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다 성경』의 '압살롬의 최후와 노새' 해석, 유감(2)
『열린다 성경』의 '압살롬의 최후와 노새' 해석, 유감(2)
  • 김동문
  • 승인 2020.05.1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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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이었다?

『열린다 성경』의 '압살롬의 최후와 노새' 해석, 유감 두번째 이야기를 이어간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짚어본, 하나님, 노새를 통해 압살롬을 거부했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다.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이었다는 주장을 살펴본다.

 

열린다 성경 동물 이야기

노새는 말과 함께 왕위 등극식에서 자주 애용되던 동물이었다."라고 말하지만, 아주 드물게 왕의 즉위식에 노새가 언급되고, 말이 등극식에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고대 근동은 물론 고대 이스라엘 역사에서도 그렇다. 다윗과 솔로몬 이후에 노새를 타고 즉위식을 한 이야기는 최소한 성경 본문에는 나오지 않는다. 또한 다윗 왕의 노새(왕상 1:38), 왕의 노새(왕상 1:44), 내(다윗 왕) 노새(왕상 1:33) 등으로 노새를 수식하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게다가 다윗 왕은 물론 압살롬을 비롯한 왕자들까지 노새를 타고 있었다.

왕실의 전용 탈것이 아니라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왕실 교통수단이었던 것뿐이 아니었을까? 어떤 면에서는 '노새'라는 그림 언어가 다윗 왕의 이종교배 현실 즉 혼합주의 정책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글쓴이의 압살롬과 노새에 관한 위와 같은 이해와 주장은 노새가 왕실의 전용 탈것이라는 주장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그 주장과 근거를 살펴보면, 글쓴이의 주장이 적절한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노새가 왕실 전용 탈것이었다는 글쓴이의 주장에 바탕이 되는 근거를 짚어본다. 아래와 같은 주장을 한다.

 

마리 문서에도 나온다?

노새는 말과 함께 왕위 등극식에서 자주 애용되던 동물이었다. 고대 근동 문서 중 하나인 마리 문서(Mari Letters)에는 왕 짐리-림(Zimri-Lim)에게 말보다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는 것이 왕의 위엄에 걸맞다고 제안하는 대목이 나온다. - 류모세(2010) 열린다성경 :동물이야기, 48쪽

마리 왕국 ⓒSémhur / CC BY-SA

 

The Horse, the Wheel, and Language

오늘날 시리아 지역에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마리 왕국이 있었다. 그리고 마리 왕국의 문서도 발견되었다. 위에 인용문에 나오는 Zimri-Lim (지므리-림)왕은 기원전 1776년부터 1761년 사이에 통치한 왕이다. 그런데 "말보다 노새가 끄는 마차를 타는 것이 왕의 위엄에 걸맞다고 제안하는 대목이 나온다"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나의 왕이시여, 그(앗시리아 왕)의 존엄을 존중하소서. 당신은 하나(마리 지역의 북쪽)의 왕이시오나, 아카드의 왕이기도 합니다. 나의 주시여, 말을 타지 마소서, 대신에 마차를 타거나 노새(kudanu)를 타소서. 그리하시면 그(앗시리아 왕)가 그의 존엄을 존중할 것입니다." - David W. Anthony(2010), The Horse, the Wheel, and Language: How Bronze-Age Riders from the Eurasian Steppes Shaped the Modern World Princeton University Press, 418쪽

 

지므리-림 왕은 공공연하게 말을 타고 다녔다. 그 시대에 말은 미개한 것들이나 타고 다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왕이 그의 자문관들에게 들은 충고는 이 행동이 앗시리아 왕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지므리-림 왕이 제안받은 것은 노새가 끄는 마차가 아니라, 노새 또는 마차였다. 그 제안을 받은 것도 노새가 말보다 왕의 위엄에 걸맞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필요 때문이었다.

 

노새 페레드’(פרד)의 아람어 근원?

초기 왕국시대부터 노새는 왕이 타기에 걸맞은 짐승으로 여겨졌다. 이는 노새가 암컷 말과 수컷 나귀를 교배하여 탄생한 종자답게 말과 나귀의 장점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이다. 노새는 한마디로 ‘힘과 정력’을 상징했다. 히브리어로 노새는 ‘페레드’(פרד)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람어 어근에서 비롯된 것으로 ‘잽싸게 도망가다’(flee)를 의미한다. - 류모세(2010) 열린다성경 :동물이야기, 49쪽

 

"히브리어로 노새는 ‘페레드’(פרד)라고 하는데 이것은 아람어 어근에서 비롯된 것으로 ‘잽싸게 도망가다’(flee)를 의미한다"라는 주장의 근거는 불분명하다. 다만 이와 비슷한 그러나 다른 내용의 주장을 확인할 수는 있다. 그런데 노새(פִּרְדּ֖)가 아니라 들나귀(פֶרֶא)를 설명하는 내용에 담겨있다. 들나귀를 표현하는 히브리어 가운데 pere(פֶרֶא)가 있다. 이 단어에 대한 설명에 글쓴이가 주장한 내용과 유사한 부분을 볼 수 있다. 노새(פִּרְדּ֖)에 관한 설명에서 글쓴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찾을 수 없다. 글쓴이가 오해한 것으로 보인다.

 

말보다 노새가 더 일반적이었다?

이스라엘의 왕국시대는 사울과 다윗으로 시작되는데, 초기 왕국시대에는 이스라엘에 말보다 노새가 더 일반적이었고 가격도 노새가 두세 배 더 비쌌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노새가 일반적이면 가격이 더 쌀 것 같지만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시장의 원칙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 초기 왕국시대에는 하나님의 계명으로 인해 말을 터부시했기 때문에 말이 흔하지도 않았고, 가격도 쌌다. 하지만 후기 왕국시대로 넘어가면서 이스라엘에도 말이 점차 보편화되었다. - 류모세(2010) 열린다성경 :동물이야기, 48, 49쪽

 Josepha Sherman(2004), Your Travel Guide to Ancient Israel

노새가 더 일반적이었다, 노새가 두세 배 더 비쌌다, 말이 흔하지도 않았고, 가격도 쌌다는 주장은 있으나 구체적으로 사실을 제시하거나 근거 제시는 없다. 그래서 이 주장의 타당성을 짚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노새가 두세 배 더 비쌌다? 일반적으로 나귀나 말보다 노새가 훨씬 더 비쌌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노새의 품귀 현상 덕분이다. 그러나 노새의 가격은 시대와 왕국, 지역에 따라 달라졌다. 노새가 말이나 나귀와 달리 번식력이 없는 품귀 동물인 까닭에 말이나 나귀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았다. 노새가 수레 끄는 용도로 이용되면서 이종교배 규모가 확장되고, 품귀 현상이 다소 누그러진 시대를 맞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글쓴이가 주장하는 이 주장의 배경이 언제 기준인지, 이스라엘 기준인지에 대해 확인을 해야, 주장의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냥 장비를 싣고 가는 노새. 앗시리아 제국 시대의 부조(645–640 BC.)  
© 2017, The Trustees of the British Museum. CC BY-NC-SA 4.0

 

말이 흔하지도 않았던 것은 얼추 맞다. 그러나 어떤 시대이냐에 따라 그 대답은 달라질 수 있다. 다윗 시절이라면 말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로몬 시대에 군사 용도로 이집트에서 말을 수입한 기록을 볼 수 있다. 말 한 마리에 은 백오십 세겔(애굽에서 사들인 병거는 한 대에 은 육백 세겔이요 말은 백오십 세겔이라 이와 같이 헷 사람들의 모든 왕들과 아람 왕들을 위하여 그들의 손으로 되팔기도 하였더라."(왕상 10:29, 대하 1:17)이라는 언급도 본다. 은 1.7킬로그램? 당시의 물가 수준이 어느 정도였는지 모르지만, 이 정도의 값을 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면, 가격도 쌌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또한 고대 이스라엘에서 말은 교통수단이 아니라 최고의 군수물자였다. 성경에서 말을 언급할 때면, '병거', '마병', '말'이 병행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교통수단으로 말이 사용된 흔적이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왕의 활동이나 군사적 용도의 수송수단으로 사용한 경우는 찾아볼 수 있다. 아합 왕의 병거 사용이나 전투 장면 묘사에서 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노새는 예루살렘을 비롯한 이스라엘 산지, 경사진 비탈 등을 넘어지지 않고 자유롭게 다녔으며, 몸이 튼튼하고 거친 먹이만으로도 잘 견뎠다. 그런 면에서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노새는 암컷 말과 수컷 나귀를 교배하여 탄생한 ‘잡종’이기 때문에 번식력이 없는 단점이 있다. 모세의 율법은 ‘교배’를 금하고 있지만 왕국시대에 노새는 외부에서 수입되어 왕실을 위한 운송수단으로 사용되었다. - 류모세(2010) 열린다성경 :동물이야기, 49쪽

 

다윗에 의해 그렇게 간주된 것이었다. 그리고 솔로몬 시대까지 이어졌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윗, 솔로몬 시대 이후에는 왕실의 교통수단으로서의 노새의 존재감은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다. 성경에서 말의 용도를 설명하면서 마병부대나 병거부대에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반 교통수단이나 왕실의 운송수단으로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모세의 율법에서 금한 교배를 통해 탄생한 종자이면서 왕실의 전용 탈것으로 사용되는 아이러니 때문인지 랍비 느헤미야는 노새에 대해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다. 노새는 비록 잡종이지만 하나님이 천지창조를 하실 때 안식일 전야(금요일)에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창조의 면류관인 인간이 창조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 창조된 것을 볼 때 랍비 느헤미야가 노새에게 특별한 영광을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류모세(2010) 열린다성경 :동물이야기, 50쪽

 

랍비 느헤미야? Rabbi Nehemiah?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주장의 출저가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랍비 느헤미야 라는 인물이 실제 어떤 주장을 했는지, 그의 주장에는 어떤 근거가 담겨있는지, 그 근거는 타당한 것인지를 짚을 수 없다. 이런 주장을 인용한 것도 글쓴이가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이었다는 주장에 닿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광야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목자와 나귀가 햇살을 피하고 있다. ©김동문

'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 것'이라는 주장을 여러가지 나름의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 논거는 사실 관계가 잘못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글쓴이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 제시가 부족했다.

자료 사용에 있어서 잘못 인용하거나 달리 해석을 한 경우도 있다. 왕실 전용의 탈 것이라는 주장에 달려있는 마리 문서 인용은 잘못되었다. 노새로 표기된 페레드(פִּרְדּ֖) 단어의 아람어 근원 관련 이야기는 잘못 인용된 것 같다. 근거가 없다. 말보다 노새가 더 일반적이었다는 주장은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말의 가격이 쌌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노새는 왕실의 전용 탈것으로 안성맞춤이었다는 주장은 성경에도 그 근거가 없다. 랍비 느헤미야의 해석을 인용하지만, 그의 해석의 적절성에 의구심이 든다.

『열린다 성경』의 '압살롬의 최후와 노새'에 관한 해석은 글쓴이의 독특한 주장이 담겨있다. 나름 근거를 제시하고 논증을 펼치고 있지만, 여러가지 아쉬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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