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드온, 왜 300명의 용사를 뽑았나?
기드온, 왜 300명의 용사를 뽑았나?
  • 김동문
  • 승인 2020.05.11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에서 성경 읽기

기드온과 300용사 이야기, 성경 독자에게 익숙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이 이야기를 접하면서, 기드온의 300용사 같이 선택받은 삶을 살라는 가르침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성경 독자의 이런 자연스런 성경 읽기는 적절한 것일까? 그러나 이 같은 해석에는 이견이 있다.

맑디 맑은 하롯샘 ⓒ김동문

 

기드온 군과 미디안 군 배치 현황

 

기드온 군대와 미디안 군대의 진영 배치 현황을 주목하여야 한다.

"여룹바알이라 하는 기드온과 그를 따르는 모든 백성이 일찍이 일어나 하롯 샘 곁에 진을 쳤고 미디안의 진영은 그들의 북쪽이요 모레 산 앞 골짜기에 있었더라." (사사기 7:1)

아래 이미지에서 담아둔 것 처럼 두 진영 사이의 간격은 얼추 20-30킬로미터 정도, 군인의 걸음으로 하룻길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두 지역 사이에는 시야를 가릴만한 '모레 산'이 가로 막고 있다. 기드온 군대 주둔지, 미디안 연합군 주둔지와 이 산 사이에는 고도 차이가 400미터 정도나 된다.

하롯샘에서 본 모레산 전경 ⓒ구글 어스 갈무리

 

하롯샘 주변은 어떤 곳

 

하롯샘은 길보아 산지 기숡에서 터져나오는 맑은 샘물이다. 지금도 1급수로 손색없는 맑은 샘물이 샘솟고 있다. 이 샘은 32킬로미터 정도를 흐르고 흘러서 요단강에 합류한다. 이 지역은 일 만 명이 한 줄로 늘어설 공간이 없다. 문자 그대로 일 만명이 시냇가 위 아래로 늘어섰다면, 그 길이가 4~5킬로미터는 족히 되었을 것이다. 사사기의 내러티브가 묘사하고 있는 것은, 무척 많은 시간이 걸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맑디 맑은 하롯샘의 근원 ⓒ김동문

그 과정에서 손으로 움켜 입에 대고 핥는 자와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신 자를 구분하여 따로 세웠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롯샘 어느 위치에 자리잡았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미디안 군대의 접근을 대비하는 자세로서 어떤 자세가 적절했나를 떠올려본다. 

하룻길 떨어진 곳에서 적이 진치고 있는 상황, 전시 상태에서 전쟁에 참전하는 군인이 물을 먹는 자세는 어떤 자세가 적절한 것일까? 무릎을 꿇고 물을 마시는 것일까? 미디안 군대 주둔지를 등지거나 전혀 응시하지 않은 채 하롯샘물에 빠질 듯이 물을 마시는 것일까? 물을 손에 움켜서 입에 대고 핥는 것일까? 미디안 진영이 있는 북쪽 지역을 바라보면서 물을 손에 움켜서 입에 대고 핥는 것일까?

맑디 맑은 하롯샘, 32킬로미터 정도를 흘러 요단강으로 흘러간다. ⓒ김동문

 

왜 300명인가?

 

소수를 선발하기 위해 300명을 뽑았나? 단지 300명에 속한 유형의 사람들이 소수그룹이었기에 기드온을 통해 선택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생각해봐야할 것이 적지 않다. 단지 수가 적은 조건의 사람이면 모든 조건을 충족한 것일까? 선발대 300명은 수는 적어도 잘 준비된 소수이면 족하다는 것은 아닐까? 하나님이 이끄는 전쟁이면, 아무런 조건을 갖추지 않은 이들도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되는 것일까?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는 사사기에서 떠올리면 안되는 것일까?


연합작전, 협공으로 미디안 군을 무찌르다

성경 본문의 전투 장면 묘사에 주목하여야 한다. 위의 이미지에서 요단골짜기로 이어지는 경로가 미디안 군대의 퇴로의 하나였다.

모레산을 사이에 두고 두 부대(화살표)가 마주했다. ⓒ구글 어스 갈무리

여호와께서 기드온에게 이르시되, 내가 이 물을 핥아 먹은 삼백 명으로 너희를 구원하며 미디안을 네 손에 넘겨 주리니, 남은 백성은 각각 자기의 처소로 돌아갈 것이니라 하시니, 이에 백성이 양식과 나팔을 손에 든지라. 기드온이 이스라엘 모든 백성을 각각 그의 장막으로 돌려보내고, 그 삼백 명은 머물게 하니라. 미디안 진영은 그 아래 골짜기 가운데에 있었더라. (사사기 7:8, 9)

구글 어스 갈무리
모레산(왼쪽) 앞 골짜기의 미디안 진영 ⓒ구글 어스 갈무리

 

300명을 제외한 이들은, 각각 자기의 처소로, 각각 그의 장막으로 돌아가고 있다. 기드온 300명 군대 근처의 군영이 아닌 이들의 고향집, 거주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사기 7:23절은, “자기 처소”, “자기 장막”, “자기 집” “자기 마을”로 돌아간 이들이 다시금 미디안 군대 추격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즉 기드온과 함께 근처의 군영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다.

 

야간 급습 작전

 

아래 본문은 기드온 군대의 급습 작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저지 평야 지대에 진을 치고 있는 그들 앞에 그 주변 300-400미터나 높은 산 언덕 위에서 한 밤중(이경 초, 저녁 10시부터 2시)에 환한 불빛이 떠오른다. 그러면 낮은 지역에 머물던 이들의 시야가 가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구글 어스 갈무리
길보아산(왼쪽) 기슭의 골짜기, 미디안 군대 진영 ⓒ구글 어스 갈무리

기드온과 그와 함께 한 백 명이 이경 초에 진영 근처에 이른즉 바로 파수꾼들을 교대한 때라. 그들이 나팔을 불며 손에 가졌던 항아리를 부수니라. 세 대가 나팔을 불며 항아리를 부수고, 왼손에 횃불을 들고 오른손에 나팔을 들어 불며 외쳐 이르되, 여호와와 기드온의 칼이다 하고, 각기 제자리에 서서 그 진영을 에워싸매 그 온 진영의 군사들이 뛰고 부르짖으며 도망하였는데..(사사기 7:19-21)

 

300명에 들지 못한 이들은 패배자?

 

미디안 군대의 퇴로에 자리잡은 마을로 돌아간 이들이 그들의 퇴로를 차단하고 에워싸고 나와서 미디안 군을 추격하는 풍경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300명의 선발대와 미디안 군을 둘러싸고 있는 나머지 병사는 차별인가? 구별인가?

삼백 명이 나팔을 불 때에,여호와께서 그 온 진영에서 친구끼리 칼로 치게 하시므로, 적군이 도망하여 스레라의 벧 싯다에 이르고 , 또 답밧에 가까운 아벨므홀라의 경계에 이르렀으며, 이스라엘 사람들은 납달리아셀온 므낫세에서부터 부름을 받고, 미디안을 추격하였더라.  

기드온이 사자들을 보내서, 에브라임 온 산지로 두루 다니게 하여, 이르기를, "내려와서 미디안을 치고 그들을 앞질러 벧 바라와 요단 강에 이르는 수로를 점령하라" 하매, 이에 에브라임 사람들이 다 모여, 벧 바라와 요단 강에 이르는 수로를 점령하고, 또 미디안의 두 방백 오렙과 스엡을 사로잡아, 오렙은 오렙 바위에서 죽이고, 스엡은 스엡 포도주 틀에서 죽이고, 미디안을 추격하였고, 오렙과 스엡의 머리를 요단 강 건너편에서 기드온에게 가져왔더라. (사사기 7:22~25)

스불론, 납달리, 아셀, 므낫세는 모레 산 뒷쪽 남, 서, 북쪽에 자리하였다. 지도를 놓고 보면, 300명 선발에서 빠진 이들이 미디안 진영 뒤쪽에 배치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 모두는 미디안 연합군의 퇴로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들이 각각 자기 처소, 자기 장막에서 나와서 자기 지역을 통과하는 미디안군을 맞닥뜨린 것이다. 사사기 7장의 추격전은 이런 배경에서 기드온 군대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미디안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은 300명과 자기 처소로 돌아간 군대의 협공 덕분이다. 그렇다면 300명 선발에 빠진 이들은 실패자가 아닌 것이다. 싸움에 부적절한 자가 아니라 퇴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것이다. 기드온은 군사 작전에 있어서 다 계획이 있었던 것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