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BTS, 리야드에서 '마싸알 풀'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팩트체크] BTS, 리야드에서 '마싸알 풀'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 김동문
  • 승인 2019.10.1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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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BTS 리야드 공연 기사 다시 읽기

SBS 방송의 BTS 사우디 공연 관련 뉴스를 다시 봤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BTS 공연을 둘러싼 사우디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BTS가 관객에게 전했다는 인사말에 관련된 것이다.

사우디 수놓은 보랏빛…BTS, 이슬람 규정까지 바꿨다? - SBS 뉴스 (2019.10.12)

SBS뉴스 꼭지 제목은, BTS가 사우디 이슬람 규정을 바꿨다고 강조하는 듯하다. 기사 내용도 그런 느낌을 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억측이다.

사우디가 비아랍권 가수로는 처음으로 방탄소년단에게 야외 공연장 사용을 허용한 것은 이런 변화의 바람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사우디 정부가 BTS에게 '허용'한 것이 아니다. 이번 공연은, BTS가 사우디 정부에 공연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니다. 사우디 정부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BTS에게 공연을 요청한 것이다. 그렇기에, 야외 공연장을 허용한 것이 아니다.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공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뉴스 화면에 나온 BTS가 했다는 아랍어 인사이다. 마싸알 풀(멋진 저녁입니다)? 이 말을 BTS가 했다고? 전형적인 이집트식 인사인데, 아랍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이런식으로 표현했단 말인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인사가 담긴 BTS 공연 영상을 여러차레 확인했다. 방송에 자막 처리된 그 말이 BTS의 것인지, 이것을 보도한 SBS의 카이로 특파원의 목소리인지 알고 싶었다. SBS 뉴스의 자료 화면에 해당하는 영상도 찾아 봤다. SBS 방송 자막에 표시한 "우리는 BTS입니다"와 "우리가 사우디에 왔습니다."는 표현은 두 개의 다른 장면을 하나로 짜깁기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마싸알 풀'이라는 BTS의 저녁 인사는 (그 장면에는, 공연 영상에는) 없었다는 것을.

이 말은 디오니수스(Dionysus)와 'Not Today'를 부르고 나서 BTS 멤버들이 RM의 안내를 따라 관객에게 인사할 때 나온 것이다. 그런데 BTS 리더인 RM(김남준)를 비롯한 모든 멤버가 관객에게 나눈 인사말은 이렇다. "hala wallah!, We are BTS!" 여기서 '할라 왈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지역에서 친근하게 "환영합니다"의 뜻으로 사용한다. "우리가 사우디에 왔습니다"는 말은, RM이 "Welcome to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in Ar-Riyadh, Saudi(Arabia)"를 따붙인 것으로 보인다.

BTS의 표현으로 오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SBS 방송 화면은 아쉽다. 이 기사를 송고한 기자(특파원)나 방송 제작팀이 BTS가 하지도 않은 표현을, 그렇게 한 것처럼 말을 추가한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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