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그 허허로움
“평화” 그 허허로움
  • 김동일
  • 승인 2020.06.02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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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마음 무거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평양 바다 건너 미국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제겐 남의 말이 아닙니다. 25년을 살며 관계를 맺어온 교우 동료 친구들이 살고 있고, 내 가족이 지금도 매일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 마음 아픕니다. COVID-19의 고통 위에 덧씌워진 인종차별, 공권력에 의해 살해된 시민(비록 그가 20불짜리 위조화폐를 사용한 범인일지라도), 그로 말미암은 저항의 폭력성 앞에 "고래싸움의 새우등"처럼 노출된 가족 지인 일반 시민들...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종갈등이 아닌 인종차별입니다. 힘이 비슷해야 갈등이지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차별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번처럼 공권력이란 합법적이고 무시무시한 힘을 등에 업은 경찰이란 완장을 찬 인종차별주의자들(racists)이 지속적으로 공공안전이 아닌 살인을 저지르고 제대로 처벌도 받지 않는 일이 너무나 흔한 일상입니다. 페북에서 많은 분들이 “시위의 폭력성”에 대해 자신들의 견해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다 존중합니다만, “폭력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지한다”는 입장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물론 “평화, 비폭력”, 가장 이상적이고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지금의 현실세계에서 이 말들은 허허롭기만 합니다. “평화, 비폭력”을 우선적이고 신속하게 지켜야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명목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부 경찰들의 공권력 남용 행태를 즉각 멈추어야 합니다. 그들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평화가 없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입니다.

우선 “약탈”은 “폭력”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약탈은 명확합니다. 약탈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비난 받아 마땅하고 처벌받아야 합니다. 아마도 일부 약탈 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들은 그야말로 어느 세상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좀도둑, 양아치들에 불과할 뿐입니다. TV를 포함한 미디어들이 약탈을 지속적으로 보도하며 선정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인종차별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죠. 하지만 인종차별을 지속적으로 당하는 사람들의 “분노”는 간과될 수 없습니다.

시위에 있어서 폭력의 발생은 약탈과는 달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시위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폭력적인 공권력에 맞서서 저항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을 향하여 시민으로서 행사하는 저항권에 단순히 ‘악’의 굴레를 덧씌울 수는 없습니다. 저항권은 진주민란, 동학농민전쟁, 4.19혁명 그리고 1980년 광주에서 우리가 경험하였습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 같이 사태를 진정시킬 의지가 보이지 않고 끊임없는 분열을 획책하고 있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에 미국의 불행입니다.

하지만 시민의 저항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폭력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대합니다. 무고한 시민들의 안전을 빼앗고, 집이나 사업체나 차량 등 소유물을 상대로 불을 지르는 등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끔찍한 일입니다. 폭력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 폭력이 당신이나 집, 사업체, 재산에 가해져도 상관하지 않을 것인가?” 남의 일처럼 그런 말을 한다고 의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 사는 한인들조차도 종종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의 인종서열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백인, 아프리칸 아메리칸, 히스패닉 그리고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안”, 이 불쾌하지만 명백한 현실은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타겟이 단순히 아프리칸 어메리칸들에게만 향해있지 않습니다. 평화를 원할수록 함께 인식하고 함께 연대하고 함께 싸워야합니다.

인간의 악함을 봅니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으면 가차 없이 폭력성을 드러내는 인간들. 그들 앞에서 “인간성”이란 무엇이며 무슨 의미가 있을지... 한 없이 슬프고 어깨가 축 늘어집니다. 의욕이 하나도 없습니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이 “스트롱 맨들”을 어찌해야 좋습니까? 이 명백한 악에 부하뇌동하는 사람들은 또 무엇입니까? 왜 함께 살지 못할까요? 왜 평화롭게 살지 못할까요? 왜 조금씩 양보하며 살지 못할까요?

힘없고, 답없는 저로서는 아픔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목사로서 살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세상사를 다 짊어지고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구상의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보고 있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마땅히 희망을 가지고 지침없이 믿음의 눈으로 기도해야할 터인데... 그냥 탄식만 흘러나옵니다. “주여...” 코비드-19, 미국의 인종차별과 저항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홍콩 시민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인권을 짓밟는 중국식 공산주의, 코비드-19에 걸려죽으나 봉쇄해서 굶어죽으나 마찬가지인 아프리카와 남미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들..., 힘이 없으니 애꿎은 글만 길어졌습니다.

주여, 오시옵소서... 여전히 주의 선하심을 붙듭니다. 하나님의 뜻이 서리라는 말씀을 믿나이다.

“내가 시초부터 종말을 알리며 아직 이루지 아니한 일을 옛적부터 보이고 이르기를 나의 뜻이 설 것이니 내가 나의 모든 기뻐하는 것을 이루리라 하였노라” -이사야 46장 10절 말씀

(사진설명: 백인 경찰들이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진정성 있게 모든 경찰의 마음이길 바랍니다. 평화가 멀리 있지만 한걸음씩 평화를 위해 나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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