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뉴스] 코로나19 대응 韓 리더십, 31점으로 23개국중 20위?
[뒷북 뉴스] 코로나19 대응 韓 리더십, 31점으로 23개국중 20위?
  • 김동문
  • 승인 2020.05.1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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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의 신뢰도 검증도 없는 악의적인 헤드라인과 기사
블랙박스 리서치 보고서 갈무리

아래와 같은 기사가 보도된 것을 우연히 접했다. 페이스북에서 최근 일고 있는 한 매체의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논쟁에 딸린 댓글 덕분이었다. 이 기사를 자신의 담벼락에 연결한 이는 "코로나19대응 잘했다고 자화자찬한 사람들 진영논리에 빠져서 객관적 판단을 못하니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고 설명을 달았다. 그가 자신의 담벼락에 연결한 기사는 코로나19 대응 韓 리더십, 31점으로 23개국중 20위 (2020-05-10 17:36:13)이었다.

그래서 기사 내용이 굼금하여 출처를 따라가면서 기사를 짚어보았다. 누가 무엇을 근거로 뭐라고 했고, 그것을 누가 뭐라고 보도했고, 그것을 누가 뭐라고 인용 보도했는지, 기사의 전승과정을 짚어보았다. 그리고 1차 자료가 된 기사에 나오는 연구 조사 결과를 따라가 보았다. 그 출발점에는 신뢰도를 점검해야할 블랙박스 리서치 연구 보고서가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매체의 보도를 바탕으로, 과도하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인양 의미를 부여한 한국 매체의 보도가 자리잡고 있었다.

 

뉴시스 기사 다시 읽기

뉴시스 (2020-05-10 17:36:13) 갈무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관련, 각국의 리더십(지도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국제 여론조사 결과 한국은 23개 조사 대상 국가 중 20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본 NHK 방송이 10일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블랙박스 리서치와 프랑스의 톨루나지난 4월 3일부터 19일까지 23개국에서 18∼80세의 성인 1만2592명을 대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미디어 등 4개 분야에서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온라인으로 조사했다. 오차 범위는 나라별로 ±3∼6%였다. 

 

뉴시스의 보도 내용의 인용 출처는 일본 NHK 방송이 10일 보도였다. 그런데 NHK 방송의 일본어판 보도, 영어판 보도, 한국어판 보도 중 어느 보도를 접한 것인지 궁금했다. 영어판은 Survey: Japan's virus response gets lowest score 제목으로, 한국어판은 해외 코로나19 평가 조사에서 일본 최하위(5월 10일 (일, 21:52)로 보도했다.  뉴시스 기사는 인용 출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일까? 무엇을 빼고 무엇을 추가한 것일까?

이를 위해 일본 NHK 방송 보도 내용을 비교해본다. 보도 내용은 아래와 같다.

A global public opinion survey shows that people in 23 countries and regions are largely dissatisfied with their leaders' responses to the coronavirus pandemic. The online survey was conducted by Blackbox Research of Singapore and another firm from April 3 to 19. It covered more than 12,000 people between the ages of 18 and 80. Respondents were asked to rate their national coronavirus crisis management efforts. The assessment was based on four key performance indicators: political leadership, corporate leadership, community, and media. (일본 NHK 방송) / 해외 조사회사가 전세계 23개 국가와 지역의 사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정치와 경제분야 리더십에 대해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사는 싱가포르의 시장조사기관 등이 23개 국가와 지역의 18세에서 80세까지 모두 1만 2천 명 가량을 대상으로 지난 4월 3일부터 19일까지 온라인상에서 실시한 것입니다. 회답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정치, 경제, 지역사회, 그리고 언론 등 4개 분야의 리더십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습니다.(일본 NHK 방송 한국어판) 

이 보도 내용을 보면, 뉴시스 기사는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방송 보도에는 연구 주체가 '해외 조사회사'(A global public opinion survey)로 나오지만, 뉴시스 기사는 '싱가포르의 블랙박스 리서치와 프랑스의 톨루나'로 적고 있다. 또한 해당 조사에 참여한 수를 1만 2천명 가량으로 이야기한 것과 달리 성인 1만2592명을 대상으로 적는 것에서 그것을 엿볼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오히려 또다른 두 가지 궁금함을 안겨준다. 그렇다면 이 보고서 관련하여 교차 검증 등 보완할 여지가 많은데, 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이 주목하지 않은 보고서?

 

그 시점에 다른 외신 보도는 없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있었다. 그렇지만 세계 주요 언론은 크게 주목하지 않는 모양새다. 일부 미국쪽 언론과 아시아 지역 언론 보도가 있었다. 미국 언론의 보도 시점은 지난 5월 6일(현지 시각) 전후였다. CNBC는 China gets top score as citizens rank their governments’ response to the coronavirus outbreak 제하의 기사를 보도(WED, MAY 6 2020 11:45 PM EDT, 한국 시각 기준으로 2020년 5월 8일 0:45)했다. 이 보도 직후에 기사에 실린 보고서 내용의 적절성을 비판하는 글이 이어졌다. FOX 뉴스는 CNBC mocked for report on approval rating for China's COVID-19 response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국의 신화통신은 5월 6일(온라인 7일)자로 보도했다. 영문판에는 Chinese mainland ranks first in COVID-19 performance index: survey 제목이었다. 

 

일본 NHK 방송 보다 앞선 보도가 있었는데, 뉴시스는 일본 보도를 인용하였다. 뒤늦게 일본 뉴스를 보고 해당 기사를 작성한 것인지 모르겠다. 뒤늦게 보도를 하였다면, 단순 인용 보도가 아니라 연구 보고서 자체에 대한 평가와 반응도 같이 담았어야 할 것 같다. 1차 자료를 바탕으로 한 단순 보도도 문제인데, 2차 자료를 단순 응용한 보도는 더욱 문제이다. 게다가 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싱가포르의 블랙박스 리서치롸 프랑스의 톨루나가 어떤 단체인지,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조사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조사 기간과 대상, 지역이 지난 4월 3일부터 19일까지 23개국에서 18∼80세의 성인 1만2592명을 대상이었다는데 그 적절성이 있는 것인지도 짚었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사회, 미디어 등 4개 분야에서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한 것인지도 검토했어야 한다. 그러나 뒤늦은 보도에 단순 보도였을 뿐이다.

그 결과 23개국 전체 평균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대만 등 7개국이 50점 이상을 받았다. 중국이 85점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인도가 77점으로 2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도와 UAE가 59점으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말레이시아(58점), 뉴질랜드(56점), 대만(50점) 등이었다. 가장 나쁜 평가를 받은 것은 16점의 일본이었고 26점의 프랑스와 27점의 홍콩도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에만 앞질렀을 뿐 23개국 가운데 20위로 밑에서 4번째였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국(41점)이나 유럽의 영국(37점), 이탈리아(36점), 최근 다시 감염자 및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싱가포르(48점) 등에도 크게 뒤쳐지는 평가이다. 평균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은 나라들은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었고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모두 평균을 밑돌았다. - 뉴시스

The global average score was 45 out of 100. Only seven of the 23 countries and regions had a score of 50 or higher. A number of Asian countries, including China, Vietnam, and India, were rated higher than the global average of 45. China scored 85, Vietnam was second with 77, followed by India with 59. The United States and European countries had ratings below the average. The US scored 41. / 그 결과, 전체의 평균이 45점으로 나타났고, 50점을 넘은 곳은 7개 국가와 지역에 불과해, 많은 이들이 정부의 대응에 만족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평균점을 웃돈 국가와 지역이 많은 한편, 미국과 유럽 국가는 모두 평균점을 밑돌았습니다. - NHK 방송

 

뉴시스 보도의 특징?

 

위에서 본 것처럼 뉴시스는 일본 방송 보도에 없는 내용을 추가했다. 한국 관련 정보를 추가하는 것은 한국 매체로서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묘한 것은, 조선일보도 단순 인용보도를 하면서, 보고서에 담겨있는 한국 관련 정보를 추가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보도(2020.05.10 15:13) 갈무리

세계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자국 지도자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조사한 결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 총리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지지통신은 최근 싱가포르의 ‘블랙박스 리서치’ 등이 23개국 1만 26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보도하면서 “아베 총리 등의 지도력에 대한 일본 국민의 냉엄한 평가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조선일보(2020.05.10)

 

조선일보에서 언급한 일본 지지통신 보도를 확인했다. 지지통신은 日本の指導者、国民評価で最下位 コロナ対策の国際比(일본의 지도자, 국민 평가에서 최하위 - 코로나 태책의 바이러스의 국제 비교) 제하의 기사(2020年05月08日20時33分)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지통신을 이틀 뒤에 거의 그대로 단순 인용보도(2020.05.10 15:13)했다.

 

뉴시스 기사 적당히 옮겨 쓰기?

 

이 같은 번거로운 기사 비교에서 뉴시스 기사는 친절하게 코로나19 대응 韓 리더십, 31점으로 23개국중 20위 제목으로,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에만 앞질렀을 뿐 23개국 가운데 20위로 밑에서 4번째였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국(41점)이나 유럽의 영국(37점), 이탈리아(36점), 최근 다시 감염자 및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싱가포르(48점) 등에도 크게 뒤쳐지는 평가이다."는 내용을 추가하였다.

뉴시스의 보도 내용 중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에만 앞질렀을 뿐 23개국 가운데 20위로 밑에서 4번째였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국(41점)이나 유럽의 영국(37점), 이탈리아(36점), 최근 다시 감염자 및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싱가포르(48점) 등에도 크게 뒤쳐지는 평가이다."는 여러 매체에 조금 다듬어진 형태로 보도되었다.

 

중앙일보(2020.05.11)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23개국 가운데 20위다.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미국은 41점을 보였다. - 한국경제(2020.05.10 19:34)

한국은 31점으로 23개국 가운데 20위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 미국(41점)이나 유럽의 영국(37점), 이탈리아(36점), 최근 다시 감염자 및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는 싱가포르(48점) 등에도 크게 뒤쳐지는 결과다. - 머니투데이(2020.05.11 06:35)

23개국 전체 평균은 100점 만점에 45점으로 비교적 낮았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대만 등 7개국이 50점 이상을 받았고, 가장 나쁜 평가는 16점의 일본이었다. 26점의 프랑스와 27점의 홍콩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만 앞질렀을 뿐 23개국 가운데 20위로 밑에서 4번째였다. - 중앙일보(2020.05.11) 00:33

 

 

1차 자료 출처 '블랙박스 리서치'?

 

인용 보도 기사의 근거가 된 보고서를 공개한 연구소는 그동안 한국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던 존재이다. 일본 매체에 인용된 기사 속에 등장하면서, 문득 한국 언론에 그 이름이 새롭게 소개되었다. 이 단체의 이번 조사 방법과 내용, 분석은 적절한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이 기관은 자세한 연구 방식, 각 나라의 연구 참여자, 구체적인 반응에 대해서는 드러내지 않았다. 온라인 연구라는 것이 어떤 매개를 통해, 어떻게 설문 조사 참여자를 접촉했는지도 불분명하다.

블랙박스 리서치 보고서 갈무리
블랙박스 리서치 보고서 갈무리

 

온라인 연구 조사 방식 때문인지 모르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 관련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나라가 눈에 띈다. 중국(96), 베트남(95), 말레이시아(93), 싱가포르(92), 인도네시아(87), 인도(86), 타이완(81), 필리핀(78), 태국(72) 등의 순이다. 한편 이 보도를 접한 필리핀 대통령궁은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 만족한 모양이다. 지난 5월 8일의 기자 회견에서 해리 로크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의 반응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필리핀통신사(PNA, 2020.05.08)
필리핀통신사(PNA, 2020.05.08)

 

뉴시스 보도에 대한 평가?

 

이번 뉴시스 보도의 문제점은 단순하다. 1차 자료인 연구 보고서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없었다. 몸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뉴시스는, 이번 보고서를 발표한 싱가포르의 블랙박스 리서치와 프랑스의 톨루나가 어떤 기구인지,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온라인 조사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조사 기간과 대상, 지역이 지난 4월 3일부터 19일까지 23개국에서 18∼80세의 성인 1만2592명을 대상이었다는데 그 적절성이 있는 것인지도 짚지 않았다. 한 나라의 여론을 판단하기 위한 표본 본 조사 단위가 몇 명이면 적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감안하지 않았다. (블랙박스 리서치의 보도 자료에 따른다면 23개국의 12,592명이 표본 단위였다면, 한 나라당 550명 정도였던 것일까?

해당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재구성하여 코로나19 대응 韓 리더십, 31점으로 23개국중 20위 식의 선정적인 제목을 달았다. "한국은 31점으로 일본과 프랑스, 홍콩만 앞질렀을 뿐 23개국 가운데 20위로 밑에서 4번째였다."는 식의 다소 악의적인 표현을 담았다. 과잉으로 그 의미,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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