오지 않는 말들이다. 타라나 버크가 피해자들에게 실명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을 것 같지도 않다.

​버크의 말로 기사에 인용된 것은 "We have to keep our focus on people of different class and race and gender" 뿐이다. 매우 옳은 말이고 직업을 잃을까 봐 보복을 당할까 봐 말 못 하는 여러 계층 인종 젠더의 사람들을 아우르자는 말이다. 실제로 자신을 밝히지 못하면서 미투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기사는 소개하고 있다."

​맞다. 타임지에 나오지 않는다. 위의 이미지에 담긴 인용문이 타임지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다.

4. 미투 운동의 창설자 아니다?

 

​"운동가 타라나 버크는 미투라는 용어를 일찍이 사용한 분이지만 미투 운동 '창설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많은 사회운동이 그러하듯 미투도 특정의 리더 없이 퍼져나간 운동이다)."

​그러나 미투 운동의 창설자로 타라나 버크를 언급하는 평가는 많다.

The founder of the #MeToo movement

Burke had founded #MeToo in the same year she set up Just Be, a non-profit organisation for victims of sexual violence.

Tarana Burke speaks about #MeToo, the movement she has founded

5. 그러나 아래의 두 표현은 다소 왜곡되었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신중해야 하며,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

"당신이 어떤 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법적인 의미와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기사에서 타라나 버크는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I have met women who have had two very similar experiences, and one will say to me: 'oh he was really aggressive and I liked the way he pulled and pushed on me' - while the other will say 'that completely freaked me out.' / 나는 어떤 사람에게도 그들에게 그런 권리가 없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서로 비슷한 경험을 가진 두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그중 한 여성은 내게 ‘그 남자가 매우 공격적이었으며, 나는 그가 나를 밀고 당기는 그게 좋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여성은 ‘그런 태도가 나를 매우 두렵게 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

​I'm not going to dismiss the woman who disliked the experience. But I will say this: we need to learn to be very specific and careful about the language we use. Because if you say something is assault there are legal connotations and ramifications. / 나는 그런 경험을 싫어한 여성을 배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을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쓰는 언어와 관련해 매우 특정적이어야 하고 조심스러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성) 폭행과 관련한 무언가를 말한다면, 거기에는 법적인 측면이 함축되게 되며 파문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왜곡

위의 이미지에 담긴 타라나 버크의 말에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진짜와 거짓이 섞여 있다.

​위에서 언급된 내용이 주는 어떤 느낌과 "우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신중해야 하며,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 .. 당신이 어떤 것이 폭력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법적인 의미와 파문을 불러올 수도 있다."라는 표현에서 느끼는 그것 사이에는 차이가 느껴진다.

​사실 왜곡은 이것이다. "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당당해야 한다"라는 말이다. 이것은 전혀 타라나 버크의 말이 아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주장을 타라나 버크의 말로 둔갑 시킨 것이다.

​설령, 타라나 버크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하여, 지금 한국의 특정 상황에 빚대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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