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구절을 마주하면서 그것을 해석하기 보다,
그 본문이 그려내고 있는 풍경과 감정을 넉넉히 호흡할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아래 본문이 있다.
어떤 느낌, 풍경이 떠오르는가?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7)
이것을 두고 어떤 이는 어린 양 예수의 고난을 먼저 떠올리기도 하고,
양의 속성이 그저 온순다다느니 늘 잠잠하다느니 하는 품평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양도 아프고, 곤혹스럽고 아우성을 친다.
털 깎는 자 앞에 누인 양은 결박되어 있다.
양무리를 세워 두고 젖을 짤 때도 그렇고, 털을 깎을 때도 그렇고,
양을 제압하기 위하여 결박을 하곤 한다.
그저 양이 순해서 꼼짝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사야가 노래한 그 장면은 양이 곤욕을 당하는 풍경을 먼저 보여주는 것 같다.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양, 양 털을 깎이는 양,
그저 평안한 상태가 아니라 저나름의 곤욕스런 상황에 처한 것이다.
양이 이런 순간이 몸부림치지 못하고, 아우성치지 못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도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다.
양이니까 그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크게 그것에 주목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는다.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것이다.
아래의 이사야의 담담한 듯 외치는 절규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이삭의 고통스런 외침, 십자가 처형장의 예수의 외마디 소리 ...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 가는 어린 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
(이사야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