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조국 부인의 후회?
뒤늦은 조국 부인의 후회?
  • 김동문
  • 승인 2019.09.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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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문ㅇㅇ 기자의 정 교수 기사 다시 읽기

국민일보 문ㅇㅇ 기자는 지난 25일자로, 뒤늦은 조국 부인의 후회...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문 기자가 읽은 것으로 보이는 1차 자료인 정경심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을 비교했다. 비교하면서, '느낌'과 '맥락'의 차이가 적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과 아들이 연일 검찰에 소환되자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25일 뒤늦게 후회했다. 사건 초기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하며 반박했던 것과는 달리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전날에 이어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동정 여론을 자극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문 기자는 정 교수가 "뒤늦게 후회했다"고 적고 있다. 문 기자가, 정 교수가 후회했다고 규정지은 그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문 기자가 참고한 1차 자료는 정경심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이다. 이렇게 적혀 있다.

정경심 교수 페이스북 담져락 글 갈무리

정 교수는 이날 후회의 감정을 담은 글을 페이스북에 잇따라 올렸다. 그는 어제가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 끼를 못 먹었다매일매일 카메라의 눈에,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돼 간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새 울다가 눈이 퉁퉁 부어 2차 소환에 임한 딸애는 또 눈이 퉁퉁 부어 밤늦게 돌아왔다조사받으며 부산대 성적, 유급 운운 하는 부분에서 모욕감과 서글픔에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살다보면 공부를 잘 할 수도, 못할 수도 있다나는 그날, 딸애 앞에서 울지 않았다고 썼다.

다시금 문 기자는 정 교수의 후회의 감정을 담은 글을 언급하고 있다. 문 기자가 언급한 정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이다, 

정경심 교수 페이스북 담벼락 글 갈무리

정 교수는 딸에 이어 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아들이 6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3시쯤 귀가하면서 오늘 처음 느낀 게 제가 참 나쁜 놈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조서를 읽어 보면 저는 그런 놈이 돼 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아이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졌나보다.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의 토로는 자신에 대한 한탄으로 읽힌다.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부정 의혹은 대부분 정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이 다니는 동양대학교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해 딸의 입시에 불법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교수가 아이들의 입시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판단한 것이다.

문 기자는 위에서 그가 읽은 것으로 보이는 정 교수의 페이스북에 담긴 글에서, "정 교수의 토로는 자신에 대한 한탄으로 읽힌다"고 적고는, 곧장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의 입시 부정 의혹은 대부분 정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풀어간다. 결국은 문 기자의 글은, 정교수의 자신의 한탄에 대한 토로가 자신에게 저지른 잘못에 대한 한탄, 토로로 읽을 여지를 안겨주는 것 같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교수는 무리하게 스펙을 만들어 주려다 딸과 아들이 검찰에 소환되자 자책하는 것으로 보인다정 교수 말대로 살다보면 공부를 잘 할 수도 못 할 수도 있는데 결국 이 사건은 좋은 대학에 애들을 보내려고 부모들이 무리한 게 본질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 정치권 관계자의 언급의 출처가 궁금하다.

정 교수가 공개 소환을 앞두고 동정을 호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건 초기 언론과 검찰을 상대로 강하게 반발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태도는 전날부터 달라졌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수사 대상자에 불과한 사람이 언론 기사에 어떠한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자숙하는 자세로 검찰의 소환을 기다리고 있겠다고 몸을 한껏 낮췄다.

정 교수가 "몸을 한껏 낮췄다"는 문 기자의 판단의 근거가 궁금하다. 또한 "정 교수가 공개 소환을 앞두고 동정을 호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는 출처도 궁금하다. 관련 페이스북 글은 아래와 같다. 이 글도 정 교수가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는 매체의 보도에 대한 사실 확인 글이었다. 검찰발로 이어지는 왜곡보도에 대해 검찰이 사실(만)을 밝혀달라는 간곡한 요청으로 읽을 수 있는 글이다. 

 

정 교수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는 최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있었던 수사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력 반발했었다.

문 기자가 정 교수가 "강력 반발했었다"고 주장한 근거로 삼은 정 교수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이다. 정 교수는 이날 이후에도 주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문제제기 글을 올려왔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개 소환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여권의 과잉 수사공세에 발 맞춰 동정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지지자들을 집결시키는 동시에 자식을 둔 일반인들의 감정에도 호소하는 방식이어서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를 출처로 하는 이 주장의 근거가 궁금하다. 정 교수의 최근 심경 글에 대한 다른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안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정 교수 입장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유력한 검찰 출신 변호사, 판사 출신 변호사, 정치권 인사도 적지 않은데, 문 기자는 이들의 입장이나 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기사에 사용한 사진 위치 선정도 절묘하게 다가온다. 어쩌다 이런 편집이 된 것으로 볼 수 없다.

국민일보(2019.09.25)

기사의 핵심을 드러내는 표제와 이것을 뒷받침하는 부제에 이미 기자, 기사의 목적이 담기는 것 같다. 이번 기사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 기사가, 정 교수가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전날에 이어 몸을 낮추"고 있지만, "뒤늦은 후회"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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