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질서의 일본?…마스크 사러 달려드는"? - 선정적 헤드라인
"이것이 질서의 일본?…마스크 사러 달려드는"? - 선정적 헤드라인
  • 김동문
  • 승인 2020.04.20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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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진 사건을 일반화
트위터 공유 이미지 갈무리

한 사회, 한 개인, 한 집단을 표현할 때 조심스럽다. 그것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멀리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질서의 일본?…마스크 사러 달려드는 사람들"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는 순간, 떠오르는 어떤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기사의 제목은 기사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 것일까? 기사의 내용은 실제 일본에서 일어난 사건 또는 현상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기사는 악의적이거나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단 다소 왜곡된 기사였다.

 

기사 따라읽기

다음 포탈에 실린 머니투데이 뉴스(2020.04.19)

코로나19(COVID-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일본의 한 대형마트에서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는 한 장면이 포착됐다. 평소대비 수요가 치솟으면서 일부 약국과 상점에서는 마스크 품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 16일 'ronken04' 계정을 사용하는 한 트위터리안이 올린 영상에는 대형 마트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몰려드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 속 시민들은 상자 속에서 무작위로 마스크를 쓸어 담았다. - 머니투데이(2020.04.19)

머니투데이의 이 기사가  온라인에 실린 시점(2020.04.19. 18:01)과 기사에서 언급한 일이 벌어지고(4월 15일 오후 3:00경) 일본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된 시점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다음날(4월 16일 오후 3:54경) 트위터에 동영상이 공개되고, 이에 따른 일본내 온라인 상의 반응이 이어진 시점 그리고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시점 사이에는 3, 4일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것을 짚는 이유는, 머니투데이가 다룬 해당 뉴스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가능한 시간 여유가 있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언급한 내용의 출처를 쭉 따라가 본다.

당초 이 트위터리안은 영상 속 사람들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았단 이유로 동영상을 바로 삭제할 예정이었다. - 머니투데이(2020.04.19)

그러나 그는 "'영상을 올림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에 대한 행동을 생각해 주신다면 (영상을) 남겨두는 편이...'와 같은 고견을 들었다"며 "삭제치 않고 남겨 두겠다"고 밝혔다. - 머니투데이(2020.04.19)

이 영상은 400만 건 이상 조회되는 등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화제가 됐다. - 머니투데이(2020.04.19)

급기야 문제의 매장이 위치한 치바의 시장이 나서기까지했다. 도시히토 쿠마가이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리트윗 한 뒤에 "책임자가 부재 중에 그와 같은 상황이 됐다"며 "마켓 등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방지 대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이미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위에서 인용한 머니투데이의 보도 내용은 전체적으로 사실이다. 적지 않은 독자가 일본 곳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오해할 여지를 안겨주는 것이 문제이다. "일본의 한 대형마트에서 책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는 한 장면"인 것이다.

 

사실 따라잡기

그런데 살펴봐야 할 중요한 것이 있다. 무엇이 일어났는가 못지 않게 어떻게 일어났는지, 무엇보다도 왜 일어났는지, 그에 대한 현지의 영향과 반응은 어떠하였는지도 짚어봐야 한다. 그런데 머니투데이 기사에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왜 일어났는지? 현지의 반응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일본 내의 반응과 이견과 반론 등을 기사에 담지 않았다. 머니투데이는 이 사건의 경과나 벌어진 일의 실제는 다루지 않았다.

일본의 한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시적으로 빚어진 마스크 구매 소동은, 다른 지역에서는 보고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일시적으로 벌어진 사건인 것이다. 머니투데이 기사가 전혀 주목하지 일본 않은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아래와 같은 상황이 여타 다른 코스트코 매장에서 보고된 "마스크 사러 달려드는 사람들"의 "질서있는 모습"이다.

 

Kanagawa현(神奈川県) Kawasaki시(川崎市) Kawasaki(川崎)점 상황

 

Kanagawa현(神奈川県) 자마시(座間市) 자마(Zama, 座間)점 상황

 

사실의 왜곡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사건이 그때 그곳에서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건이 관련 매장에서 반복되던 것도 아니고, 일본 내 코스트코의 다른 매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도 아니었다. 이 사건은 그날 그때 그곳 치바시(千葉市)의 코스트코 마쿠하리(幕張)점에서 벌어진, 코스트코 판매 당당자나 관계자의 부주의로 빚어진 일시적인 사건이었다. "마스크 쟁탈전을 벌이는 한 장면"은 그야말로 '해프닝'인 것이다.

일본 네티즌들도 치바 코스트코에서 일시적으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비판과 풍자를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일본인에게도 이런 사건은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실제로 그런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머니투데이는 이 사건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을 담지 않았다. 이것은 사실 보도에 있어서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한 것이다.

머니투데이의 기사 <이것이 질서의 일본?…마스크 사러 달려드는 사람들>은, 악의적이거나 선정적인 헤드라인이다. 이번 사건을 일본인 전체를 퉁치는 것 같은 헤드라인으로 구성한 것은 균형잡힌 보도가 아니다. 또한 기사가 말하지 않는 부분을 통해 사실을 왜곡했다. 일시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한 때 벌어진 사건을 갖고 일본의 마스크 구입 소동으로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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