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탄 렉서스, 1주일전 안보리가 콕찍은 제재물품"? - 과장과 왜곡
"김정은이 탄 렉서스, 1주일전 안보리가 콕찍은 제재물품"? - 과장과 왜곡
  • 김동문
  • 승인 2020.05.0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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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엔 대북제재위 보고서 이후 줄곧 언급되던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뉴스 등장 이후 기사가 이어진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다. "김정은이 탄 렉서스, 1주일전 안보리가 콕찍은 제재물품" 제하의 조선일보 기사이다. 그러나 기사 제목은 다소 왜곡되었고, 기사 내용 중 일부는 사실이 왜곡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 행사장에선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이 자주 타고 다니는 독일 벤츠 마이바흐 S600 리무진이 아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였다. 지난 2일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이 SUV의 우측 뒷좌석 문 바로 앞에서 상의 목 부위 단추를 풀고 대화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차량을 일본 렉서스의 SUV 모델인 LX570로 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영상에 보이는 차량 우측 바퀴 중앙에 렉서스 고유의 ‘L’자 엠블럼이 있고, 뒷좌석 창문 모양 등 외형이 렉서스 차량 가운데 LX570 모델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2020.05.03 15:41)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의 렉서스 LX570

그러나 김 위원장의 LX570 이용 뉴스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니다. 외신도 국내 매체도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도 北김정은 따라다니는 검정 렉서스SUV…전용차 추정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연합뉴스(2019.12.08 16:23)

 

외교 소식통은 “이 차는 불과 약 일주일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연례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서 제재 위반 품목으로 콕 찍어 지목한 사치품”이라며 “김정은이 안보리 제재를 대놓고 비웃은 모양새”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2020.05.03 15:41)

 

불과 일주일 전?

이것은 사실 왜곡이다. 기사에 등장하는 외교 소식통이 누구이며, 어떤 근거로 위와 같이 언급했는지 궁금하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이 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는 "불과 일주일 전"에 나온 것이 아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누리집 갈무리

 

대북제제보서 2020은 지난 달 17일 전후하여 이미 언론에 알려진 내용이다. 외신은 현지 시각 17일 시점을 기준으로 다양하게 보도하였다.

ABC뉴스(2020.04.17)

한국 언론은 외신 등을 인용하여 지난 달 18일 전후하여 관련 기사를 이미 보도하였다.

연합뉴스(2020-04-18 05:14)

일부 외신이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관련해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이 자체 조사와 회원국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2019년 한 해 동안의 대북제재 이행 상황 및 위반 여부를 다루고 있다. - 연합뉴스(2020-04-18 05:14)

 

'제재 위반 품목으로 콕 찍어 지목한 사치품'?

2020 보고서 59쪽에 아래와 같이 LX 570이 언급된다. 보고서에서도 이 차량이 2018년, 2019년에 목격되었다고 적고 있다.

2020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최종 보고서 갈무리

북한의 조성중앙텔레비죤 등 북한 매체의 보도 영상과 사진을 보면,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9월의 평양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중에도 이 차량은 등장했다. 김정은의 북한내 이동중에 자주 눈에 띄기도 했다. 유엔보고서에 등장한 사진은 아래의 것이다. 2019년 11월 25일 조선중앙텔레비젼이 현장 사진을 바탕으로 보도(11분 30초 분량)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해 창린도 방어부대 시찰 장면에 아래와 같은 장면이 등장한다. 사진 속에 붉은 색으로 둥글게 표시한 부분이 바로 그 차량이다.

조선중앙TV(2019.11.25) 갈무리
조선중앙TV(2019.11.25) 갈무리

조선중앙텔레비젼이 지난 해 12월 8일 28분 30초 분량으로 상세하게 보도한 김정은 위원장의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 영상에서도 이 차량은 등장한다. 사진 속에 붉은 색으로 둥글게 표시한 부분이다.

조선중앙TV(2019.12.08) 갈무리

 

2019년 유엔보고서에서도 등장

또한 378쪽 분량의 2019 대북제제보고서(47쪽)에도 이 차량에 대한 언급이 자세히 담겨있다.

2019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최종 보고서 갈무리

 

보고서에서도 말한 것처럼, 렉서스 LX 570 차량은 2018년 9월 18~20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돰 현장에서도 자주 목격되었다.

한겨레(2018.09.18)
한겨레(2018.09.18)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움직임과 북한에서 렉서스 LX 570의 존재는 낯섫은 것이 아니다. "순천 인비료공장 준공 행사장에선 검은색 차량 한 대가 눈길을 끌었다" 는 정도로 묘사할 것이 아니다. 이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본다면, '김정은이 안보리 제재를 대놓고 비웃은 모양새'라는 어떤 외교소식통의 주장은 일방적이다. 최소한 이번 순천인비료 공장 준공 행사장에 등장한 김정은 관련 보도에 대한 적절한 해석은 아니다. 김정은이 탄 렉서스, 1주일전 안보리가 콕찍은 제재물품 이라는 기사 제목은 과장과 왜곡이 담겨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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