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일본의 '이상한 온라인 개학'"? - 악의적 헤드라인
[팩트체크] "일본의 '이상한 온라인 개학'"? - 악의적 헤드라인
  • 김동문
  • 승인 2020.04.18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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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여론과 임시 휴교 조치는 무관
서울신문(2020.04.17) 갈무리
서울신문(2020.04.17) 갈무리

 

옮겨쓰기? 따라 쓰기?

한국일보 등의 일본의 이상한 온라인 개학 기사는 오보에 해당한다. 가장 먼저 이 기사를 보도한 한국일보 기사를 따라가면서 사실을 짚어본다. 한국일보 기사가 이후에 보도한 다른 매체의 기사에 직접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매체의 기사 사이에는 동일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기사에 담긴 오역 또는 잘못된 정보가 반복되고, 사용한 사진이 일치한다. 그것은 이번 기사 본문에서 인용하는 두 매체의 기사 내용에 일치하는 부분을 밑줄문자로 표시했다.

 

일본 지역 매체 캡처 사진?

주쿄테레비뉴스(2020.04.13) 살무리

한국 언론 보도에 실린 보도 사진을 비교해보면 너무 똑같다. 사진 설명(캡션)에는 일본 매체를 '캡처'한 것으로 소개하고 있지만, 두 매체에 등장하는 사진은 이미 있는 사진을 갖다 쓴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A 일보와 B 신문의 보도 사진 구성 비교

이런 점을 고려하면 서로 다른 한국 언론이 일본 언론 보도 영상에서 관련 이미지를 직접 캡처한 것으로 볼 수가 없다. 또한 기사 작성을 하면서 관련 뉴스 동영상을 확인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으로 추론할 여지가 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사에 사용한 사진 좌우쪽에 나와 있는 흰색의 방향 표시 기호도 눈길을 끈다. 야후 재팬에 나와 있는 이미지 보기에 떠있는 사진이다. 사진 설명(캡션)에는 '미에테레비 캡처', '키이민보 캡처' 등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이 이미지를 가져다 사용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일본 매체의 보도 시점

이번에 한국 언론에 보도한 미에현 스즈카시 초등, 중학교의 입학식, 개학식 뉴스는 언제 보도된 것일까? 한국 언론은 16일에 일본 지역 언론에 보도되었다고 똑같이 적고 있다. 두 매체의 기사를 비교하면, 한 매체 다른 매체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적은 것 같다. 독특한 표현은 물론 사소한 표현까지를 그대로 담았기 때문이다.

16일 일본 지역언론인 주쿄테레비뉴스, 키이민보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에현 스즈카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은 교실에 모여 있고, 교장모니터를 통해 이야기하는 일본식 ‘온라인 개학’이 열렸다. - 한국일보(2020.04.17)

16일 일본 지역언론인 주쿄테레비뉴스, 키이민보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에현 스즈카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은 평소처럼 등교해 교실에 모여 있고, 교사모니터를 통해 이야기하는 일본식 ‘온라인 개학’이 열렸다. - 서울신문(2020.04.17)

그러나 한국언론에서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주쿄테레비뉴스(中京テレビnews), 키이민보(紀伊民報) 등 일본 지역 언론 보도는 16일이 아닌 지난 13일에 이뤄졌다. 미에테레비방송(三重テレビ放送)은 14일에 보도했다.

 

三重テレビ放送 갈무리

 

Yahoo! JAPAN 갈무리

 

Yahoo! JAPAN 갈무리

 

 

비판 여론 때문에 임시 휴교?

그러나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임시 휴업 조치는 비판 여론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먼저 두 매체의 기사를 옮겨본다. 같으면서 다른 기사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스즈카시의 임시 휴교 조치 시행을 언급하면서 이것을 비판 여론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해당 학교들 중 일부는 휴교를 결정했다. 개학식 당일까지 휴교를 결정하지 못하던 스즈카시는 개학식 다음날인 14일에서야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임시 휴교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일보(2020.04.17)

휴교를 결정하지 못하던 스즈카시는 개학식 다음날인 14일에서야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임시 휴교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신문(2020.04.17)

 

스즈카시가 포함된 미에현의 현립(공립) 학교와 대부분의 사립학교는 13일 임시 개교 직후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미에현 교육위원회(三重県教育委員会)의 지난 10일 자 공지 사항에서도 15일부터 5월 6일(수) 까지 모든 현립(공립) 학교의 임시 휴업 방침이 드러나 있다.

주니치신문(中日新聞) 보도(2020.04.10)에 따르면,  미에현의 29개 시는 현 교육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스즈카시를 비롯한 3개 시는 수업 재개 방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시와 인접한 가메야마 시(亀山市)와 공동으로 14일 발표한 코로나 19 대책 중의 하나로 결정했다. 두 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 두 시가 포함된 미에현(三重県)에서 새롭게 2명의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비판 여론과는 거리가 먼 예상되는 결정이었다.

와카야마현의 학교의 경우는, 그동안 줄곧 미뤄지고 있던 입학식과 개학식을 위해 임시 등교한 것으로 보인다. 키이민보(紀伊民報) 등의 지역 언론 보도는 이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입학식과 개학식에서 교장과 교사들은, 다음날인 14일부터 임시 휴업에 들어가는 것을 공지하였다.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휴교를 결정한 것이 아니었다.

키이민보(紀伊民報) 갈무리

 

악의적 헤드라인

한국 언론의 보도는 실제 벌어진 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반응으로 이끌었다. "학생은 교실에, 선생님은 집에… 이상한 일본", "일본식 '온라인 개학'" 같은 사실과 거리가 먼, 다소 선정적인 기사 제목이나 표현에서 두드러졌다. 악의적 헤드라인과 사실 왜곡 또는 왜곡의 여지를 담고 있다. 또한 따라잡기 기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사실 확인보다는 앞서 출고된 기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따라잡기 하는 듯한 기사 쓰기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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